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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걸상을 나르는 비
학교에서 청소할 때 힘 드는 일 중의 하나는 교실 바닥을 비로 쓸고, 밀걸레로 닦고 나서, 책상을 나르는 일이다.
한 분단은 두 줄로 되어 있는데, 한 분단을 청소하는 두 학생 중 한 사람은 비를 들고, 다른 한 사람은 밀걸레를 들고 청소한다.
그런데 일이 벌어졌다.
“야, 태민아! 쓸고 닦았으니, 책걸상을 날라야 하는데 누가 나르지?”
“글쎄. 지난번에 내가 했으니 흥수네가 하겠니?”
“싫어. 태민이 네가 해라.”
나는 흥수와 실랑이를 벌이게 되었다.
분명히 지난번에 내가 혼자서 책걸상을 다 날랐으니, 흥수가 해야 할 차례인데도 흥수가 딴청을 피우는 것이다.
“아니야, 흥수야! 지난번에 나 혼자서 다 날랐으니까 이번에는 네가 하든지 아니면 같이 나르자.”
그러나 흥수는 웬일인지 막무가내였다.
“싫어. 나는 책걸상 나르는 것이 정말 싫더라. 태민이 네가 해라.”
할 수 없이 우리는 결론을 내려야 했다.
“자아식, 책걸상 나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니? 옥신각신 할 것 없이 공평하게 한 줄씩 나르자. 됐지?”
나의 말에 흥수도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싫은 일을 억지로 하려니 기분이 언짢아서 인지 흥수는 죄 없는 책상을 사정없이 끌어 당겼다.
“우당탕탕...”
요란하게 소리를 내는 책걸상의 소리는 학교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 소음에 놀라셨는지 청소 감독하시는 선생님이 뛰어 오셨다.
“얘들아. 좀 조용히 해! 그렇게 책상을 질질 끌지 말고, 일일이 들어서 나르도록 해라. 알았지?”
“녜, 선생님!”
대답은 막내둥이처럼 잘 했지만, 감독 선생님이 보이지 않자 흥수는 또 요란하게 소음을 냈다.
“에이, 이 책상은 도대체 왜 이렇게 무거워!”
투덜대는 말과 함께 흥수는 책상에다 발길질까지 하며 발로 밀었다.
소리는 아까보다 더 요란스러웠다.
그러자 그 소음을 듣다 못한 선생님이 다시 오시더니 흥수의 하는 양을 보고 화를 벌컥 내셨다.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옆에서 직원회의 중인데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어떻게 해! 이리 와서 둘 다 무릎 꿇고 손들어!”
화가 나신 선생님의 불호령에 별 수 없이 나까지 벌을 서야 했다.
‘저는 안 그랬는데요...’
속으로야 억울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비겁하게 나만 발뺌을 할 수 없어 시키는 대로 벌을 받았다.
그 후, 나는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왜 서로 책걸상 나르기를 싫어할까?’
사실 우리 학생들에게는 책상만 해도 힘이 부치고 무겁다. 그런데 걸상까지 있는 것이다.
무거운 책걸상을 끌지 않고, 한꺼번에 들어서 나른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걸상 나르는 일을 서로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속으로 내가 책걸상을 보다 쉽게 나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 우리나라, 아니 청소를 해야 하는 세계의 모든 친구들에게서 불편함을 없애 줘야지!’
그리고는 이 일로 여러 가지 조사를 해 보았다.
이미 책걸상에 바퀴를 달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는 했지만, 실제 판매되고 있지는 않았다. 바퀴에 잠금 장치를 부착하여 청소할 때만 쉽게 구를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 많은 책상들 모두에 일일이 장치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고, 또 경제적이지 못할 것 같았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혼자서 끙끙대며 궁리를 하던 어느 날, 청소 당번으로 청소를 하고 있을 때였다.
‘구태여 책걸상에 어떤 장치를 해야 만 할까? 그런 방법 말고는 없나?’
곰곰이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청소 시간에 사용하는 여러 청소 도구들은 청소할 때 어차피 사용하는 것들이다. 청소 시간에 사용하는 비나 밀걸레 같은 청소 도구의 구조를 다소 바꿔 책걸상 나르는 일에 사용한다면...’
그러다가 문득 비가 눈에 띄었다.
책걸상을 나를 때 우리는 허리를 다소 구부려야 한다. 왜냐하면, 무거운 책걸상을 들기 위해서 몸의 무게중심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비야, 네가 청소할 때, 우리 청소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허리를 펼 수 있으면서 소음도 줄일 수 있는 도구로 변신해 주지 않겠니?’
나는 집에 돌아와 철물점에 가서 비 두개를 사왔다.
우선 하나의 비에서 빗자루 부분을 잘라내고 다른 비의 빗자루에 연결했다.
이어서 빗자루의 아래 부분에 홈을 팠다. 홈의 윗부분은 비스듬히 파냈고, 아래 부분은 움푹 파이도록 했다.
마찰을 크게 하기 위하여 고무를 잘라 홈에 끼일 정도로 하여 그 안에 대었다.
“됐다. 이제 실험해 보자.”
다음 날, 나는 날듯이 학교로 달려갔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책걸상을 나란히 놓고 책상 앞에 서서 책상 밑을 통해 걸상의 수평 다리에 비의 홈을 끼웠다. 그리고 왼손으로 책상 한쪽을 잡으면서 비를 쭉 당겼다.
허리를 숙이지 않게 되어 편히 잡아당길 수 있었다. 책걸상의 앞다리들이 들어 올려진 채 끌려왔고, 미끌리는 소리도 아주 작았다. 성공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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