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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달린 다리 완력기
나는 스케이트 선수다.
스케이트를 타고,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쾌감은 나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내 꿈은 전 이경 언니처럼 훌륭한 쇼트트랙 스케이트 선수가 되어 세계를 재패하는 것이다.
그런데 꿈과 현실은 너무 동떨어진 것 같다.
“김 보영, 너는 달리는 거냐? 걷는 거냐?”
호통 치는 코치 선생님의 불호령이 나를 가끔 고민하게 한다.
“다리에 살만 쪘지, 힘이 하나도 없잖아!”
그래서인지 내 딴에는 진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훈련을 하지만, 다른 지역의 아이들에 비하여 별로 성과가 없었다.
“보영아, 왜 그래? 무슨 일이 있니?”
“아니요. 언니!”
“아닌데, 힘이 없어 보여!”
“그래요? 사실은 스케이트를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에요.”
“왜? 왜 그런 생각을 해! 너는 이 지역에서 언니, 오빠들을 제치고 최고로 빠른 선수라고 칭찬을 받고 있지 않니! 그러면서 그런 생각을 다 해? 너 답지 않다.”
그랬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나를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하지만 전국대회에서는 통하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다.
“보영아, 준비 다 되었니?”
“네, 아빠.”
“그럼, 이제 서울로 출발이다.”
전국대회가 있는 날이면 아빠는 내게 온갖 정선을 다 쏟아 주셨다.
“보영아, 혹시 잘 안되더라도 실망하지 말거라.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지, 꼭 1등을 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알았지?”
“네, 아빠! 걱정 마세요.”
전국대회에는 각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다 모이기 마련이다.
코치 선생님께 호통을 맞으면서 열심히 연습을 했어도, 내 실력으로는 대회에서의 성적이 중하위권에 머물기 일쑤였다.
“아이 참, 또 틀렸어!”
실망한 나는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아빠는 내가 측은해 보였는지 항상 등을 두들겨 주시며 위로했다.
“보영아, 그래도 작년 보다는 많이 나아졌잖아! 너무 마음아파 하지 말거라. 기회는 또 다음에도 있어.”
그러나 나는 나 자신에게 무척이나 화가 났다.
‘바보! 나는 바보야. 명색이 스케이트 선수고, 똑같이 훈련을 하는데도 왜 나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는 걸까? 왜? 왜?’
그렇게 화가 나있던 어느 날, 아빠는 나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씀하셨다.
“보영아, 다리에 힘을 기르는 기구 같은 것 하나 못 만드니?”
‘아, 그렇지. 내 약점은 다리에 힘이 없는 거라고 코치선생님이 말씀하셨었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나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당장 아빠를 졸랐다.
“아빠, 운동구점으로 함께 가세요. 다리 힘을 기르기 위한 운동기구 사주 세요. 네? 열심히 할게요.”
“녀석, 성미도 급하기는... 알았다. 함께 가 보자.”
그러나 스포츠 사를 다 뒤지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나에게 필요한 기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 이것들 말고는 없어요?”
그저 앉거나, 서서 스스로 운동을 통해 힘을 기르는 기구 밖에는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어느 운동구점을 가도 마찬가지 일거에요. 운동기구는 다 이런 정도의 종류밖에 없습니다.”
풀죽은 모습으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놓고 있는 내게 아빠는 놀리듯이 말씀을 내던졌다.
“보영아, 사려고만 하지 말고 연구해서 만들어 보면 어때!”
나는 속으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정말, 좋은 수가 없을까?’
그리고는 길을 걸을 때나, 스케이트 연습을 할 때나, 학교, 혹은 집에 있든지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 찼다.
스케이팅을 할 때 스피드를 내기 위해서는 양쪽의 발을 이용하여 마치 용수철처럼 빠르고 강하게 튀는 듯 무릎을 굽히고 밀어야 하는데, 나는 그 힘에 부족했다.
“그래, 용수철이야!”
가만히 생각에 몰두하던 나는 얼른 용수철 같은 스프링 기구를 찾아, 스포츠용품점으로 달려갔다.
그랬더니 양쪽 손잡이에 스프링이 몇 가닥으로 연결되어 있는 기구가 보였다.
“아저씨, 저게 뭐예요?”
“응, 그것은 완력기라는 거야.”
나는 집으로 돌아와, 아빠의 퇴근시간을 기다렸다가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아빠, 다리에 스프링을 달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훈련을 하면 어떨까 하는 데요.”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아빠와 나는 가게로 달려갔다.
“어디서 이런 스프링 좀 구할 수 없겠습니까?”
“아, 그거요? 그것만은 파는 게 아니라서... 그러나 손님이 꼭 필요하시다면 공장에 특별히 주문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우선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내가 만들어야 될 기구의 설계도와 필요한 재료를 적었다.
“아빠, 이렇게 하면 스프링의 힘을 이용하여 무릎을 구부리고 옆으로 밀 수 있기 때문에 훈련에 큰 도움이 되겠지요?”
“음, 그러나 혹시 다리에 무리가 갈지 모르니까 헬스기구 공장에 이 설계도를 보내서 특별히 주문하자.”
내가 직접 만들지 못한 것이 섭섭하기는 했지만, 세계 챔피언의 꿈을 위해 아빠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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