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커 형 도배지
“우 와! 이게 이제 우리 집이 되는 거여요?”
나는 너무나 기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짙은 초록색의 지붕, 넝쿨 장미가 엉겨있는 나지막한 담벼락, 작은 화단과 널찍한 나무 마루. 너무나도 예쁘고 아담한 집이었다.
“그렇게 좋니?”
“예! 옛날 집보다 훨씬 좋아요.”
나는 집안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살펴보았다. 보면 볼수록 내 맘에 쏘옥 드는 집이었다. 전혀 낯설지도 않고 예전부터 오래 사귀어 온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린 언제 이 집으로 이사 오는 거여요?”
“글쎄? 한 열흘 후쯤? 여기저기 수리할 곳이 많아서 기다려야 한다더라. 도배도 새로 해야 하고.”
엄마는 조용히 장미 꽃잎을 매만지셨다. 오래전부터 우리 집 마당에 장미를 심겠다고 하시더니 이제 사 그 소원을 이루신 것이다. 엄마의 얼굴에 잔잔히 퍼지는 미소가 나를 더욱 기쁘게 했다.
“저는 좀더 집을 둘러볼게요. 구석구석 모두 보고 싶어요.”
마음이 들떠서 그런지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웠다. 땅바닥에 발이 닿는 것이 아니라 그냥 허공을 휘적휘적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이 마당 구석엔 우리 뽀미의 집을 만들어줘야겠다. 그리고 저 창문가엔 새장을 달고... 그래 이 방은 내 방이 되겠구나. 분홍색의 예쁜 커튼을 달아야지. 화단엔 채송화를 심고, 해바라기도 심을까?’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뽀미가 마당에 앉은 참새를 쫓아 뛰고, 분홍색 커튼이 바람에 살랑 나부끼는... 포근한 우리 집의 광경이 살포시 떠올랐다.
“아니, 수연이 아니냐?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아빠의 목소리였다.
“어머나! 아빤 언제부터 여기 계셨어요? 난 아빠가 계신 줄도 몰랐는데...”
“내가 도배지 사러 간 사이에 온 게 로구나. 엄마랑 같이 왔니?”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관심은 온통 아빠의 손에 들려있는 도배지에 가 있었다.
“그 분홍색 도배지는 어느 방에 쓸 거예요?”
“글쎄? 수연이 방에 쓸까?”
“와아 좋아라. 방의 커튼도 분홍색으로 하고 싶었는데...”
나는 아빠의 팔에 매달려 펄쩍펄쩍 뛰었다. 아빠가 내 맘을 알아주신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자, 이왕 왔으니 아빠 심부름 좀 하 거라.”
나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집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몇 분의 아저씨들이 도배와 페인트칠을 하고 계셨다.
“여기 앉아 있다가 아저씨 물도 좀 떠다드리고 연장도 집어 들이 거라.”
나는 아빠가 마련해주신 작은 의자에 앉아 아저씨들이 일하시는 광경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도배라는 일이 정말 어려운 것이로구나.’
도배지를 크기에 맞게 자르고, 거기에다 풀을 적당히 골고루 펴 발라 벽에 붙이는데, 그 때도 그냥 적당히 펴 바르는 것이 아니라 도배지의 무늬를 일일이 짜 맞추고 있었다. 더구나 천장을 바를 때는 더욱 어려워서 두 사람이 매달려야 겨우겨우 해나갈 수 있었다. 아저씨들의 팔과 가슴팍에는 허연 풀이 덕지덕지 붙어 매 말라 있었고, 방바닥에도 여기저기 흉하게 풀 자욱이 남아 있었다.
‘풀 대신 간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저렇게 바닥이며 옷에 뚝뚝 떨어지면 정말 불편 할 텐데.’
나는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도배가 힘들고 까다로운 일로 보이는 것은 전부 풀 때문인 것 같았다.
‘풀이 필요 없는 간단한 도배... 맞아! 바로 그거야! 도배지를 스티커의 형태로 만들면 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빠에게로 달려갔다.
“생각났어요. 생각이 났어요.”
“무슨 말이냐? 천천히 말해라.”
나는 깊게 숨을 들이키고는 최대한으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 나갔다.
“스티커 형으로 도배지를 만들면, 도배가 아주 편해질 거여요. 풀이나 붓 같은 것도 필요 없고요, 아주 깨끗하고 간편하게 해낼 수 있어요.”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하지만 도배지의 값이 비싸지지 않을까?”
“그 대신 시간과 힘이 절약되는 걸요. 오히려 더 절약일 거여요.”
아빠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져 나갔다.
“앗 샤! 우리 공주님이 언제 이렇게 컸지? 이젠 제법 어른 티가 나네!”
아빠는 나를 번쩍 안아 올리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그죠? 제 말이 맞는 거죠?”
“그럼 맞고 말구! 아주 멋진 생각이야.”
아빠의 웃음소리가 온 집안을 빙글빙글 돌며 퍼져 나갔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