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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유무를 알 수 있는 찜통
지난해 추석 때의 일이다.
지욱이는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 댁에 가게 되었다.
“다 됐어?”
2박 3일을 시골에서 지내자니 준비할 물건도 꽤 되었고, 추석에 쓸 과일이며 마른 반찬들도 아버지의 자동차 뒤 트렁크는 꽉 채워졌다.
“네, 다 실었어요.”
“빠진 거 없지? 그럼, 출발이다.”
우리 가족들을 다 태운 자동차는 번잡한 시내를 빠져나가 시원하게 탁 트인 시골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우와, 이게 얼마만이나! 멋지다.”
찌르면 금방이라도 파란 물이 쏟아질 것 같은 푸른 하늘, 도로 양옆으로 쭉 늘어서서 붉게 물든 가로수 잎, 들판의 허수아비와, 바람에 살랑대는 누런 곡식…
바람을 상쾌하게 가로지르며 자동차는 한참을 신나게 달렸다.
‘가을이라/가을바람/솔솔 불어오니 나뭇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나라 찾아가는/제비 불러 모아…’
어머니의 소녀 같은 목소리의 노래 결 따라, 아버지는 미소를 띠며 핸들위의 손가락을 까딱거리셨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지욱형제는 눈웃음을 주고받았다.
이윽고 할머니 댁에 도착하자, 할머니께서는 보름달 같은 얼굴에 환한 웃음을 담고, 지욱네 식구들을 얼싸 안으셨다.
“아이구, 내 강아지 왔나. 어서 와.”
“할머니, 전 강아지가 아닌 데요…”
“녀석도, 까부는 건 여전하구나.”
달빛 아래 멍석을 깔고 앉아, 지난 이야기를 주 받으며 하루 밤을 보내고 둘째 날은 할머니를 도와 송편을 만들기로 했다.
“야, 지욱아! 그것도 송편이냐? 만두지.”
“애개, 형 건 호떡이다. 호떡!”
“얘들아, 고물이 빠져나오지 않게 꼭 잘 누르기만 해라.”
“할머니, 제 것이 더 예쁘지요?”
넓은 상 가득 채워지는 쑥 송편, 흰쌀 송편위로 식구들의 웃음이 좔좔 흘러넘쳤다.
빚은 송편은 찜통에 가지런히 넣어 가스 불 위에 얹혀졌다.
얼마 후, 송편 냄새가 구수하게 났다.
“얘, 어멈아! 찜통에 물 있나 봐서 없으면 물 좀 더 넣어다오.”
할머니의 말씀에, 어머니는 송편을 만드시는 도중에도 몇 번 씩이나 일어나서 주방을 들락거리셨다.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도 물이 있는지 없는지 편하게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어머니는 자리에 앉으시며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리셨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지욱이는 속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찜통 속의 물의 유무를 쉽게 알 수 있을까?’
“지욱아, 송편 안 먹니? 뭘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지욱이는 찜통 생각에 먹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먹보 지욱이가 왠일이지?”
“글쎄 말예요. 별 일이네.”
식구들이 제각기 한 마디씩 하며 지욱이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지욱이는 주위 사람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궁리에 바빴다.
‘좋은 방법이 없나?’
그럭저럭 추석이 지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지욱이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찜통에 유리창을 내? 아니면…’
그렇게 생각에 골똘해있던 어느 날, 방안에서 책상에 앉아있는 지욱이의 귓가로 하모니카 소리가 들렸다.
‘앗, 저 소리는!’
그것은 가스 불 위에 얹어놓은 물주전자에서 물이 끊기 시작하자 신호음을 내는 것이었다.
지욱이 방문을 열어 주방으로 나가자 어머니께서 급히 불을 줄이셨다.
“보리차가 다 끊었구나.”
지욱이는 무릎을 탁 쳤다.
“아하! 바로 이거야!”
그의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찜통의 바닥부분에 지름이 동전만한 크기의 주전자 주둥이 같은 쇠붙이를 한쪽 모서리에 부착하는 것이었다. 만일 물이 없으면 쇠붙이가 움직이지 않고, 물이 있으면 물이 끊는 힘에 의하여 쇠붙이가 요란하게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물의 유무를 알 수 있게 된다.
지욱이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정말 훌륭한 생각이야, 지욱아! 옛날 우리 할머니들께서는 정말로 찜통에 떡을 찌실 때, 물 속에 10원짜리 동전을 넣어 그 동전의 소리를 듣고 물의 유무를 판단하는 지혜가 있으셨지. 우리 선조들의 생활 속의 지혜는 정말 놀라운데 지욱이가 그런 좋은 생각을 했구나!”
“엄마, 제 아이디어 발명품은 강아지 찜통 1호로 할래요. 강아지가 집을 잘 지키듯이 물을 잘 지키라는 뜻이지요. 솥이 타지 않게… 어때요?”
“지욱이 정말 대단하구나.”
어머니의 말씀을 들은 아버지께서도 지욱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지욱이는 갑자기 어깨가 으쓱해졌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생활의 불편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연구를 한다면 생활이 훨씬 편리하고, 순조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욱이는 그렇게 찜통 덕분에 새로운 발명가로 태어났다.
이름하여 생활 속의 발명왕!
“발명 만세! 강아지 찜통 1호 만세! 와하하하”
지욱이는 정말 기뻤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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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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