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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집에
승혁이는 혼자서 책 읽는 것이 취미다.
그래서 별로 밖에를 잘 나가지 않고 텅빈 집안에 혼자 있을 때가 많다.
“승혁아, 날씨도 따뜻한데 놀이터에라도 나가서 놀지 그러니?”
어머니의 말씀에도 승혁이는 그저 씨익 웃기만 했다.
“엄마, 책 속에 길이 있다잖아요. 그런데 길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재미있는 것들이 다 있어요. 저는 그냥 책을 읽을래요.”
그러면 어머니는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리셨다.
“할아버지를 닮았나? 아버지는 운동을 좋아하시고, 잠시도 집에 계시지를 않는 편인데…”
동혁이의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를 지내셨다니, 아마 그럴 지도 모른다.
할머니 말씀을 빌리자면 손재주가 좋고, 머리도 좋으신 선비셨다고 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그러던 어느 날, 오후의 일이었다.
“승혁아.”
책상 앞에 앉아있는 승혁이를 문밖에서 큰소리로 부르시는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녜, 엄마! 나갈까요?”
“아니다, 그게 아니고, 엄마가 시장에 다녀 올테니까 집 잘 봐라.”
그제서야 승혁이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엄마, 시장 가시게요?”
“응, 아무나 함부로 문 열어 주면 안 된다. 알았지?”
“염려마세요. 문 꼭 잠그고 있을게요.”
“요즘 아파트에 별별 도둑이 다 들어온대. 그러니까 조심해야 한다.”
승혁이는 문밖으로 나가시는 어머니의 뒤를 따라 복도로 나갔다.
“다녀오세요.”
“이 높은 아파트에 설마, 도둑이 들겠어?”
승혁이는 고층 아파트 밑으로 성냥갑만한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모르니까 문을 잘 잠그고…’
승혁이는 보조키까지 다 잠그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동화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독서를 즐기는 승혁이의 귓가로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딩동”
“벌써 엄마가 오셨나?”
승혁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나갔다.
“엄마에요?”
그런데 뜻밖에도 비디오 폰에 비친 것은 어머니가 아니라, 처음 보는 낯선 남자였다.
“세탁소에서 옷 가지러 왔습니다.”
인상이 고약하게 생긴 남자의 말에 승혁이는 무척 당황했다.
‘우리 엄마는 세탁물을 직접 갖다 맡기시는 부지런한 분이신데… 혹시, 도도둑? 아이쿠, 큰일났네.’
다음 순간, 승혁이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떠올리며 급히 지혜를 짜냈다.
“아, 그러세요? 아저씨, 방금 경비실에서 엄마가 올라오신다고 전화를 하셨는데 좀 기다리실래요? 아니면 다음에 오실래요?”
그러자 낯선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역력히 드러내 보이더니, 한마디 던지고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응, 꼬마야! 그럼 다음에 올게”
승혁이는 그때가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어휴, 깜짝이야! 간이 큰 도둑이네 대낮에 어딜 들어오겠다고. 하긴 요즘 같은 이사철에는 집 보러 왔다고 해서 문을 열어주면 강도로 변해서 털어간다고 하던데. 아이그 무시라. 이런 때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때부터 승혁이의 머리 속으로는 책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들어오지 않았고, 오직 도둑 생각만 났다.
한 시간쯤 지난 후, 승혁이의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승혁이는 대뜸 엄마에게 여쭈어 보았다.
“다녀오셨어요? 그런데 엄마! 혹시 세탁물 가지러 사람 보내셨어요?”
“아니, 웬만한 건 내가 직접 세탁하고, 다림질도 내가 하잖니. 맡길 것이 있으면 내가 가고… 그런데 왜?”
“아, 아니요. 그냥”
승혁이는 어머니께 사실대로 말할까 하다가 놀라실까봐 그만 두기로 했다.
‘다음에 내가 도둑퇴치용 아이디어를 짜낸 다음 말씀드려야지. 그런데 어떻게 해야 도둑이 도망가지?’
저녁이 되자 승혁이 아버지께서 돌아오셨다. 도어폰을 들자, 아버지의 육중하신 음성이 흘러나왔다.
“승혁아, 문 열어라.”
“녜, 아빠!”
그 순간 승혁이의 머리를 번개처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아, 맞다! 집안에 아빠가 계신 줄 알면 못 들어 올 거야.’
승혁이는 그제서야 부모님께 오늘 오후에 일어났던 내용을 말씀드리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아빠, 아빠의 도움이 필요해요.”
“오, 우리 승혁이가 책을 많이 읽더니 정말 지혜가 놀랍구나. 어떻게 순간적으로 그런 기발한 대응을 했을까. 도와주고말고.”
승혁이 어머니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놀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런 일이 있었어?”
승혁이는 아이디어를 이용한 도어폰을 만들었다.
“아빠, 이 정도면 아빠 목소리인줄 알고 도망가겠지요!”
“그렇겠다. 음성가변 도어폰이라… 도둑이 나 살려라 하며,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가겠어. 허허허”
“승혁이 혼자 있는 줄 알았다가, 오히려 도둑이 더 놀라겠다. 얘 호호호.”
발명이란 참 위대한 것이라고, 승혁이는 혼자서 생각하며 도망가는 도둑의 뒷모습을 상상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도둑님, 올 테면 와보이소! 히히”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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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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