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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장미수확 가위
“초롱아, 준비 다 되었니?”
아침 일찍부터 나를 재촉하시는 엄마의 목소리에 서둘러서 옷을 갈아 입는 것이 일요일마다 반복되는 나의 일과다.
“다 되었어요. 엄마!”
나는 급히 방문을 나섰다.
“어서 가자. 외삼촌이 기다리실라.”
“알았어요. 엄마, 어서 가세요.”
엄마는 나의 앞장을 서서 걸음을 떼어놓았다.
사람들의 직업은 참 다양하기도 하다.
우리 아빠는 공무원이라서 우리에게 힘든 모습을 별로 보이지 않으신다.
그러나 외삼촌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 농사 외에도 사계절 비닐하우스에서 장미를 재배하기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래서 엄마는 일요일마다 나를 데리고 외삼촌댁에 가서 바쁜 일손을 도와주시는 것이다.
“외삼촌, 안녕 하셨어요?”
우리가 도착하면 외삼촌의 얼굴을 금세 환해진다.
“초롱아, 어서 오너라.”
엄마와 나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손에 장갑을 낀 채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한꺼번에 확 코를 찌르는 향기와 더불어 빨갛고 예쁜 장미들이 우리에게 모양새를 뽐내듯 얼굴을 치켜들고 우리를 반겼다.
“와, 예쁘다.”
언제 보아도 예쁘고 탐스러운 장미들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나는 장미의 미모에 반하여 자신도 모르게 장미가시를 잘랐다.
“아얏!”
장미는 예쁜 꽃이지만 가시가 있어 사람의 손을 찌르고, 피가 나게 한다.
“엄마, 또 피가 나요.”
나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엄마에게 다가가 엄살을 부렸다.
그러나 엄마는 장미를 수확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었다. 원망스러운 마음에 엄마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엄마, 또 피가 난다니까요.”
그러다가 다음 순간, 피가 흐르고 있는 엄마의 손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엄마, 괜찮아요?”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장미 줄기를 자르며 말했다.
“가시가 없는 장미는 왜 없는지 모르겠구나.”
“가시 없는 장미요?”
반문하면서, 내 머리 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가시에 찔리지 않고 장미를 수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며칠간 생각해 보았지만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루하루 시간은 흘렀으나, 손에 피를 흘리시던 엄마의 모습은 내 기억 속에 더욱 선명해져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고 오후에는 외삼촌댁으로 곧장 달려가, 장미 몇 송이의 가지를 다듬어 자르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았다.
결과는 별로 신통치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교실에서 전자조립을 하는 친구들이 전선을 자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쪽 전선을 펜치에 물린 채 그대로 있고, 한쪽만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아! 바로 저거다. 장미 수확 가위도 저렇게 만들면 될 것 아냐?’
나는 곧바로 발명노트를 꺼내어 적어 놓고, 며칠동안 생각해 보았다.
친구들이 쓰던 전선 자르는 펜치가 무엇인가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을 알려 줄 것 같은 생각에 숙제할 생각도 잊어버리고, 펜치를 앞에 놓고 살펴보며 이 궁리 저 궁리하고 있자 엄마는 꾸중을 하셨다.
“초롱아, 네가 뭘 만들겠다고 숙제도 않고 이 난리야!”
“엄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는 큰 소리를 쳤지만, 결국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1차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잠도 설치다가, 오후에 외삼촌댁으로 달려갔다.
외삼촌께 보여드렸더니 기뻐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한 손으로 수확할 수 있어 참 좋구나.”
장미 가지를 잡고 실험해 보니, 가느다란 줄기가 펜치에 물리지 않고 떨어졌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가느다란 줄기의 장미수확에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초롱아, 조금만 더 연구해 보거라.”
“녜, 외삼촌.”
나는 장미절단 가위 양쪽의 날에 철판을 부착하여 만든 1차 작품을 앞에 놓고 다시 궁리를 시작하였다.
‘절단과 동시에 양쪽 철판이 잡아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좋은 방법, 좋은 방법! 금방 생각이 날듯 하면서도 생각이 나지 않아 물끄러미 앉아 있는 내 앞에서 선생님은 현미경을 통해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무얼 보시지?’
속으로 생각하며, 지켜보고 있자니 선생님은 현미경에 끼워 놓았던 유리판을 꺼내고 있었다.
‘앗, 현미경에서 쓰고 있는 저 철판이다. 저걸 이용하면 어떨까!’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아빠, 찾았어요. 한쪽 철판에 탄력 철판을 붙이면 장미 줄기가 잘릴 때 움직이지 않아, 떨어지지 않고 고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탄력철판을 붙여주실 것을 부탁하는 내게 아빠는 웃으며 말했다.
“녀석도, 누굴 닮아 고집이 셀까?”
탄력철판을 붙여, 건네주신 가위를 가지고 화단으로 나가 장미꽃 줄기를 잘라보았더니 두 손을 대지 않고, 한손만으로도 손쉽게 가시에 찔리지 않고 자를 수 있었다.
“정말 힘들이지 않고 장미를 수확할 수 있네!”
어머니는 신기해하시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 나는 말했다.
“엄마, 외삼촌께 합격이 되어야 진짜 발명가가 되겠지요?”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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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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