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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이 자동으로 열리는 세탁기
두영이 형제는 장난을 좋아하는 개구쟁이들이다.
아파트의 모래사장에 가면 온통 모래투성이가 되어 돌아오고, 빈 깡통으로 공차기를 하지 않나, 폐지는 모두 찢어서 장난감으로 이용하질 않나, 어쩌다 폐타이어 하나만 눈에 띄어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 장난꾸러기다.
그러다보니 늘 옷이 깨끗할 날이 없을 정도다.
“아휴, 오늘은 또 학교에서 오면서 무슨 장난을 해 옷이 이 모양이니? 어서 옷 갈아입어라. 사내 아이 둘이면 집안이 뒤집어진다더니.”
두영이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어머니는 눈살을 찌푸리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두영이와 동생 두혁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눈웃음을 쳤다. 아닌 게 아니라 옷이 말이 아니었다.
“어! 우린 학교 놀이터에서 정글짐을 타고 놀았을 뿐인데…”
“히히, 형! 그러니까 옷이 이렇지. 마구 기어 다녔잖아.”
“그거야 네가 나 쫓아왔으니까 잡히지 않으려고 그랬지!”
두영이 형제의 입씨름을 구경하던 어머니께서 혀를 끌끌 차셨다.
“쯔쯔, 아서라. 그러다가 싸우겠다. 누굴 닮아서 저렇게 장난꾸러기들인지 하여튼 못 말려!”
연년생인 두영이 형제는 비슷비슷하여 마침 함께 놀기 좋은 친구 같은 형제였고,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로부터 이런 핀잔을 곧잘 듣곤 했다.
“어무이요, 너무 그러지 마시소. 마, 외할무니 말씀으로 어무이도 보통 험하게 노신 게 아니라카데에. 외갓집 뒷산 나무란 나무는 다 올라가셨다믄서예.”
“치아라. 아부진 더하셨다카더라.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제 머 벨 수 있겠나? 부전자전 모전자전이제 우리 집엔 딸이 없응 게, 맞제?”
두영이와 두혁이의 말장난에 어머니는 아이들을 때리시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저 녀석들이!”
하여튼 두영이네 집은 남자대 여자의 비율이 3대1이었으므로, 어머니께서 집안 살림에 힘을 많이 쏟으시는 것만은 틀림이 없었다.
“엄마, 죄송해요. 다음부턴 정말 얌전하게 놀게요.”
이렇게 밀고 당기는 어머니와 두영이 형제의 싸움은 주말이면 더욱 심했다.
어느 토요일, 하교 길에 갑자기 쏟아진 비로 인하여 두영이 형제는 옷을 모두 적시게 되었다.
“형, 어차피 버린 몸인데 우리 장난 좀 치고 갈까?”
“두혁아 왜 그래? 옷이 젖어서 추운데 감기 들려고.”
“저길 봐, 저 공사장 옆에 모래더미가 있지? 양수펌프로 물을 품어내고 있고, 거기서 좀 놀다 가. 형!”
“엄마한테 또 혼나려고?”
“비 맞아서 젖은 줄 아실 거 아냐.”
“어이쿠, 넌 정말 못 말리겠다. 가자.”
“이얏 호!”
두영이와 두혁이는 공사장에 가서 노느라 점심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저녁 무렵이 다 되어 집에 돌아간 형제는 손들고 벌을 서야 했다.
“그러니까, 빨리 가자고 할 때 왔어야지”
“그래도 형이 더 즐거워했잖아!”
둘은 벌을 서고난 후, 재미있었던 하루를 생각하고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베란다에서 두영이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방으로 들렸다.
“두영아, 이리 와서 세탁기 뚜껑 좀 열어주라.”
두영이는 급히 베란다로 뛰어갔다.
어머니는 양팔 가득 세탁할 옷을 들고 계셔서 세탁기의 뚜껑을 열지 못해 두영이를 부르셨던 것이다.
두영이는 그날 밤, 의문을 갖게 되었다.
‘짐을 들고도 세탁기의 뚜껑을 쉽게 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될까?’
이렇게 생각하며 하루를 지내다가,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먹으려던 두영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씽크 대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보게 된 것이다. 발로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뚜껑이 열리고, 발을 떼면 저절로 닫히는 쓰레기통이었다.
‘맞아, 바로 저거다. 오랜만에 이 장난꾸러기가 효도 한번 하는 거야.’
두영이는 그날 밤, 아버지께 자신의 생각을 말씀드렸다.
“아빠, 저희들이 말썽을 자주 부려서 엄마가 빨래를 많이 하셔야 되잖아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세탁기의 밑 부분을 밟으면 자동으로 세탁기 뚜껑이 열리는 페달을 설치해 드리고 싶어요.”
“그래?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구나. 당장 설치하자.”
두영이네 가족은 시장으로 가서 몇 군데 상점을 돌아 다녔다.
겨우겨우 하나를 구해 다음날 저녁에 설치하기로 했다.
“그럼, 인제 우리 엄마가 편하니까 좋겠다. 그치 형!”
어머니가 부러운 듯이 말하는 동생의 말에 두영이는 우쭐해져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두영이는 학교에 가서도, 학원에 가서도 세탁기 생각만 했다.
드디어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딩동”
“와, 아빠 오셨다!”
두영이는 아버지와 함께 작업을 하고, 동생은 구호를 외치며 응원했다.
“화이 팅, 파이팅!”
드디어 설치가 끝나고 실험에 들어갔다. 성공이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두영이는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쳤다.
“이야, 우리가 해냈다. 해냈어!”
우리의 일상생활에 불편한 점은 늘 있기 마련이고, 발명이란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두영이는 생각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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