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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꿀벌 먹이조절 통
“아람아, 설탕 좀 녹여라.”
어느 비 오는 날 오후,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셨다.
‘오늘도 꿀벌의 먹이를 주려고 하시는가 보구나.’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하던 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해마다 이런 일은 으레 내 몫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꿀벌의 먹이는 해가 질 무렵에 주기 때문에 부모님과 나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앗, 이런...”
벌통을 여는 충격에 놀라 쏟아져 나온 벌들이 아버지에게 달려들어, 오늘도 아버지의 몸은 온통 벌에 쏘이셨다.
“아빠, 괜찮으세요?”
온몸을 벌에 쏘인 아버지는 고통을 참느라 입술을 꽉 깨물고 일하셨다.
나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계신 아버지께로 다가갔다.
“아빠, 벌에 쏘인 곳이 아프지 않으세요?”
“왜 안 아프겠니. 그냥 참는 거지.”
“그런데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세요?”
“음, 어떻게 하면 벌에 쏘이지 않고 먹이를 줄 수 있을까, 방법을 연구 중이란다.”
그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항상 우리 가족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나의 아버지. 벌에 쏘여 얼굴과 손등이 부은 모습을 보니 가슴을 저미는 것처럼 아파왔다.
그 자리에서 나는 생각하고, 다짐했다.
‘그래, 내가 해 봐야지!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서.’
그로부터 틈나는 대로 며칠간, 궁리를 해 보았지만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양봉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다른 여러 가지 책을 찾아보았지만 내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내 머리 속에서는 꿀벌 먹이통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돌았다.
‘벌에 쏘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먹이를 줄 수 있는 먹이통...’
그러던 어느 날,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와, 닭들이 재미있게 물을 먹는구나. 물통은 어떻게 된 거지?”
친구네 집은 닭을 많이 키우고 있었는데, 닭들이 물을 먹는 모양이 매우 재미있어서 원리를 물어 보았다.
“물을 통 속에 넣어 주면, 먹는 양만큼 흘러나와 고이게 되어 닭들이 먹을 수 있게 되지.”
친구의 설명을 듣고 나자, 머리 속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옳지. 닭들의 물통과 같이 밖에서 먹이를 넣어줄 수 있는 먹이통을 만들면 되겠구나.’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여러 가지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보는 중에 공기의 압력에 의한 실험장면이 기억났다.
병에 물을 채운 채, 거꾸로 물이 든 수조에 넣어 물을 수조 밖으로 보내면 수조의 물이 줄어든 만큼 병 속의 물이 내려오던 모습을 생각하며 물병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았다.
병에 물을 넣어 거꾸로 세워 실험을 해 본 결과, 거꾸로 세운 병의 밑 부분에 작은 홈을 내어두면 물이 조금씩 흘러나와 고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됐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실제로 만들어 보자.’
우선 아크릴로 꿀벌 먹이통을 만들어 페트병에 물을 넣어 거꾸로 세워서 실험을 해 보았다.
“아람아, 뭐 하니?”
“아빠, 이걸 한번 보세요. 꿀벌 먹이통을 실험해 보는 중이에요.”
“그래? 그런데 물이 먹이통에 가득 고여서 벌이 빠질 것 같구나.”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하지요?”
“요즘 왜 그렇게 바쁜가했더니,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 밑 부분이 편평하니까 물이 많이 나와서 고이는 것 같다. 저녁 먹고 이따 같이 실험해 보자구나.”
그동안 나는 꿀벌 먹이통을 생각하며 걸어가다가 하마터면 자전거와 부딪칠 번 한 적이 있었고, 밥 먹는 것조차 잊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자, 이젠 이렇게 한번 해 보자.”
밤늦게까지 아버지와 씨름을 한지 2시간 만에 먹이가 흘러나와 고이는 먹이통을 고안해 내었다.
꿀벌 먹이통의 밑 부분을 도려내고, 페트병을 그 속에 넣었더니 물이 조금씩 고였던 것이다.
“아빠, 벌이 빠져 죽을 염려는 없겠지요?”
“음, 조금만 보완하면 되겠구나.”
“아빠, 많은 벌들이 한꺼번에 먹이를 가져갈 수 있고, 물의 높이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그렇구나. 우리 아람이가 최고다.”
다음 날, 내가 만든 꿀벌 먹이통을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다.
“엄마, 엄마도 한번 와 보세요.”
아빠, 엄마, 그리고 나와 누나가 함께 모인 자리에서 꿀벌에게 먹이를 주게 되었다.
드디어 꿀벌먹이통을 직접 사용해 보신 아버지께서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보이셨다.
“따봉.”
“와, 성공이다.”
엄마와 누나는 신기하다는 듯이 먹이통의 조절장치를 만져보며 기뻐했다.
“이것을 정말 우리 아람이가 만들었단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어쨌든 이제 벌에 쏘이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구나.”
“발명왕, 아람이 만세!”
꿀벌들도 붕붕 소리를 내며 날개 짓을 하였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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