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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에 환기통을 뚫는 기구
경아는 해마다 방학이 되면 시골에 계산 할아버지 댁에 가곤 한다.
“야, 방학이다.”
경아의 말에 어머니께서 웃으셨다.
“그렇게 좋으니?”
“그럼요, 방학을 했으니 이제 할아버지 댁에 갈 수 있잖아요.”
“그렇구나. 마음껏 뛰놀다 오너라.”
경아는 동생과 함께 버스를 타고 할아버지 댁에 가게 되었다. 도시의 답답함을 뒤로하고, 공기가 맑고 조용한 시골길에 들어서자, 경아는 벌써부터 마음이 시원했다.
“누나, 이번에도 식물과 곤충들을 많이 볼 수 있겠지?”
“물론이지, 지난번에 가보지 못한 산을 한번 가 보자.”
경아는 동생과 함께 이산 저산 뛰어다닐 것을 생각하면 설레기 까지 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댁에 들어선 경아는 멀리서 일하고 계신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오냐, 어서들 오너라.”
“그런데 할아버지 지금 뭐하세요?”
경아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놀리시던 손을 멈추시며 대답했다.
“응, 비닐하우스 안이 너무 더워서 환기구멍을 내고 있는 중이란다.”
“할아버지, 저희가 도와드려요?”
“너희들이 할 수 있겠니?”
“그럼요.”
경아는 할아버지를 도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칼로 비닐을 둥그렇게 오려 나갔다. 그런데 그 일이 보기보다 힘들고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다리 위에 오르니 몸이 떨리고, 무서워 떨어질 것만 같았던 것이다. 더구나 예리한 칼로 둥근 원을 오려내야 하니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우와, 무서워!’
경아는 일을 시키시는 할아버지께서 걱정하실까봐,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무서움에 떨며 그 일을 했다.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네! 늙으신 할아버지께서 이런 힘든 일을 하신다는 것은 정말 무리야.’
경아는 갑자기 할아버지가 측은해 보여 견딜 수가 없었다.
경아의 할아버지는 경아네 식구가 대전으로 이사하면서 함께 가시자고 졸랐지만, 농촌이 좋다며 시골에 남아 힘든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계셨다.
간신이 일을 끝낸 경아는 할머니와 마주 앉았을 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경아야, 너희들이 환기통을 냈다면서 무섭지 않았어?”
“네에, 할머니 조금씩 떨렸어요.”
“그래도 용하구나. 작년에 네 할아버지께서는 그 일을 하시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크게 고생을 하셨단다.”
“네? 할아버지께서 많이 다치셨나요?”
“많이 다치시지는 않았지만 큰일 날 번했지. 조심해야 한다. 너희들도…”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경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불쌍하신 우리 할아버지! 이번 방학동안에 어떤 일이 있어도 할아버지의 고통을 해결해 드려야지!’
그렇게 다짐을 했지만 막상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경아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일이 칼로 비닐을 오려내는 것 보다 더 쉽고 편리한 방법은 없을까?’
경아의 마음과 정신은 온통 그것에만 쏠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아지 밥을 주기위해 뒤꼍으로 돌아간 경아의 눈에 번쩍 띄는 것이 있었다.
“저것을 이용한다면?”
그것은 뒤뜰에 버려진 깡통들이었다. 깡통은 끝이 뾰족하여 비닐을 쉽게 찢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경아는 깡통 끝을 뾰족하게 날을 내서 힘 있게 비닐을 찍었다. 그러자 ‘찍’하는 소리와 함께 비닐에 구멍이 뚫렸다.
‘아, 역시! 내 생각이 옳았어.’
자신감을 얻는 경아는 생각에 생각을 더했다.
‘그렇다면 깡통을 하나 보다는 두 개로 하면 일의 능률이 오르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경아는 깡통 두 개를 사용하려 했으나 문제가 생겼다.
‘깡통 두 개를 연결하기가 어려워.’
경아는 도중에 포기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할아버지께서 높은 사다리 위에서 힘든 작업을 하실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안 돼지, 다시 시작해 보자.’
경아는 용기를 내서 설계를 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깡통에 손잡이의 간격과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기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설계도를 그린 경아는 시내의 목공소 아저씨를 찾아갔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이 설계도대로 깡통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경아의 설명을 들은 아저씨는 좋은 생각이라며 깡통사이의 거리와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홈과 나비너트를 이용하여 만들어 주셨다.
‘참, 고마우신 아저씨야!’
집에 돌아온 경아는 먼저 실험에 들어갔다. 성공이었다.
그러나 경아는 뚫어진 비닐 구멍을 보면서, 작업이 쉽고 편리해지기는 했지만 노인에게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궁리했던 경아의 머릿속으로 니크롬선이 떠올랐다.
‘아, 전기의 힘을 이용하면 되겠다.’
경아는 전파사에 가서 깡통 둘레에 니크롬선을 연결하여 실험해 보았다.
비닐은 ‘지지 직’ 소리를 내며 둥그렇게 뚫어졌다.
시범을 보이는 경아를 보시며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셨다.
“어린 네가 이런 것을 만들다니!”
정말 보람 있는 여름방학 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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