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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병 모음 뗏목
나른한 오후였다. 바람도 전혀 불지 않고, 짜증스럽게 파리만 이리저리 날아 다녔다.
우리 사 총사는 엄마가 삶아 주신 옥수수 한 바구니를 저만치 밀어두고 마루에 대자로 누워있었다. 우리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 한마디도 않고, 그저 천장만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서 매미소리가 들려왔다.
“야! 우리 멱이라도 감으러 가자.”
갑자기 철진이가 벌떡 일어났다.
“그래. 그게 좋겠다.”
지루함에 지쳐있던, 나도 벌떡 몸을 일으켰다. 시원한 물에 물장구라도 치면 한결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다.
“그래. 어차피 잠도 안 오는데⋯”
종민이와 회도도 천천히 일어났다.
“좋아! 멱 감기 작전 개시다!”
철진이는 커다란 양동이를 들고,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병사와 같이 신나게 뛰었다.
“우와! 돌격!”
우리는 서로 앞 서거니 뒷 서거니 하면서 동네어귀를 질주했다.
나와 종민이가 커다랗게 노래를 부르면서 개울가에 도착했을 때, 회도와 철진이는 벌써 양동이에 뭔가를 주어 담고 있었다.
“야! 벌써 고기를 잡았냐? 그 녀석들 동작한번 빠르네⋯”
나는 운동화를 벗어들고 개울가로 뛰어들 준비를 하며 철진이를 향해 소리쳤다.
“창우야! 신발 벗지마.”
바쁘게 움직이던 철진이가 갑자기 황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회도도 양손을 어지럽게 흔들며 우리에게 경고를 주는 듯이 움직였다.
“무슨 일이야?”
우리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회도와 철진이를 바라보았다. 정말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이걸 봐. 이제 물놀이 온 사람들이 있다더니, 이렇게 어질러 놓았어. 깨진 유리 조각도 꽤 많았다니까⋯”
철진이는 근심스런 얼굴로 양동이를 쑥 내밀었다. 그 안에는 정말 온갖 쓰레기가 가득 들어있었다.
“이게 뭐야? 깡통에, 유리병에, 도시락에⋯”
종민이는 믿을 수 없는 일을 당했다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정말 참담한 기분이었다. 깨끗하기로 소문 난 우리 동네 계곡을 이렇게 어지럽혀 놓다니⋯ 더럽힌 사람들을 찾아가 한대씩 때려주고 싶었다.
“어서 치우자. 이렇게 둘 순 없잖아. 마저 치우고, 재밌게 놀자!”
한참 만에, 회도가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우리도 애써 미소를 지으며 힘을 내었다. 일부의 못된 사람들만 원망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자, 여기도 있다.”
“어휴, 많이도 버렸네. 놀고 난 다음에 치우면 얼마나 좋아.”
“그러게 말이다. 어른들이 더 자연보호를 안 한다니까⋯”
우리는 흥분하여, 시끄럽게 떠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계곡은 너무나 더럽혀져 있었다. 더구나 돌 틈이나 풀 섶 사이에 교묘히 숨겨둔 쓰레기가 많아, 더욱 약이 올랐다.
“어휴 성질나!”
원래, 성질이 급했던 종민이가 이내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발밑에 있던 음료수 PT병을 멀리 찼다. 커다란 플라스틱 병은 포물선을 그리더니 계곡물위로 툭 떨어졌다.
“야! 물위로 차면 어떡해?”
나는 얼른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 병을 잡았다. 다행히 가벼운 PT병이라 가라앉지 않고 물위에 둥둥 떠 있었다.
그 병을 들고 물가로 나오는데,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번뜩였다.
“야! 이 음료수 통들을 모아와라.”
나는 대장처럼 아이들을 재촉했다. 그리고 길다란 끈을 쓰레기 중에서 찾아내었다.
“잘 봐라. 어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을 이용해서, 멋진 놀이기구를 만들 테니까!”
자신만만하게 큰 소리를 치고, 나는 모아온 PT병들을 한데 묶기 시작했다. 병의 마개를 단단히 막고 그것들의 주둥이와 밑 둥을 묶어, 커다란 방석처럼 엮었다.
“이게 뭐냐? 궁금해 죽겠다.”
철진이는 어린애마냥 몸을 뒤틀면서 떼를 썼다.
“좋아. 잘 봐!”
나는 음료수 병들이 단단히 묶였는지 확인을 한 후, 그것을 물위로 던져 넣었다.
“이야! 멋지다!”
뗏목처럼 물위에 둥실 떠오른 음료수 병을 보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앞 다투어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정말 멋진 뗏목이야!”
우리는 음료수 병으로 만든 뗏목의 네 귀퉁이를 잡고 즐겁게 헤엄을 쳤다.
유난히 햇볕이 따갑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겸임교수, wangyj39@dreamwiz.com)
그림 : 김 민 재 (만 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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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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