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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량이 표시되는 건전지
지수에게는 이제 다섯 살 난 남동생이 있다.
그런데 지수의 동생 지영이는 어찌나 말썽꾸러기인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에! 뭐야, 이거 또 내 노트를 찢어 놨잖아, 난 몰라 잉”
화가 난 지수가 거실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는 동생에게 군밤을 먹였다.
“이 말썽꾸러기, 내 숙제를 다 망쳐놓았어, 너 왜 그랬어! 응?”
그러자 동생은 기다렸다는 듯이 울음을 터뜨렸다.
“뭐? 아프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울어 이게, 너 정말 혼날래?”
“으 왕, 형아 나빠 잉 왕왕!”
동생은 온 집안이 떠나갈 듯 소리 내어 울었다. 그러자 놀란 어머니는 방안에서 뛰어나오며 지수를 나무랬다.
“아니, 너 지수야! 동생을 때리면 어떻게 해. 형이 되어가지고 어린 동생에게! 너 맞을래?”
지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찢어진 노트를 보여 드렸다.
“엄마, 이 자식이 또 내 숙제 노트를 찢었단 말이에요. 선생님께 나만 벌을 선 다구요. 씨!”
“뭐, 그래도 그렇지, 동생을 때리면 되니? 그리고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씨라니!”
“아이, 엄마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시면서… 에이 참.”
지수는 마음이 상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할 수 없이 숙제를 다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수는 화가 나는 것을 참고 다시 숙제를 시작했다.
“와, 다 했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끝낸 숙제노트를 가방에 넣어두고, 동생이 손대지 못하도록 높은 곳에 올려놓았다.
“엄마, 저 밖에 나가서 30분만 놀고 올게요.”
지수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데, 어느새 뒤따라 나왔는지 동생이 서투른 솜씨로 신발을 발에 끼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것이었다.
“뭐야! 넌 따라 오지 마!”
“형아, 나도 가”
“안돼!”
지수가 도망치려하자 어머니께서 소리를 지르셨다.
“지수야, 엄마 잠깐 요 앞 슈퍼에 가서 맛있는 것 사올 테니 잠깐만 동생 데리고 놀아 줄래?”
“알았어요.”
지수는 동생 때문에 마음대로 놀기는 틀렸다고 생각했지만, 맛있는 것을 사 오신다는 엄마말씀에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반드시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어머니 말씀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러면서 지수는 좋아 웃고 있는 얄미운 동생의 아장거리는 발 앞에 발을 걸었다.
‘이 말썽꾸러기야!’
동생은 신발 위로 풀썩 넘어졌지만 형을 따라갈 생각에 발딱 일어나 손을 털었다.
“지영아, 나가자.”
지수는 그런 동생을 보며 귀여운 생각이 들어 배시시 웃었다.
“알아, 형, 가자!”
현관을 나서자, 집 앞 화단에는 따스한 봄볕이 고루 퍼져 있었다.
지수는 동생의 손을 잡고, 한 손에는 농구공을 들고 공터로 나갔다.
공터에는 동네아이들이 많이 나와서 놀고 있었다.
“지수야, 왜 이제 오냐?”
“응, 동생이 숙제 해놓은 것을 찢어버려서 다시 하느라고 늦었어.”
“빨리 이리와, 농구 하자.”
“그래, 알았어. 지영아, 너는 여기 의자에 앉아서 놀아, 알았지?”
“으응… 응.”
동생은 싫다고 하면 집에 들어가라고 할까봐 지수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햇빛이 서쪽하늘로 조금씩 기울어가자 지수는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갈 채비를 했다.
“얘들아, 나 먼저 간다.”
“왜, 벌써 가니?”
“동생 때문에… 내일 또 나올게.”
다시 현관 안으로 들어서자, 지수 어머니가 지수에게 말씀하셨다.
“지수야, 네 책상 위에 건전지 여유 있게 사다 놓았다. 동생이 손대지 않게 잘 넣어 두어라.”
“네. 알았어요.”
대답과 동시에 지수는 먼지투성이인 손을 씻으러 욕실 안에 들어갔다.
“엄마, 맛있는 것은요.”
“식탁 위에 있지 않니.”
“네, 감사합니다.”
손발을 다 씻고 난 지수가 방안으로 들어서자, 어느 새 방에 들어왔는지 지영이가 건전지 통이며 장난감 자동차 등을 모두 한데 뒤섞어 늘어놓고 있었다.
“어! 안돼, 내 건전지…”
‘이거 어떻게 하지? 다 쓴 건전지와 새 건전지를 마구 섞어 놓았으니… 겉모양은 다 똑같으니 헌 것과 새 것을 구분할 수가 있나!’
지수는 동생을 나무라는 대신 방바닥에 벌렁 드러눕고 말았다.
‘이런 동생만 나무랄 일이 아니야.’
지수는 방금 목욕탕에서 보고 나온 칫솔을 생각해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갈 때가 되면 색깔이 저절로 변하는 칫솔처럼 건전지를 만들 때 겉 표면의 색깔이 사용량에 따라 변하도록 하는 거야. 그러면 건전지를 갈아 끼울 시기나 사용량을 눈으로 감지할 수 있으니까 훨씬 편리할 거야. 만세!’
지수는 멋진 아이디어가 생각나게 해준 동생 지영이가 이때처럼 귀엽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지영아! 이리와 봐.”
“맴매 할 거야?”
“아니, 뽀뽀해 줄게.”
지수는 동생을 꼭 안아 주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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