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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첩 부착 보조책상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모 학교 다닐 때에는 정말 재미있는 일이 많았어.”
“어떤 일들이 있었는데요?”
“흠... 책상 때문에 짝꿍하고 늘 싸웠었지.”
이모는 먼 곳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때만 해도 우린 아주 낡은 나무책상을 썼단다. 그것도 긴 책상하나로 두 사람이 함께 썼지. 그러니 책상 때문에 얼마나 싸웠겠니?”
“아- 서로 더 많이 책상을 차지하려고 다퉜겠군요?”
“그랬어. 책상 한가운데에 줄을 주 욱 그어 놓고 서로 신경전을 벌였단다. 팔꿈치가 넘어오면 꼬집어 주고, 지우개가 넘어가면 뺏기기 일쑤였지. 서로 상대방이 자기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가 감시 하느라 공부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어.”
이모는 뺨을 발갛게 물들이곤 살포시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아주 어린 소녀 같았다.
‘이모께서도 나같이 초등학교 시절이 있었구나. 얼른 상상이 안가는 일인데⋯’
길다란 책상에 둘씩 옹기종기 앉아서 병아리처럼 삐약 삐약 국어책을 읽는 모습. 그 모습 중에 우리 이모나 엄마도 들어있다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래 맞아. 정말 그리운 시절이구나. 그땐 뒷산이나 들로 돌아다니면서 산딸기랑 머루 같은 것도 따먹었었는데...”
엄마도 어린 시절이 생각나시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아주 살짝 미소를 지으셨다.
수업이 끝나면 학교 골목 어귀에 있는 뽑기 집으로 우루루 몰려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뽑기에 열중 하고, 소풍 때에는 찐 계란이며 찐 고구마, 커다란 병 음료수가 가방에서 튀어 나오고, 여름이면 짓궂은 사내 녀석들이 송충이를 들고 온 학교를 휘저으며 여자애들을 놀리고, 쉬는 시간이면 공책을 찢어 접은 커다란 왕 딱지로 한판 전쟁이 벌어지는⋯ 엄마와 이모가 말하는 옛날의 학교는 정말 재미있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땐 정말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것이 많았지. 교실은 비좁고 낡아서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이었으니...”
“지금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여요.”
나는 입을 잔뜩 내민 채 불만스럽게 말했다.
“책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좁아요. 게다가 의자나 책상이 몸에 비해 너무 작아서 고생하는 친구들도 많은걸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너무나 억울했다. 엄마나 이모가 학교에 다닐 때는 학원에 가지도 않고, 아주 자유스럽게 놀았는데 우리는 매일 학원에 시달리고 있으니 너무나 불공평한 것 같았다. 게다가 책상이며 교실등도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이 계속 불편한 채라니, 어른들은 우리 어린이들에 대해 아무런 배려도 안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책상이 그렇게 비좁니?”
“보통 때는 그런 데로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미술 시간에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니까요. 물통이며 파렛트 물감들하고 스케치북까지 늘어놓아야 하니⋯ 너무나 좁아서 물통조차 놓을 자리가 없어요. 그 덕분에 물통을 엎지르고 난리가 벌어지죠.”
나는 지난 미술시간에 벌어졌던 일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애써 완성해놓은 그림 위에 물통이 엎어져, 얼마나 당황했던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미술시간 만이라도 책상이 넓어지면 좋겠는데⋯’
나는 입맛을 쩝쩝 다셨다. 책상이 고무줄도 아니고 제멋대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할리 없으니, 내 바람은 공상으로 그치고 말 것이 뻔했다.
“그런 일은 이모 때에도 있었단다. 그래서 그때, 이모는 한 가지 꾀를 냈었지⋯ 작은 화판을 책상과 책상 사이에 걸쳐 놓아서 보조 책상으로 이용 했었어. 그 방법은 꽤 인기 있었단다.”
이모의 설명에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맞았어! 그렇게 보조 책상을 만들면 되겠구나. 경첩을 달면⋯ 그래 책상 옆에 작은 보조 책상을 경첩을 이용해서 달면 되겠다. 그러면, 보통 때는 접어 두었다가 미술 시간엔 활짝 펴고⋯’
“야호!”
나는 너무나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이모 덕분에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늘어나는 책상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늘어나는 책상?”
이모와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한참동안 바라 보셨다.
“예, 접었다 펼 수 있는 책상이어요. 미술 시간에는 펴서 넓게 쓰고, 보통 시간엔 접어서 쓰고⋯ 멋있겠죠?”
나는 흥분하여 소리 높여 떠들었다.
“과연 그렇구나. 이모는 그런 생각까지는 못했었는데...”
나는 뿌듯하여 어깨를 으쓱 치켜 올렸다. 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에 다니는 이모가 생각하지 못한 일을 발견해 내다니, 내 스스로가 대견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겸임교수, wangyj39@dreamwiz.com)
그림 : 김 민 재 (만 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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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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