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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기를 단 조립식 쇠손
우리 아버지는 집짓는 곳이나, 공사 현장에 나가 미장일을 하신다.
“아빠, 다녀오세요.”
동생과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식사를 마치시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아버지의 어깨에는 미장일에 쓰이는 도구들을 집어넣은 가방이 무겁게 매달려 있다.
“오냐, 한샘아, 공부 열심히 해라.”
매일 힘겨운 노동일을 하시면서도 집에서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아버지의 환한 미소 덕분에 우리 집은 가난해도 늘 행복하다.
그 덕분에 나는 보이 스카우트에 들어가 활동도 하고, 부족한 것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지?”
혹시라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큰 소리로 서슴없이 대답한다.
“우리 아버지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래? 뭐 하시는 분인데?”
“미장일요.”
뜻밖이라는 듯, 실망의 빛을 띄우기도 하고, 웃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아버지는 학벌도 없고, 높은 지위도 없지만 우리가 아무리 실수를 해도 화를 내는 법이 없고, 언제나 자상하시며, 넓은 마음을 가진 정직한 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에게도 인정을 받는 분이시지요.”
그렇다. 허영심이 많아 못나고도 잘난 체 하거나, 욕심 때문에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보다 훨씬 멋진 아버지다.
땀 흘려 일하시지만, 그 수고의 대가로 아내와 자식에게 행복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며, 보람으로 알고 지내시는 참 인간적인 아버지.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마음속으로도 눈물겹도록 사랑한다.
그런데 가끔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집에 들어오실 때가 있어,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다녀오셨어요? 아빠! 그런데 무슨 걱정이 있으세요?”
“아니다. 오늘 또 쇠손을 잃어버려서 그렇단다.”
벌써 몇 번째 같은 대답이었다.
“왜 쇠손을 자주 잃어 버려요? 아빠!”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하다보니 잘 빠뜨리게 되는구나.”
“그래요? 아빠, 그래도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마세요.”
“오냐.”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아버지의 표정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모습이었다.
‘쇠손을 잃어버리지 않고, 손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아버지의 걱정스런 표정을 보며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될까?’
그때부터 나는 이런 생각에 매달리게 되었다.
나는 우선 아버지가 주무실 때를 기다렸다가 가방을 열고, 쇠손을 자세하게 관찰했다.
‘음, 쇠손마다 손잡이가 붙어있고, 딱딱한 철로 되어있으니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할 수 밖에.’
관찰 결과, 쇠손의 부피를 줄여야 가지고 다니기가 편리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부피를 줄일 수 있을까?’
여러 가지로 궁리 끝에 작은 쇠손만 그대로 남겨두고, 모든 쇠손의 손잡이를 떼어낸 후, 작은 쇠손을 끼워서 사용하면 될 것 같았다.
다음 날, 나는 근처에 사는 삼촌과 함께 시장을 돌아다니며 쇠손의 종류와 크기, 용도 등을 조사해 보고 1벌의 모든 쇠손을 구입했다.
“야, 한샘아! 삼촌 용돈 다 나간다. 이거 장난이 아니네.”
삼촌은 농담을 하면서도 내 생각이 기특하다며 열심히 도와주셨다.
“삼촌, 미안해요. 다음에 내가 크면 꼭 갚아드릴게요.”
“짜 아식, 뭘 또 그렇게 갸륵한 생각씩이나.”
모든 쇠손을 구입한 것은 한 자루의 작은 쇠손으로 크고 작은 여러 용도의 쇠손을 작은 쇠손에 끼워서 사용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고, 또 다른 새 개발품이 나와 있는지 시장조사를 해 보기 위해서였다.
“한샘아, 시장에도 특별한 상품이 없는 것 같지?”
“네, 그래요.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고 연구해 보면 길이 있을 거예요.”
“뭔가 기막힌 발명품이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삼촌은 내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등을 두들겼다.
시장조사를 마친 후, 한 자루의 쇠손에 끼워 쓰도록 설계도를 그렸다. 그리고 두꺼운 종이로 모형 쇠손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삼촌과 함께 철공소에 가서 작품 제작을 부탁했다.
“아빠, 특별한 쇠손을 만들었는데 한번 사용해 보세요.”
“그래? 우리 한샘이가 절말 효자구나.”
아버지의 흐뭇해하시는 표정에서, 내 마음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때가 되어, 일터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한샘이가 만든 쇠손이 부피가 작아 가지고 다니기가 매우 편리하더구나. 한 가지 흠이 있다면, 포개어 사용하기 때문에 조금 무거웠다.”
나는 또 고민에 쌓였다.
“포개지 않고 사용하는 방법?”
삼촌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삼촌과 함께 아버지가 일하시는 작업현장을 찾아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 그렇구나. 쇠손마다 끼움 쇠를 만들어 달고, 하나의 손잡이에 끼움 구멍을 만들어 나비너트로 조여서 사용하게 하고 동시에 수평을 잡으면 작업 능률도 오르겠어.”
여러 번의 수정을 통해, 드디어 수준기를 단 일석삼조의 쇠손이 탄생했다.
아버지는 칭찬을 하며 기뻐하셨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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