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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 효도 의자
유미의 외갓집은 전국에서 인삼으로 제일 유명한 충남 금산이다.
금산에서는 인삼 축제가 열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는데 유미는 그 때도 외갓집에 갔었다.
“아빠, 인삼이 정말 사람에게 그렇게 좋은 거예요?”
“응, 원래는 깊은 산 속에서 야생하는 풀인데, 뿌리는 건강을 증진시키고 체력을 좋게 하는 강장제로 외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단다.”
“근데 저는 먹을 때마다 쓴맛이 싫던데요.”
“옛말에 약은 쓰다고 했다. 그 만큼 좋은 보약이 되는 거란다.”
외갓집에 도착하여 할머니네 인삼밭으로 가는 길에 유미는 인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홍삼, 정관장, 어떤 것은 과자처럼 맛있는 것도 있었어요. 당뇨에도 좋다지요?”
“음, 유미가 외갓집을 자주 오더니 이젠 인삼박사가 다 되었구나.”
“그거야 보통이지요 무얼, 히히”
유미 아버지는 틈나면 가끔 이렇게 유미를 데리고 인삼 밭을 찾곤 하셨다. 밭에서 나온 인삼을 아버지의 회사 동료들에게 선물도 하고, 어머니는 대추와 생강 등을 넣고 푹푹 다려서 유미 아버지가 약주를 많이 드신 이튿날 아침에는 꼭 챙겨 드린다. 그러면 유미 아버지는 꼭, “어, 좋다!”하시며 몸을 풀곤 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 유미는 아버지와 같이 인삼밭에 갔다가 인삼밭의 좁은 이랑에서 쭈그리고 앉아 일하시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응, 유미 왔구나. 어서 오너라.”
“그런데 외할머니,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셨어요. 뭘 하시는 거예요?”
“응, 어제 비가 왔잖니. 풀도 뽑고, 인삼종자도 심고하는 중이란다.”
외할머니와 함께 일하시는 아주머니들도 여럿 계셨는데, 모두 여간 불편한 모습으로 작업을 하시는 게 아니었다.
“할머니, 힘드시지요. 제가 할까요?”
유미의 말에 외할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같이 웃으셨다.
“뭐? 아서라. 고맙다만 너는 구경이나 해라. 이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 겨.”
그런데 유미는 외할머니의 일하시는 모습을 본 뒤로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일하실 때 허리와 무릎이 아프지 않고, 작업복에 흙도 덜 묻히며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유미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농어촌 전역에서는 인삼재배뿐만 아니라 각종 하우스 재배, 특용작물 재배, 그리고 농수산물의 채취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종자를 뿌릴 때나, 이식을 할 때 허리를 구부리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농촌에는 젊은 사람이 없고, 일손이 모자라 대부분 그 힘든 일은 어르신들이 하게 되므로 허리가 무척 아프다고들 하셨다.
그래서 유미는 몸에 가볍게 부착하여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깔개를 제작하면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단계적으로 연구해 보기로 하였다.
‘우선, 1차 문제를 생각해보자. 자주 옮겨 다니시니까 가벼워야 할 거고…’
유미는 생각나는 대로 차근차근 노트에 적어가며, 그림으로 설계를 했다.
그리고 아버지께 자신의 생각을 말씀드렸다.
“우리 유미가 기발한 생각을 다 했구나. 그러면 막연하게 집안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실지 현장에 나가 더 조사를 해보고, 실용성을 검증해봐야 할 것 같은데 박사님 생각은?”
“와 하, 우리 아빤 멋쟁이야! 그럼 깻잎 작목반 농장, 보리 재배 단지, 군산 항구의 조개 까는 작업장 등 차례차례 다녀 봐요. 친구 몇 명이랑 같이 가도 되지요?”
“물론이지. 내가 모실 거니까.”
그렇게 조사를 마치고, 유미는 제작에 들어갔다.
“허리띠를 허리에 맞게 조임을 이용하여 조이고, 요철 버클을 잠근 다음 편안하게 작업을 개시하면 된다.”
“그런데 이동 할 때는 어떻게 하지? 약간 불편한데…”
“그럼 허리띠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조임을 부착해야겠어요.”
“오, 이건 되었어.”
“그 다음 늘임줄과 보조 띠를 보완해 주고, 앞단추 2개를 따고 허리띠만 돌리면 뒷면이 오게 되죠. 또 의자를 뒤집어 사용하면 비료 등을 줄 때 편리하게 사용되도록 뚫어진 구멍을 막았어요.”
유미는 시험제작한 발명품을 작업장에서 직접 사용해보게 한 결과,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얏 호, 뭔가 되어 가는데”
검증 결과에 자신을 얻은 유미는 완성품을 직접 제작하기로 하고, 보조 띠를 나란히 맨 것 보다는 가위 형으로 매는 방법이 더 편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개선하여 만들었다.
완성품을 들고 유미는 아버지와 함께 제일 먼저 외할머니를 찾아갔다.
“외할머니, 어때요?”
“오, 정말 편리하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편리한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응, 발명박사! 의자를 차고 다니니까 번거롭지 않고, 게다가 가벼워서 피곤하지가 않아요. 편하고 안정감이 있고, 그 뭣이냐 튼튼해서 좋아요.”
“할머니, 그리고는 없어요?”
“예끼 욕심은… 또 있지. 빠른 시간 내에 풀 수 있고, 풀을 뽑을 때, 종자를 놓을 때, 이식할 때 등 앉아서 하는 일에 두루 편리해요.”
“장모님, 평가가 너무 훌륭하세요.”
“내가 그렇게 잘 한 겨?”
“그럼요, 할머니! 백점이에요.”
“에구 유미야, 고맙다.”
유미는 멀리서 손을 흔드시는 외할머니의 모습이 멀어져가도 왠지 마음이 훨씬 가볍기만 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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