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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배드민턴 라켓
“민혁아, 그만 일어나 거라.”
“아빠, 왜 그러세요?”
“아빠랑 운동장에 가야지.”
공휴일 아침이면, 단잠에 빠져 있는 나를 깨우시는 아빠의 목소리가 기상나팔 소리보다 더 우렁차다.
부스스 일어나, 눈을 비비며 따라나서는 나에게 배드민턴 라켓을 쥐어주시고, 나의 서투른 솜씨에 맞춰주느라 진땀을 흘리면서도 흐뭇해하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열심히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저는 배드민턴부에 들어가겠어요.”
마침 학교 클럽활동에 배드민턴부가 있어서 신청하게 되었다.
“자, 스윙 연습을 해 보자.”
기초부터 열과 성의를 다하여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배드민턴은 더욱 재미있고, 즐거웠다.
다음 시간까지 기다리는 1주일이 무척이나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래서 어느 때는 선생님을 찾아갔다.
“배드민턴이 그렇게도 좋으냐?”
“네, 선생님! 제 희망은 배드민턴 선수가 되는 것이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언제부터 배드민턴을 치셨어요?”
나의 물음에 선생님은 자상하게 대답해 주셨다.
“응, 민혁이보다 더 늦은 중학교 다닐 때부터 했단다. 민혁이는 지금부터 하면 선생님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당장 선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나는 부모님께 말씀드려, 배드민턴 라켓을 가볍고 질긴 것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새로 산 라켓을 친구들한테 빨리 자랑하고 싶었다. 또 너무나 좋아서 첫날밤은 끌어안고 잤다.
라켓을 안고 잠이 들어서인지, 미래의 선수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해서인지, 꿈속에서 방수현 누나와 시합을 하느라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민혁아, 학교 늦을라. 서둘러라!”
“네, 엄마. 알았어요.”
그 날, 학교를 향하는 내 마음은 즐거웠고, 라켓을 들고 달리는 발걸음은 날아갈듯 가벼웠다.
“야! 라켓 새것이구나!”
“민혁아, 어디서 샀니?”
“얼마 주었니?”
부러운 듯 내 주위를 둘러싼 친구들의 질문이 터져 나왔다.
“응, 비싼 것은 아니야. 앞으로 열심히 연습을 해서 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이 나의 꿈이란다. 너희들 잘 보아라.”
“어? 민혁이 네가?”
나는 마치 대표선수라도 된 듯이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그 후, 아빠와 함께 근처의 배드민턴 장에서 다른 조하고 복식게임도 했다.
“민혁아, 우리 작전은 이거야. 알았지? 승리하려면 정신 바짝 차려!”
“알았어요. 아빠!”
그렇게 열심히 하던 어느 날, 클럽활동이 있어서 라켓을 가지고 급히 가던 중 나무에 걸려서 그만 자루가 끊어져 버렸다.
“어? 이게 뭐야?”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민혁아, 왜 그러니?”
“이런, 자루가 끊어졌잖아. 다치지는 않았니?”
“그건 체육사에 갖다 맡기면 고쳐 줄 거야.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아휴, 속상해! 오늘 연습은 못하게 되었잖아!”
“한 시간 안 하면 되지 뭐, 아니면 빌려서 할 수도 있고.”
나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친구들이 야속하고, 얄밉기까지 했다.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 아침에 있었던 내용을 말씀드렸다.
“잘 보고 다녀야지, 이곳은 고치기도 어렵겠구나.”
집에 돌아온 후에도 부러진 라켓이 너무 아까워 그날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민혁아, 다음에 다시 하나 사자. 너무 걱정 마라.”
아빠는 오히려 안심을 시켜 주셨지만 나는 라켓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왜 하필이면 새로 구입하여 가장 아끼는 라켓이 두 동강이 났단 말인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
며칠을 궁리해 보았지만 달리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무심코 우산대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아! 바로 이것이구나.”
그 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헌 우산대를 분해해 보고, 설계도를 그려 보았다.
그리고 만들어 보기를 여러 차례. 마침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민혁아, 이것을 정말 네가 만들었단 말이야?”
“그렇대도. 오늘 선생님께 보여드릴 예정이다.”
다시 한번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며, 나는 라켓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배드민턴부로 갔다.
“선생님, 제가 만든 라켓이에요.”
“오, 그래? 잘 고쳤구나. 이 라켓은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고, 보관하기에도 좋구나. 민혁아! 정말 잘했다.”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어깨가 으쓱해졌고,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절로 힘이 났다.
배드민턴의 꿈도 이루고, 발명도 하고 어쨌든 라켓을 통해 나는 삶의 보람과 희망을 갖게 되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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