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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용 비누 제조기
여름 방학만 되면 나는 마음이 설렌다. 방학이 되면 외할머니 댁에 가서 신나게 여름을 보낼 기대감 때문이다.
외할머니 댁에는 커다란 밤나무, 감나무, 포도나무가 집 안 밖으로 빙 둘러 있고, 몇 발자국만 가면 마을 앞으로 흐르는 시냇물이 있어 형들과 함께 그곳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미역을 감곤 했다.
“동규야, 어서 오너라.”
외할머니와 외삼촌은 변함없이 나를 반겨 주시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동규가 이제 더욱 의젓해졌구나. 그래, 아빠 엄마는 잘 계시지?”
“네, 외할머니. 안부 전해 주시랬어요. 그리고 이거 엄마가 보냈어요.”
나는 선물꾸러미를 외할머니 앞으로 내밀며, 어서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어 눈치를 살폈다.
“그래, 고맙다. 더울 텐데 저 시원한 감나무 그늘에 가서 놀아라. 내가 금방 감자 쪄갖고 가마.”
“개울에 가서 미역 감을래요.”
그러자 곁에 있던 외삼촌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네 왔다.
“동규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빨리 나가고 싶지?”
“네, 외삼촌!”
“그런데 좀 곤란하게 되었다.”
“네, 왜요?”
“응, 참. 동규야! 개울에는 가지 마.”
외할머니의 말씀에 의아해하며 나는 밖으로 나와, 마침 학원에서 돌아온 형과 함께 마을 앞 시냇가로 갔다.
“형, 왜 개울에 가지 말라는 거야?”
“가 보면 알아.”
쪽 대를 들고 잠자코 앞장 서 가던 형이 한 곳을 뒤져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아니? 이럴 수가!”
방금 건져 올린 물고기들은 배에 심한 상처가 나 있거나, 등이 굽는 등 보기에도 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제 알았지? 저 위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물이 오염되어 독성이 가득해. 이 물로 미역을 감으면 온 몸이 가렵고 피부가 빨갛게 된단다.”
“그래, 형! 정말 실망인데.”
정말 물의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우울한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되었다.
‘수질 오염을 줄일 수는 없을까?’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수질 오염에 대하여 생각하던 나는 책을 통하여 강물 오염은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나 가축의 분뇨도 원인이 되지만, 전체의 65%정도는 생활하수가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각 가정에서 강물을 오염시킬 수 있는 것들이 뭘까 적어 보자.’
나는 오염의 원인이 되는 생활하수의 종류들을 메모해가며,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주머니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아줌마, 뭘 하세요?”
“응, 통닭집에서 사온 폐식용유를 가지고 비누를 만드는 거야.”
호기심이 생겨서 그 과정을 자세히 지켜보니, 양잿물과 물을 섞어서 저어준 다음 농약을 뿌릴 때 사용하는 큰 고무 통에 식용유를 섞어서 긴 나무 막대로 1시간 동안 저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무 상자에 비닐을 깔고 부어, 비누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
“차라리 비누를 사서 쓰는 것이 훨씬 편리하겠네요.”
“아니란다. 힘이 들어도 재료비가 적게 들고 이렇게 만든 비누가 훨씬 세탁이 잘 되기 때문에 만들어 쓰는 것이 나아.”
“그런데 손으로 젓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보여요. 기계의 힘을 이용하면 쉬울 텐데.”
그 다음 날, 나는 자원 재활용관을 찾아가 이미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는 비누 제조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 제품은 한 대당 300만원으로 값이 너무 비싸고, 많은 양의 식용유가 있어야 비누를 만들 수 있는 등 일반 가정이나, 학교에서 활용하기에는 적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값이 싸고, 비누 만들기에 편리한 기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나무 막대 대신 식용유와 양잿물을 저어주기 위한 회전날개를 설계하고, 못쓰게 된 세탁기의 모터를 사용하면 어떨까요?”
아버지께 이 일을 말씀드렸더니, 곧 낡은 세탁기를 구해 주셨다.
그런데 회전 날개의 돌아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철공소 아저씨께 말씀드렸더니 스로우 모터를 이용하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아저씨, 부탁해요.”
아버지와 나는 세탁기의 모터에 스로우 모터를 연결하고, 회전 날개가 돌아가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선풍기의 타임스위치를 떼어다 붙였으며, 플라스틱 페인트 통을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폐품을 활용하니 재료비도 얼마 안 드는구나.”
“네, 아빠! 6만원 정도 들었는데, 성능은 전시관의 300만 원 짜리 재생비누 제조기와 거의 같아요.”
“문제는 성공이냐, 실패냐 구나.”
드디어 실험을 하는 날이 되었다.
‘제발 성공해야 할 텐데.’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물 2.6ℓ에 양잿물 1.5㎏을 넣고 스위치를 돌렸다.
3분 정도 지난 후 9ℓ의 폐식용유를 넣고 1시간 정도 저어지도록 타임스위치를 조절하고 전원을 연결했다.
“와, 성공이다. 대 성공이야!”
노란색을 띤 걸쭉한 비누가 완성된 것이다. 이것을 미리 씻어서 말려둔 우유팩에 담았다.
“아줌마, 제가 발명한 제조기로 만든 비누에요. 써 보세요.”
“그래? 동규가 그런 재주가 있는지 몰랐네. 잘하면 에디슨이 또 한사람 나오겠어.”
나는 벌써부터 과학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발명은 정말 재미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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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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