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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 칩이 내장된 약품상자
소정이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자랐다. 그래서 시골에 가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해마다 다가오는 여름이나 겨울 방학 때,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시며 혼자 계신 할머니께 가는 것이 소정이 에게는 더없는 즐거움이었다.
소정이가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께서는 소정이네 식구들을 매우 반갑게 맞아 주셨다.
소정이는 여름 방학이 되자 할머니 댁에 갈 준비를 하며 마음이 들떴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고 할머니를 도와 드려야지.’
소정이는 3년 전, 여름방학 때의 일을 떠올리며 혼자 피식 웃었다.
그 날, 할머니와 어머니는 밭에 김을 매러 가시고 소정이는 혼자 남아 집을 보고 있었다.
할머니 댁에는 귀여운 강아지와 꿀꿀 돼지 그리고 오리 등이 있었다.
심심하던 차에 광 속에 들어간 소정이는 설탕처럼 하얀 비료를 발견했다.
“이거 설탕이잖아! 아기 돼지에게 주면 맛있게 먹겠지, 아주 좋아할 거야.”
소정이는 비료를 인심 좋게 한 바가지나 퍼서 들고 아기돼지에게 갔다.
“아기 돼지야, 많이 먹으라.”
그런데 저녁때쯤 밭에서 돌아오신 할머니께서 돼지우리를 들여다보시고는 기겁을 하셨다.
“에구머니나, 이게 무슨 일이야!”
소정이는 그 사건으로 어머니께 회초리를 다섯 대나 맞았다.
그러나 그때 소정이 어머니는 소정이에게 비료라는 물질이 식물에게는 영양제가 되어도, 동물인 돼지가 먹으면 위험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셨다.
‘비료란 논밭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먹는 영양제인데, 왜 돼지가 먹으면 위험할까?’
그래서 소정이는 그것이 내내 궁금했었다. 어쨌든 소정이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올 여름 방학 때도 시골 할머니 댁에 갔다.
소정이는 서울에서 준비해간 몇 가지 선물을 할머니께 드렸다.
“할머니, 여기 선물이에요.”
“오, 선물? 속옷, 양말, 이건 웬 약이냐?”
“할머니, 할머니께서 매일매일 일을 하시니까 손에 상처가 나고, 또 습진이 생겨서 고생하시잖아요. 그래서 습진 약을 사왔고요. 또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니까 영양제,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약이에요. 꼭 드세요!”
소정이의 설명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매우 좋아하셨다.
“응, 습진 약, 영양제, 예방약이라고…”
그리고 소정이 어머니는 할머니께 약 드시는 방법을 몇 번이고 설명해드렸다.
“어머니, 이건 습진약이니까 습진 생겼을 때만 드시고요, 영양제와 골다공증 예방약은 매일 드세요. 아시겠지요?”
“오냐, 알았다.”
그런데 일주일 쯤 지난 후, 소정이는 아빠 엄마와 함께 서울로 오게 되었다.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오냐, 여기 고추, 참깨, 녹두, 옥수수를 넣었으니까 가지고 가서 먹어라.”
소정이는 할머니께서 싸주시는 선물 꾸러미를 아버지의 차에 싣고 돌아왔다.
집 앞에서 오래도록 손을 흔드시는 할머니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있었다.
소정이네가 서울로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할머니는 위장병과 식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다.
“아휴, 글쎄 할머니께서 습진 약을 영양제로 잘못 아시고 한 달 동안이나 드셨다는구나.”
어머니의 말씀에 소정이는 얼마나 놀라고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소정이 뿐만 아니라 온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그 일이 있은 후로 할머니는 아무 일도 못하시고 누워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소정이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어르신들이 마음 놓고 약을 드실 수 있게 하는 안전한 방법이 없을까?’
소정이는 매일매일 그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찼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소정이는 메시지가 녹음된 전화기에서 힌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이거다. 약품 상자에 음성 녹음을 해서 알려 드리는 거야.’
소정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약을 복용하실 때, 방법과 시간을 지켜서 안전하게 드실 수 있도록 I C칩이 내장된 약 상자를 생각해내게 되었다.
“아빠, 우선 약상자의 뚜껑을 열면 상자 바닥에 내장되어 있는 I C칩이 이를 감지하여 음성으로 신호합니다.”
“어떻게 신호를 하지?”
“이 약은 감기약입니다. 하루에 식사 후 30분마다 1포 또는 몇 알씩 복용하십시오. 이 약은 다른 약과 함께 드시는 것은 위험합니다. 약에 대하여 의문이 있으실 때는 반드시 약사와 상의해 주세요. 어르신의 건강을 기도합니다. 어때요? 아빠!”
소정이의 설명을 자세하게 들으신 아버지는 크게 웃으시며 기뻐하셨다.
“허허허. 우리 소정이가 기특하게도 아주 훌륭한 생각을 해냈구나.”
“아빠. 이 것 뿐이 아니에요. 글을 모르시는 분이나 시각 장애인이 사용하실 수 있도록 내부 케이스 속에 끈을 연결하여 약이 서로 섞이지 않게 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에요.”
“어떻게?”
“약과 케이스를 연결시켜 놓으면 다른 케이스에 엉뚱한 약을 넣으시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지요.”
“이거 정말 대단한 발명이구나. 우리 소정이가 효녀다, 효녀!”
소정이는 아버지와 상의하여 발명품을 완성시킨 후, 이번 겨울 방학 때는 할머니께 선물할 계획이다.
소정이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 빨리 겨울 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할머니께 내 발명품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보고 싶은 우리 할머니! -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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