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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꽂이 단 자전거
은빛으로 빛나는 두 바퀴. 날렵해 보이는 안장과 손잡이.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자전거였다.
“엄마 정말 고맙습니다. 아빠 고맙습니다.”
나는 머리가 땅에 닿을 만큼 깊숙이 허리를 숙여 몇 번씩 인사하고 또 했다.
“원! 녀석도 그렇게 좋으니?”
“그럼요. 정말 갖고 싶었던 자전거여요.”
매일 자전거 가게를 지나다니면서 군침만 질질 흘리던 바로 그 자전거가 내 손에 들어 온 것이다. 정말 하늘까지 뛰어오를 만큼 기분이 좋았다.
“내가 너를 멋지게 사용할게. 약속해. 매일 닦아 주고 예쁘게 꾸며줄게.”
나는 자전거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어쩐지 자전거가 나의 동생, 친구인 것같이 느껴졌다.
나와 자전거는 늘 같이 다니게 되었다. 학교에 갈 때면 자전거는 제 뒤에 가방을 싣고는 나를 학교 앞까지 태워다 주었다. 가끔씩은 포플러 나무가 쭉 늘어선 오솔길을 따라 함께 하염없이 산책을 하기도 했다. 이제 나와 자전거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이건 어떠니? 바퀴살에다 감아 주면 바퀴가 구를 때마다 예쁜 색을 낸단다.”
“이건 자전거 손잡이에 씌우는 것이고, 땀이 나도 손이 미끄러지지 않아.”
나는 거의 매일 자전거 가게에 들려 새로 나온 자전거 악세 사리를 사 모았다. 내 자전거는 남의 것보다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가겟집 아저씨가 권하는 대로 열심히 자전거를 치장했다.
새로운 손잡이 덮개를 씌우고, 독수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기도 하고, 바퀴에 형용색색의 끈을 감아 두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을 해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거리에 다니는 수많은 자전거들도 모두 나의 자전거처럼 스티커를 붙이고, 형용색색의 끈을 달고 다녔다. 즉, 내 자전거도 남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자전거와 너무 똑같아서 내 것을 구별하기 힘든 때도 있었다. 나의 자전거만이 특별하게 갖는 특성이 없었던 것이다.
‘내 자전거를 특별하게 보일 방법이 없을까?’
나는 여러모로 묘안을 짜 보았다.
자전거의 바퀴를 세 개로 늘릴까 생각도 해보았고, 자전거 몸통에 쇠사슬을 치렁치렁 감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괴상해 보이고 실용적이지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포플러 길에서 산책을 하다가 몇 명의 사이클 선수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동그란 헬멧까지 쓴 모습이 전에 TV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울룩불룩한 다리근육과 검게 그을린 얼굴이 아주 근사한 멋진 사나이였다. 게다가 그 자전거는 얼마나 멋진지! 날렵해 보이는 몸통과 튼튼해 보이는 두 바퀴까지. 정말 멋진 예술품같이 보였다.
나는 멀리서 그 사이클 선수와 자전거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걸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선수들은 자전거를 그늘에 세워 두고는 기지개를 켜기도 하고, 물을 마시기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물 마시는 광경이 너무나 흥미로 왔다. 선수들마다 제각기 자전거에서 물통을 꺼내 물을 마시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자전거의 안장 밑 중심축에 물병을 꽂을 둥근 고리가 달려 있었다.
“바로 이거야!”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 물통꽂이는 거리의 어떤 자전거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것을 조금만 응용하면 내가 원하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길로 즉시 철공소로 달려갔다. 그리고 사이클 선수의 물병꽂이와 같은 모양의 것을 만들었다. 다만 길이를 보다 늘이고 폭을 좀 좁혔다. 물통대신 기다란 우산을 꽂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비가 올 성 싶으면, 엄마는 항상 우산을 가져가게 하시는데, 그것이 내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기다란 우산은 책가방에 잘 들어가지도 않았고, 자전거에 싣기도 곤란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한 손에 들고 다녀야 했는데, 이 덕분에 자전거 핸들을 맘대로 움직일 수 없어 영 골치였었다.
“흠, 아주 멋지군!!”
나는 새로 만든 우산 꽂이에 파란 우산을 꽂아두곤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색색의 끈이나 스티커를 모두 떼어 버렸는데도 자전거는 더욱 멋져 보이고, 늠름해 보였다. 아마도 가운데에 자리 잡은 우산꽂이 덕분인 것 같았다.
“자! 평원을 달리자. 애마야!”
나는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나아갔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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