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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테이프를 부착한 매트
“정민아, 준비 되었니?”
“응, 준비 되었어.”
“창수는? 동훈이는?”
“걱정 말고 어서 나가자 성일아.”
나와 친구들은 당당히 걸어 나갔다.
한 손에는 빗자루, 다른 한 손에는 걸레가 들려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전투를 치러야 하는 백전노장처럼 우리들의 눈빛은 결의에 가득 차 있었다.
“너희들 정말 할 수 있겠니? 괜히 일거리만 더 만드는 것은 아니야?”
선생님은 우리들의 위아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선생님, 이래 뵈도 저희들 모두 세차 경력이 한달이 넘었습니다요. 헤헤.”
“선생님, 수고비는 없나요? 염려는 붙들어 매두세요.”
우리는 장난이 섞인 말을 끝으로 세차를 시작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우리들은 선생님께 막무가내로 세차를 해드리겠다고 하여 일을 만든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 어떤 대가를 계산했던 터다.
우리들은 먼저 차안을 쓸어내기 시작했다.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사이의 먼지들을 쓸어냈다. 어찌나 흙이 많던지 투덜대는 소리가 조금씩 터져 나왔다.
“아니, 매트가 깔려있는데도 어떻게 흙들이 여기까지 묻어있지?”
한 친구가 불평을 하더니, 몸을 좌석 밑으로 밀어 넣고 먼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 간신히 다 쓸어냈다.
“야, 아무래도 선생님께선 우리가 세차해 드릴 줄 아셨나 보다. 아니면 이렇게까지 차를 더럽힐 이유가 없는데 말이야.”
그때 마침 선생님께서 나오셨다.
“선생님, 매트 밑에 흙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선생님은 모르실 걸요. 차라리 매트를 깔지 않는 편이 더 낫겠어요.”
우리들은 더럽혀진 매트를 가리키며 입을 모았다.
“그러게 말이다. 더러움을 방지하는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고, 오히려 위험하단다.”
“네? 위험하다고요?”
우리들이 의외라는 듯 놀라는 표정을 짓자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운전 중에라도 간단히 체조를 하여 피로를 푼단다. 저번에는 서울에 다녀왔거든... 발이 저려서 발목을 조금 움직였는데 갑자기 발이 쭉 밀리면서 중심을 잃을 뻔 했어.”
우리는 알았다는 듯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매트가 앞으로 움직여서 사고가 날 뻔 하셨군요.”
“음, 아마도 매트 밑에 모래 같은 것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매트가 움직였을 거야.”
선생님의 그 말씀은 세차를 하는 동안에도, 세차를 끝낸 뒤에도 머릿속에 남아서 뱅뱅 돌고 있었다.
“야, 성일아. 세차 끝났는데 뭘 그렇게 멍청하게 서 있니? 이제 교실로 들어가야지.”
동훈이가 옆구리를 탁 치며 말했다.
“응, 우리 아빠 엄마도 운전을 하시는데 선생님 같은 경우를 당하게 되면 어쩌나 해서.”
순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처참한 교통사고의 장면들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재수 없는 소리 말아라. 성일아! 정말 그렇다면 어쩌려고 그래! 상상도 하지 마!”
동훈이가 내 손을 잡아끄는 바람에 나는 교실로 따라 들어갔지만, 머리 속에서는 끈질긴 생각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매트를 만들어 봐야겠어! 매트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런 사고는 전혀 생길 위험이 없을 테니까.’
그 후부터 나는 하면 된다는 집념을 갖고 골똘히 생각했다.
‘운전할 때는 붙였다가, 청소할 때는 떼어낼 수 있는 것... 그것으로 뭐가 좋을까?’
접착제, 자석, 단추... 머리 속에서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꺼내 보았다. 그러나 적당한 재료가 나타나지 않았다.
‘무엇이 있을까? 어느 것이 적합하지? 영 안 떠오르네.’
접착제는 단 한번밖에 사용할 수 없고, 자석이 가장 이상적이기는 한데 차의 바닥에 설치하는 것이 까다롭고...
결국 내 생각은 한계에 달하여, 깊은 고민에 빠져 버렸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힘없는 걸음으로 집에 들어섰다.
“어? 고모, 귀여운 내 조카 완이도 왔네. 그런데 왜 벌써 가시려고요?”
“응, 성일이 오는 구나! 벌써가 아니고, 아침에 와서 지금까지 하루 종일 놀았단다. 고모부 퇴근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젠 가 봐야지.”
근처에 사시는 고모가 오랜만에 놀러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면서 고모는 거실 바닥에 앉아, 세 살짜리 완이에게 운동화를 신겨주고 있었다.
“아휴, 정말 귀엽고 조그만 신발이다. 앙증맞은 운동화야!”
나는 조그만 신발에 완이의 발을 집어넣고, 매직테이프를 잡아 당겨 꽉 채우는 고모의 손을 보다가, 갑자기 뭔가에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 이렇게 쉬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니.’
나는 곧바로 매직테이프를 구해다가 아빠의 자동차로 달려가서 운전자석의 매트에 매직테이프를 달았다. 매트가 차의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서 보기에도 좋았다.
“성일아, 매트가 쏠리지 않아 좋구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니?”
아빠의 칭찬에 용기를 얻어 다음날, 선생님의 차에도 매직테이프를 달아 드렸더니 싱글벙글 좋아 하셨다.
“돈 잘 밝히는 수전노 녀석들이 이렇게 멋진 발명도 하네!”
“사용료는 얼마나 받을까요?”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웃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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