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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버스 노선도
성민이네 집 근처에는 특수학교가 있다.
아침저녁으로 몸이 불편한 어린이들이 학교를 오간다.
성민이는 그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할지 알 수가 없어서, 그 어린이들의 왕래하는 모습만 유심히 지켜볼 뿐이었다.
특수학교 어린이들은 매일 부모님께서 태워다 주는 아이도 있고, 학교버스나 일반버스를 타고 오는 아이도 있었다.
어느 날, 성민이는 어머니와 함께 시내에 가기위해 버스를 탔다.
“성민아, 안쪽으로 들어오너라.”
어머니의 말씀에도 아랑곳없이 성민이는 시선을 한 곳에 못 박고 있었다.
특수학교 어린이들이 버스에 같이 탔는데, 말을 하지 못하거나 귀로 듣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자기들끼리 손짓으로 무슨 말인지를 주고받으며 웃고 있어서, 성민이는 그들의 행동에 넋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어린이들은 자주 밖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버스가 멈추면 한두 명씩 버스에서 내리기도 했다.
“엄마, 저 아이들은 우리말을 듣지 못 하나 봐요.”
“그렇단다. 그러니까 수화를 하는 거란다.”
성민이는 그 어린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며 어머니와 이야기를 했다.
“정말 답답하고, 불편할 거예요.”
“그렇겠지, 쯔 쯔쯔…”
성민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손짓으로만 말을 하는 그들의 하는 양이 재미있어 아이들 옆으로 갔다. 그리고는 노트를 꺼내 글씨를 썼다.
- 몇 학년이니? -
그러자 그들 중 한 아이가 글씨를 써주었다.
- 6학년 -
자세히 살펴보니, 어떤 아이는 자기가 내려야 할 곳의 정류소를 써놓은 메모지를 갖고 있었다.
지정된 장소에서 정확하게 내려야하기 때문인지 그 아이는 밖을 자주 보았고, 항상 내렸던 정류소에서 내리는 것 같았다.
성민이는 그들을 지켜보는 동안 말을 못하는 어린이는 듣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얘야, 우린 정말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겠지?”
“예, 엄마!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았어요.”
버스에서 내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성민이는 어머니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내내 그 어린이들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저런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어린이는 글을 읽고, 내용도 알아본단다.”
성민이의 머릿속은 온통 그 아이들로 꽉 차있었다.
“저 어린이들을 위하여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없을까요? 학교에 가서 청소해주고, 길 안내하고, 가방을 들어 준다던가.”
“그것보다는 아이들 스스로를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성민이는 그 후로도 줄곧 특수학교 어린이들을 생각하다가, 문득 버스를 타고 내리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래, 맞아! 바로 그 일을 도와주는 거야.’
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워 보였는데, 그 방법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만일 잘못하여 자신이 내려야 할 정류소를 지나친다거나 잘못 내렸을 경우,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힘들 거고 그 다음 행동에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성민이는 그 일을 아버지께 의논했다.
“아빠,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잘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음, 아주 좋은 아이디어인데 만들려면 좀 힘이 들 것 같구나. 하긴 전기 기술자인 내 친구에게 부탁하면 될 것 같다만.”
“잘 되었네요 아빠, 그럼 제가 곧 설계도를 만들어 드릴게요.”
장애인은 버스에 붙어있는 버스 노선도와 안내방송을 알아들을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버스노선도에 조그만 전구를 부착하여 기사아저씨가 스위치를 누르면 노선도에 불이 켜져 귀로 듣지 못하는 사람도 불을 보고 내려야 하는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또 버스가 움직이는 곳의 위치도 알 수 있게 했다.
이리하여 그들이 ‘앞으로 몇 정류소 더 가면 되겠구나!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게 설계했다.
성민이는 그날 밤, 설계도를 완성하여 아버지와 함께 친구 분을 만나 버스 노선도에 대해 설명해 드렸다.
“오, 성민이가 아주 놀랍고, 훌륭한 생각을 했구나. 그런데 조금 덧붙일 것이 있구나.”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친구 분은 성민이 아버지를 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이 친구, 대단한 아들을 두었군.”
“허허허, 잘 봐주니 고맙네, 자네만 믿겠네.”
“염려하지 말게, 장애가 있어 불편한 어린이들을 돕자는 일인데 여부가 있겠나.”
드디어, 안전하고 쉽게 알아볼 수 있어 편리한 버스 노선도가 완성되었다.
“발명가 김 성민, 축하한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는 어른들의 축하를 받으며 성민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조그만 발명품이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도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발명품을 만들어 봐야지!’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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