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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의 눈 제거기
“영미야, 어서 일어나 거라.”
엄마의 목소리에 눈을 뜬 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엄마를 향해 말했다.
“아니? 엄마! 아직 이른 아침이잖아요. 그런데 왜 벌써 깨우세요?”
그러자 엄마는 풀죽은 목소리로 기운 없이 말을 이었다.
“글쎄, 어서 일어나! 아빠 엄마는 밭에 나가 봐야겠다. 밥상 차려 놓았으니 동생이랑 같이 먹고 학교에 가거라. 알았지?”
우리 부모님은 밭에다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놓고 특용작물을 재배하고 있었다. 하우스에서 오이 작업을 하시려나 보다고 생각한 나는 속으로는 짜증을 내면서도, 힘들게 일하실 아빠 엄마를 생각하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알았어요. 엄마!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세요.”
그렇게 아빠 엄마는 밖으로 나가신 후, 나는 영수를 깨워 함께 밥을 먹고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러자, 갑자기 눈부시도록 하얗게 변한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눈이 내렸다.”
“누나, 신난다. 그치?”
“그래, 우리 학교까지 뛰어 갈까?”
“응, 빨리 가서 눈싸움 하자.”
“그럼, 가자!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나는 토끼처럼 깡충거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렇게 줄기차게 뛰어 학교에 도착하자, 운동장에선 벌써 등교한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누나, 책가방 두고 나오자.”
“그래, 알았어. 나도 교실에 들어갔다 올께.”
우리 아빠 엄마는 농사일로 바쁘셔서 아침 일찍 밭에 나가면 저녁 늦게 돌아오시는 것이 일과이기 때문에, 나는 항상 동생을 데리고 다녔다.
“와, 눈이다. 받아라!”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과, 눈 위에서 뒹구는 아이들로 운동장은 금 새 초만원이 되었고 무릎을 넘던 눈이 차츰 뭉개지기 시작했다.
눈 위로 무수한 발 자욱이 찍히고, 운동장 구석구석까지 작은 발 자욱이 났다.
이윽고, 수업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하늘에선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야! 또 눈이 온다.”
“그래, 정말 눈이 많이 온다.”
교실 안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창밖에서는 계속해서 눈이 내렸다.
수업이 끝난 후, 눈은 그쳤지만 쌓인 눈이 무릎을 넘었다.
나는 다시 동생의 손을 잡고 집을 향해 걸었다.
“영수야, 하우스에 들려서 갈까?”
아침에 엄마에게 짜증을 낸 것이 마음에 걸린 나는 문득 아빠 엄마께서 일하실 비닐하우스를 생각해냈다.
“으응, 그래 누나!”
동생은 엄마한테 간다니까 무조건 좋아했다.
뽀드득거리는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동생과 내가 비닐하우스에 도착했을 때였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제 서야 나는 아침에 유난히 힘이 없어보이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해냈다.
밤새 내린 눈으로 비닐하우스는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고, 그동안 쑥쑥 자랐던 오이들이 모두 얼어 죽은 모습으로 내 눈앞에 펼쳐졌던 것이다.
“누나, 오이가 다 얼었어!”
나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빠 엄마의 한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했다.
‘그랬구나.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
나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떻게 하면 눈이 내려도 비닐하우스가 망가지지 않을까?’
오직 그 생각만이 머리 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영미야, 영수야! 학교 가니? 오늘은 이 삼촌이 데려다 줄게. 차에 타거라. 날이 너무 춥다.”
출근하려던 삼촌이 자동차의 시동을 걸며 문밖을 나서는 우리를 불러 세웠다.
“와, 신난다.”
나는 얼른 삼촌의 옆자리인 조수석에 앉았다.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자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유리창에 눈이 쌓이면 와이퍼가 작동하여 눈을 쓸어내렸다. 와이퍼가 움직이는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문득 환호성을 질렀다.
“옳지, 바로 이거다. 와! 찾아냈다.”
영문을 모르는 삼촌이 나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물었다.
“뭘 찾아냈다는 거냐?”
“이 와이퍼 말이야 삼촌, 이 와이퍼의 작동원리를 알고 싶어요.”
“그래? 그건 알아서 뭐하게?”
그제 서야 나는 눈이 많이 내려 무너져 내린 비닐하우스의 이야기를 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단다. 그런데 와이퍼가 비닐하우스와 무슨 상관이 있지?”
“와이퍼의 원리를 이용하면 비닐하우스의 눈을 자동으로 쓸어내려, 하우스가 무너지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삼촌!”
“아! 그렇구나. 과연 우리 영미다운 생각이다. 이 삼촌이 도와줄게. 그 기막힌 아이디어로 멋진 발명품을 만들어 봐라.”
“알았어요. 삼촌, 당장 오늘부터 연구할거에요.”
자동차의 유리창 밖으로는 여전히 함박눈이 펄펄 날리고, 와이퍼는 기운차게 그 눈을 쓸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발명품이 완성되던 날, 나는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 무슨 일이든 하면 된다. 우리 앞에 아무리 시련이 닥치고, 어려운 일이 생긴다 해도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길은 있어!”
아빠 엄마는 내 손을 꼭 잡아주시며 기뻐하셨다.
“우리 영미, 만세! 발명왕 만세!”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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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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