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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강아지 유모차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는 날이다.
“얘, 기준아! 톰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데 좀 갖다 오렴.”
“네, 알았어요. 엄마!”
톰은 내가 기르는 강아지 이름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나와서 나를 반기며 꼬리를 흔들어 주고, 집안에서는 내가 어디를 가든지 졸졸 따라다니며 재롱을 떠는 귀염둥이이다.
그런데 오랜만의 외출이라 어리둥절해 하며 잘 따라오지 못하는 톰을 안고, 나는 가축병원을 향해 걸어가야 했다.
더운 여름철이라 등에서 땀이 흐르고, 강아지 털은 몸에 달라붙었다.
점점 팔이 아파오고, 나중에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휴, 이거 참 고역이네!’
그렇게 예쁘고 귀엽기만 하던 톰이 밉다는 생각도 들었다.
“톰! 가만히 있어.”
나중에는 움직이려는 톰을 쥐어박으며 짜증을 부렸다.
“아이 참, 고것이 가벼운 줄 알았는데 되게 무겁군. 가축병원은 왜 또 이렇게 멀리 있는 거야?”
평소에는 가깝게 느껴졌던 가축병원조차 멀게만 느껴졌다.
간신히 도착하여, 예방 접종을 마쳤다.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마치고, 다시 톰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때마침 예쁜 아기가 유모차를 타고, 기분 좋게 웃으며 내 앞을 지나갔다.
‘우와, 나도 휴대용 강아지 유모차를 만들어 갖고 다니면 안 될까? 생활에 훨씬 도움이 될 텐데.’
그렇게 된다면 톰과 즐거운 마음으로 외출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수가 없을까?’
끙끙대며 생각을 해 봤지만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공휴일 아침.
“엄마, 어디 가세요?”
아침 일찍 운동화를 신고, 나갈 채비를 하는 어머니에게 무심코 물었다.
“응, 약수터에 물 뜨러 간다. 지난번에 떠온 물을 다 먹었어. 너도 갈래? 가고 싶으면 따라 와!”
“네, 저도 준비하고 나올게요.”
내가 방에 들어가서 모자를 쓰고 나오는 사이, 어머니는 수레를 꺼내 놓고 물통을 붙잡아 메고 계셨다.
“엄마, 이리 주세요. 제가 끌래요.”
“그래? 그럼 어서 가자.”
나는 수레를 끌고 어머니 뒤를 따랐다.
약수터를 오르는 길은 조금씩 가파르고, 경사가 져서 올라가는데 숨이 찼다.
“기준아, 힘들지?”
“아니요. 엄마! 지금은 빈 수렌데요 뭐!”
“엄마야 운동 삼아서 일부러 힘들게 다닌다마는 너는 재미없을걸.”
“괜찮아요. 공기도 좋고, 풀 냄새가 아주 상쾌해요.”
약수터에는 사람들이 앞에 물통들을 놓고, 길게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꽤 오래 기다려야 하겠네요.”
“오늘은 그래도 사람들이 별로 안 나온 편이다. 어느 때는 두 시간씩 기다릴 때도 있단다.”
“그래요? 그것도 모르고 물을 아까운줄 모르고 막 먹고, 남기곤 했는데 이제부터는 아껴 먹어야겠어요.”
“기준이가 철 든 소리를 다 하는구나. 안 그래도 물은 아껴야지.”
30분 이상을 기다린 끝에, 큰 물통 두 개를 채워 수레에 단단히 묶고 끌며 내려왔다.
혼자서 들기조차 어려운 물통 두 개를 거뜬히 실어내릴 수 있었다.
수레의 덕분이었다.
그때, 내 머리를 스치는 아이디어 하나가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다.’
약수터나 시장에 다니면서 끌고 다니는 이 수레야 말로 어디든지 다닐 수 있기 때문에, 톰의 유모차로 쓴다면 매우 간편할 것 같았다.
톰이 수레에서 마음대로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뚜껑을 달고, 밑에는 똥과 오줌이 흐르지 않게 플라스틱으로 받침을 만들어 넣었다 뺐다 하게 한다.
‘그러면 깨끗하게 청소할 수도 있고, 백화점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갔을 때도 좋겠지.’
사람들 중에는 혹시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지만 유모차 안의 강아지라면 별로 문제 삼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나도 강아지를 기르지만, 길 가에 흔한 강아지의 똥을 보았을 때 저절로 인상을 찌푸리며 침을 뱉게 되는데, 분뇨 통이 달려있는 유모차라면 이 문제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강아지의 똥과 오줌은 자연을 더럽히며 공기도 오염시킨다.
그런데 휴대용 강아지 유모차를 사용한다면 외출할 때 강아지를 마음 놓고 데리고 다닐 수 있고,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귀여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기준아, 뭘 그렇게 생각하니?”
어머니의 목소리에 생각에서 깨어난 나는 수레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톰의 유모차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톰의 유모차라고? 아니 강아지를 유모차에 태우겠다는 말이니?”
어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아니요. 아기들이 타는 유모차에 태우겠다는 말이 아니라, 강아지 전용 유모차를 만들겠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했어?”
그제 서야 나는 톰의 예방 접종 때문에 겪은 이야기며, 내 생각을 말했다.
“아, 그랬어? 그랬구나.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엄마가 도와줄 테니까 어디 한번 만들어 보거라.”
“와, 정말이세요? 엄마, 만세!”
그 순간 내가 두 손을 번쩍 드는 바람에 수레가 저절로 굴러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런, 저런!”
나는 수레를 잡으러 마구 뛰기 시작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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