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지방이 필요 없는 문
어느 공휴일, 나는 이모 댁에 놀러가게 되었다.
“이모, 안녕하셨어요?”
“오, 광호야, 어서 오너라.”
이모와 누나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모 댁은 한적한 교외의 단독주택이다.
점심을 먹은 후, 나는 사촌누나에게 무심코 말했다.
“누나, 물 한 컵만 줄래요?”
나의 부탁을 받은 누나는 물 컵을 쟁반에 담아 들고, 큰 방에 있던 나에게 물 컵을 건네주기 위하여 오고 있었다.
불편한 다리로 문을 지나려던 순간, 누나는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앗!’
컵이 깨지면서, 물은 방바닥으로 쏟아졌다.
“누나, 괜찮아?”
순간적으로 다가가 누나를 부축하면서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문지방 때문에... 누나, 미안해.”
이렇게 속삭이며 누나를 위로했지만, 이 씁쓸한 기억은 그 순간부터 머리 속에 박혀 떠나지를 않았다.
‘문지방이 없다면, 누나와 같이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왕래할 수 있을 텐데...’
그 후부터 나는 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어, 은행이나 관공서, 학교나 집안의 문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문을 열고 닫을 때는 긁힘을 방지하기 위해 2센티미터 정도의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문을 제작하는 공장을 들락날락 하면서 문지방의 역할이 무엇인지 조사해 보았다.
“아저씨, 이 문지방은 꼭 있어야 하는 거예요? 없으면 안 되나요?”
“그럼,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없으면 안 되지... 문지방은 방음, 방습, 방풍, 방충, 방범, 단열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단다.”
그동안의 나는 문지방이 왜 있는지 관심도 없었지만, 문지방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것을 알고 새삼 놀랐다.
‘그렇다면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는 이 문지방을 어떻게 처리하면 되는 것일까?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여러 가지 생각과, 궁리를 하는 동안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으나 획기적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술 산업 시간에 렉과 피니언 기아에 대하여 배우게 되었다.
렉과 피니언 기아는 수평운동을 수직운동으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한다.
‘아하! 문지방을 문 속에 넣으면 되겠구나.’
나는 렉과 피니언 기아를 이용하여 문지방 대신 고무막대를 문짝 안에 설치하면, 문을 닫을 때 고무막대가 올라가 긁힘 없이 문을 열 수 있다는 생각에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작품은 머리 속에 영 떠올려지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멋있는 아이디어라고 칭찬하시며 이렇게 제안했다.
“광호야, 우선 모형을 만들어 보면 어떻겠니?”
이에 용기를 얻은 나는 모형 재료를 구하기 위해 폐품을 모아 두는 곳에 가서 헌 문짝을 주워왔고, 편심 켐, 밀대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도움으로 스프링, 고무막대 및 제작에 필요한 여러 재료와 도구를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야, 생활이 어려운 시대라고 부자지간에 고물상을 차리기로 한 거에요?”
어머니는 처음에는 농담을 하며 놀렸지만, 나의 뜻을 알고는 무척 대견해 하셨다.
“우리 광호가 사촌누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 정도인줄 몰랐다. 착하기도 하지.”
어쨌든 식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일주일 정도 걸려서 제작한 모형문은 내 생각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처음 만들어서인지 몰라도 완벽하지는 못했다.
“어째 엉성한 것 같아요. 아빠!”
“하하하... 광호야, 이 정도면 훌륭하다. 발명이란 끊임없이 노력하며 개선해 나갈 때 성공할 수 있단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격언도 있지 않니?”
“어쨌든 완벽하게 만들려면 고생 꽤나 해야겠어요.”
못 하나 제대로 박을 줄 모르던 나는 톱질을 하고, 망치질을 하다가 다치기도 했다. 특히 편심 켐과 밀대 제작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참고 이기면서, 노력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단다. 광호가 고생이 많구나.”
“알아요. 아빠! 전 괜찮아요.”
힘들 때마다, 아버지의 격려는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참으로 멋진 발명품이 탄생하고 있어!”
“아빠, 감사합니다.”
두 달 동안의 제작과정을 통해 나는 많은 체험을 하게 되었다.
여러 날을 밤늦게까지 작업하여 드디어 새로운 문을 만들게 되었다.
“누나, 이제 누나같이 불편한 사람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문을 만들었어!”
나는 제일 먼저 이모 집에 전화를 걸어, 누나에게 자랑을 했다.
“그래! 네 발명품이 빨리 보급되어서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요긴하게 쓰여 졌으면 좋겠구나. 광호는 참으로 훌륭한 발명가구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선생님께도 많은 칭찬과 격려를 받게 되었다.
“우리 광호, 대단하다. 학생발명가가 탄생했어!”
지금까지 여러 발명품을 만들어 봤지만, 이렇게 뿌듯한 적은 없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