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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의 숨통
제주의 하늘은 바다와 똑같이 짙푸르다.
하늘에 구름이 일듯 바다에는 파도가 출렁이고, 끝도 없는 수평선 위에 배가 떠가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그러나 나는 내가 사는 제주의 하늘과, 바다와, 파도와 수평선을 사랑하지만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무겁고 아프다.
‘엄마는, 지금쯤 바다 속에 계시겠지... 물이 차갑지 않을까?’
우리 어머니는 해녀라서 매일처럼 바다에 다녀오신다.
물개같이 바다에 풍덩 빠져 들어, 각종 해산물을 따오시는 멋진 솜씨를 처음에는 자랑스럽게 생각했었다.
“와, 엄마! 이것이 모두 엄마가 따신 거야?”
“글쎄 그렇다니까!”
“낙지, 해삼, 소라, 멍게...”
그러나 내가 철이 들면서 해녀 일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가를 알게 되었다.
“보라야, 너 소식 들었니?”
어느 날, 학교에 등교하자, 내 짝인 윤정이가 호들갑을 떨었다.
“뭘?”
“너의 뒷집에 사시는 숙이 엄마 말이야. 어제 물질을 하시다가 바위에 걸려서 돌아가셨대.”
“뭐라고? 숙이 엄마가?”
“그렇다니까. 해산물을 따갖고 올라오시다가 바위에 걸려서 호흡장애를 일으켜 숨을 거두셨대.”
윤정이는 아버지가 공무원이고, 어머니 또한 평범한 가정주부라서 해녀의 일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단한 뉴스거리처럼 이야기 했지만, 나는 마음이 몹시 아팠다.
‘우리 엄마도 해녀인데...’
숙이 엄마의 그 일이 있고난 후에, 나는 엄마가 바다에 다녀오실 때마다 엄마의 표정부터 살피게 되었다.
“엄마, 힘들지 않으셨어요?”
“응, 괜찮아. 왜 그래? 내 얼굴에 뭐가 묻었니?”
“아, 아니요. 그냥 엄마가 좋아서요.”
이렇듯 엄마는 건강해 보이셨고, 또 겉으로는 힘들어하지도 않으셨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가 안방에 누워계셨다.
“어? 엄마! 바다에 안 가셨어요?”
집에 계시는 엄마가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염려가 되어 물었을 때 엄마는 기침을 심하게 하며 대답했다.
“보라, 이제 오니? 독감에 걸린 것 같아서 오늘은 안 나갔다.”
“독감이요?”
엄마의 얼굴은 지독한 고열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숨소리도 거칠었다.
“큰일 났네. 엄마, 그럼 병원에 다녀오셔야지요.”
“병원은 무슨... 아까 약 사다 먹었으니 괜찮을 거다.”
그러나 엄마는 그렇게 사흘을 끙끙 앓으셨다.
“엄마, 오늘 또 물질하러 가세요?”
“응, 나가 봐야지. 마냥 놀면 누가 먹여 준다든?”
눈자위가 쑥 들어간 퀭한 모습으로 바다에 가기위해 채비를 차리는 엄마의 뒷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였다.
‘내가 빨리 커야 엄마를 도와드릴 수 있을 텐데.’
나는 잘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학교에 갔다 오면 동생이랑 잘 챙겨서 밥 먹여라. 응?”
엄마의 목소리를 뒤로 나는 마구 달렸다.
그날 오후, 바다에서 돌아오신 엄마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엄마, 어디 아프세요?”
“아니다.”
“그럼, 무슨 걱정 있으세요?”
“아니.”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셨지만 엄마의 숨소리엔 고통이 서려있었다.
“엄마, 혹시 바다 속에서 호흡할 수 없어 불편하신 거 아니에요?”
그러자 엄마는 아무 말이 없으셨다.
그제 서야 나는 엄마가 독감을 앓고 난 후 바다 일이 더욱 힘들어지셨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엄마가 편하게 일하실 수 있도록 할까? 바다 속에서 호흡을 할 수 있다면 힘이 훨씬 덜 들 터인데.’
엄마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게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도 어린이들이 수영할 때 쓰는 숨통을 보게 되었다.
‘아, 바로 저거다. 저걸 이용하면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그 숨통을 구해다 보면서 설계도를 그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하! 됐다. 드디어 해냈어!”
태확과 숨통 사이를 7～10m정도의 긴 호스로 연결하여,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만들어낸 것이다.
“보라야, 왜 그러니?”
내가 내지른 소리에 놀란 엄마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엄마, 제가 물속에서도 숨쉴 수 있는 숨통을 만들었어요?”
“그래? 보라가 엄마를 위해 아주 큰일을 했구나.”
“한번 사용해 보세요.”
“응, 나중에 써 보마.”
다음날, 엄마가 바다에 다녀오셨다.
“엄마, 어땠어요?”
나의 물음에 엄마는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대답해 주셨다.
“물속에서 오래 견딜 수 있었단다. 덕분에 해산물을 채워 놓을 때 많은 도움이 되었어. 우리 효녀 딸 덕에 이제 좀 살 것 같구나."
“와! 엄마, 만세!”
“우리 보라 만세!”
엄마의 얼굴 위로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나는 오랜만에 마음이 가벼웠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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