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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용 장난감 대포
학교에서 체력장 검사가 있는 날이다.
“에이!”
아이들의 야유 속에 너무나 창피하여 나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멀리 던지기를 하는데 두 번 다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너무 낮은 각도로, 또 한번은 하늘높이 치솟다 떨어진 지점이 바로 내 코앞이었다.
보다 못한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이시며 던지는 높이를 잡아 주셨다.
“45도 높이로 던져야 멀리 나가지.”
특별히 다시 한 번 준 기회를 살려서 선생님 말씀대로 따라 던졌다.
“와! 주왕이 잘한다.”
이번에는 35m나 던졌기 때문에, 친구들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평소에 공놀이를 별로 즐겨하지 않던 나로서는 성공을 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체력장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에이 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친구들 앞에서 무슨 망신이람.’
“주왕아,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왜 시무룩한 거야.”
“아니, 아무 일 없었어.”
형의 물음에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낮의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
“주왕아, 그러지 말고 이야기 해봐. 형한테 못할 말이 어디 있겠니?”
형의 채근에 할 수 없이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사실은 오늘 체력장 검사에서 멀리 던지기를 했는데...”
“자식, 뭘 그만한 일로 신경을 쓰냐? 남자가... 그 대신 너는 공부를 잘 하잖아. 머리를 써 봐!”
형의 위로에 다소 마음이 풀린 나는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TV앞에 앉았다.
“우리 숙제는 나중에 하고 텔레비전이나 보자.”
“알았어. 형!”
TV에서는 전쟁터에서 싸움을 하는 장면이 전개되고 있었다.
“이야, 잘 한다. 쏴라 쏴!”
대포알이 날아가고, 기관총이 발사되는 치열한 전투였다.
그때 문득 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저거다.’
낮에 선생님께서 45도 높이로 던져야 멀리 나간다고 하시던 말씀과 함께, 대포의 포신이 45도 정도의 각도로 하늘을 향하고 있는 이유가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던지기와 같은 이치인 것 같군.’
나는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 중에 구상이 떠올라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주왕아, 텔레비전을 보다 말고 어디 가니? 한참 재미있는데.”
“응, 형은 마저 봐, 나는 잠깐 할 일이 있어.”
나는 내방으로 가서 책상 앞에 엎드려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골프공이 들어 갈만한 원통 파이프에 ‘ㄱ’자형 구멍을 뚫고, 스프링과 탄창이 부착된 것을 원통 속에 넣었다.
‘탄창 위에 손잡이를 달면 포신이 되겠지.’
포신을 받치는 철판에 포신을 볼트와 너트로 고정시키면 상하로 자유로이 움직이고, 각도를 알기 위해 포신에 각도기를 부착하고 받침대 밑에 4개의 케스타로 플라스틱판을 고정시키기로 했다.
다음날, 나의 설계도를 보신 아버지께서 재미있는 착상이라며 칭찬을 해주셨고, 형도 매우 좋아했다.
“그런데 주왕아, 제작과정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럴까? 형! 그럼 어떻게 하지?”
“그래도 한번 부딪쳐 봐야지.”
우리는 설계도를 가지고, 청계천 공작소를 찾아가 의뢰했지만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거절을 당했다.
“형,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아빠 친구 분 중에 이쪽 방면에서 일하시는 분이 있는지 알아보자.”
“그거 좋은 생각이야. 형은 역시!”
아버지의 친구 분을 통해 소개받은 곳에 가서 사정을 한 끝에 겨우 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일껏 공을 들였는데 이게 뭐야?”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러. 형! 다시 한번 문제점을 찾아보게.”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보완과, 수정을 거듭하여 두 달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이게 네 작품이란 말이지?”
“네, 아빠!”
아버지는 신기하다는 듯 작동을 해 보시며 말씀하셨다.
“줄낚시 할 때 떡밥 던지는 기구로 사용하면 좋겠다.”
“네, 각도 따라 거리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지요.”
장난감 대포알이 나가는 것을 보며, 낚시를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더 좋아 하시는 것이었다.
“주왕아, 대포알에 낙하산을 달면 어떨까? 무척 재미있겠는데.”
형이 거들었다.
“글쎄...... 경우에 따라서는 게임기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아, 맞다. 이것을 이용해서 공을 던지게 하고, 연습용으로 사용할 수 있겠어.”
“테니스 말이야?”
“꼭 테니스공이 아니더라도, 야구공을 던지게 하고 치게 한다든지... 개발만 잘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겠어.”
그러자 아버지께서 한마디 거들었다.
“듣고 보니 그렇구나. 스포츠용으로 혹은 레저용으로 이용이 가능하겠다.”
“우와, 그러고 보니 우리 주왕이가 대단한 발명을 했구나.”
“형도 참, 놀리기는.”
“아니다. 우리 주왕이 발명박사 만세다. 만세!”
체력장 검사에서 창피를 당했던 우울한 기억이 한꺼번에 씻기는 듯한 유쾌한 순간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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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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