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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부착물 제거용품
토요일 오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전주에 붙어있는 여러 가지 부착물을 떼어내는 것을 보았다.
칼로 떼어내느라 고생을 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워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무척 힘드신 모양이군.’
아저씨들이 제거하는 것들 중에는 필요한 것도 있었다. ‘환경정화’라고 하며 모두 떼어내는 것이 나 같은 학생의 눈에는 이상스럽기만 하였다.
전주에 붙어있던 광고물을 대충 떼어낸 아저씨들은 담장과 건물 벽에 있는 것들도 제거하셨다.
흥미가 있어서 오랜 시간 구경하고 있는 나에게 한 아저씨가 말했다.
“너는 왜 오랫동안 우리가 하는 일을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니?”
나는 잠자코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한 아저씨가 얼굴에 많이 난 땀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일행에게 말했다.
“아휴, 힘드니까 쉬었다 합시다.”
그러자 아저씨들은 그늘에 앉아 쉬면서 잡담을 시작했다.
한참 있다가 나는 아저씨들께 다가서며 말했다.
“저도 한번 해 볼까요?”
그러자 한 아저씨가 대답했다.
“얘야, 안된다. 이 작업은 생각 보다는 힘들고, 잘못하면 칼에 손을 벨 수도 있단다.”
그러나 나는 계속해서 한번 해 보겠다고 아저씨를 졸랐다.
“그럼 해 봐라. 그런데 이 칼은 칼자루를 이렇게 잡고.”
한 아저씨가 허락하면서, 안전하게 칼자루를 쥐는 법과, 사용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셨다.
‘이런 하찮은 일도 꽤 까다롭네. 하지만 이런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뭐! 내가 하는 솜씨를 보면 놀라실 거야.’
나는 속으로 이렇게 뇌까리며 작업을 시작해 보았다.
그러나 막상 일을 해보니 생각과 다르고, 마음대로 되지를 않았다.
“어? 이게 아닌데.”
“하하하, 그것 봐라. 잘 안되지?”
아저씨들이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세상일이란 남이 할 때는 다 쉽고, 보잘 것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본인이 해 봐야 비로소 어려움을 깨닫게 되는 거야.”
“얘야, 어떠한 일이건 그 나름대로 기술이 필요한 것이란다.”
“정말, 그렇군요. 아저씨!”
그 날, 나는 참으로 좋은 경험을 하였다. 집에 오는 길에 ‘어떻게 하면 전주나 담장 등 벽에 붙어 있는 광고물을 간편하게 제거할 수 있을까?’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 후로도 뾰족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빨리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 때문인지 조급한 마음만 앞설 뿐 별다른 수는 없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 속에서는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기술·산업시간이었다.
전기드릴에 관해서 배우게 되었는데, 문득 전기드릴에서 모터를 응용하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나는 즉시 도면에다 그림과 사용법 등을 기록했다.
그리고는 토요일 오후, 용돈을 가지고 발명품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시장으로 갔다.
먼저 플라스틱 파이프 가게로 갔다.
“아저씨, 파이프를 주세요.”
“몇 미리짜리를 줄까?”
“50㎜ 짜리로 주세요.”
다음에는 전기상회로 가서 모터와, 스위치, 전선 등을 구입했다.
물품을 모두 구입한 후, 집으로 와서 플라스틱 파이프를 절단하고, 쇠톱으로 모터가 들어갈 수 있도록 홈을 팠다.
파이프를 오려낸 부분은 뚜껑으로 사용하기 위해 아주 조심해서 오려 냈다.
모터를 파이프 속에 고정시키고, 전선과 스위치를 설치하였다.
모터 끝 부분에 칫솔을 잘라서 부착하고, 작동시켜 보니 그럴듯했다.
‘이제 됐다. 이번에 진짜로 광고물을 제거하는 실험을 해 보자.’
그런데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빠, 생각했던 것과 실제에 차이가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는 아버지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도움을 청했다.
“성용이가 참으로 기발한 생각을 해냈구나. 그런데 칫솔은 너무 약하니까, 와이어 브러시를 이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빠, 와이어 브러시가 뭐예요?”
나의 물음에 아버지께서 대답하셨다.
“응, 철사로 만든 솔이란다.”
다음 날, 나는 철물점에 가서 와이어 브러시를 사다가 적당한 길이로 잘랐다.
“어떠니? 잘 되던?”
자른 브러시를 조립하여 테스트를 해보니 잘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네, 아빠. 잘 되긴 하는데 단단히 붙은 벽지를 제거하기는 힘들어요.”
“그렇겠지. 그냥은 안 떨어지지.”
“물에 불려야 잘 떨어지겠지요?”
나는 어머니가 다림질 할 때 사용하는 스프레이를 보고, 호스와 연결하여 사용하면 좋으리라 생각했다.
과연 스프레이를 호스와 연결, 발명품에 조립하여 시험해 보니 훌륭하게 제몫을 했다.
“우와, 드디어 해냈다. 해냈어!”
기분이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고 기뻐하는 나에게, 부모님이 칭찬을 하셨다.
“우리 성용이가 정말 이렇게 좋은 발명품을 만들었어?”
“이제 거리가 더 깨끗해지겠네.”
환경 미화원 아저씨들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더욱 흐뭇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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