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항날개 달린 고성능 믹서 기
태양이 이글거리고,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여름이다.
“어휴, 더워! 입맛도 없고 오늘 점심은 뭐 해 먹는다지?”
엄마는 선풍기 바람에 얼굴을 들이대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시장하던 참이라 갑자기 시원한 것이 먹고 싶어 졌다.
“엄마, 냉 콩국수 어때요? 시원하게 얼음 띄워서...”
“냉 콩국수? 그래. 그게 좋겠다. 마침 냉장고 안에 불린 콩이 있어.”
엄마는 벌떡 일어나, 앞치마를 두르고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아휴, 더운데 뭘 그리 보고 있니?”
나는 엄마 옆에 앉아, 빙빙 돌아가는 믹서 기 안을 들여다보았다.
“얘, 태균아! 다친다니까. 장난하지 말거라.”
“알았어요. 엄마!”
엄마의 말에 나는 하던 동작을 멈추었고 대답했지만, 내 손은 여전히 믹서 기를 만지며 빙빙 돌아가는 믹서 기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엄마는 갈던 콩을 걸러서, 갈아지지 않은 콩을 다시 믹서 기에 넣고 스위치를 눌렀다.
엄마는 믹서 기를 자주 사용하시는데,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하다가 모터를 태운 적도 있다.
‘왜? 믹서 기는 한번에 다 갈아지지 않을까? 왜, 3분정도 켰다가, 껐다가를 해야 할까?’
속으로 생각하며 궁금해 하던 나는 우연히 엄마의 행동을 지켜보게 되었다.
엄마는 믹서 기에 콩을 넣고 갈다가, 믹서 기 뚜껑을 열고는 수저로 내용물을 섞었다. 나는 믹서 기가 돌아가면서 소용돌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돌아가는 내용물에 수저를 대면 소용돌이 현상이 없어지는 것도 알았다.
그것이 신기하여 엄마가 잠깐 딴 일을 보는 사이 믹서기안에 수저를 넣었다. 그리고는 계속 대고 있었다.
“태균아,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니?”
한 눈을 팔던 엄마가 깜짝 놀라 나를 나무라셨다.
나는 얼른 수저를 빼냈다.
잠시 후, 엄마는 믹서 기의 전원을 끄고 내용물을 걸렀는데 이상하게도 내용물의 찌꺼기가 망에 남지 않고 모두 통과했다.
‘어! 이상하다. 찌꺼기가 다 어디 갔지?’
나는 속으로 생각했고, 엄마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후, 엄마는 갈지 않은 새 콩을 믹서 기 안에 붓고 내용물을 갈기 시작했는데, 나는 또 수저를 믹서 기 안에 넣고 소용돌이가 없어지는 광경을 보며 재미있어 했다.
“얘가 다친다니까.”
야단치면 빼고, 엄마가 한 눈을 팔면 또 수저를 넣고 그러기를 몇 번 했다.
엄마는 내용물을 망에 걸렀는데, 이번에도 망을 모두 통과했다.
‘어? 이상한데. 찌꺼기가 없어졌어.’
그제 서야 나는 믹서 기 안에 수저를 넣으면 찌꺼기 없이 갈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활 속에서 불편했던 점에 의문을 가지며 방법을 찾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했는데...’
콩을 다 갈고 나서 엄마는 국수를 삶아 맛있는 냉 콩국수를 만들어 주었지만 나는 콩국수를 먹으면서도 내내 믹서 기 생각에 골몰했다.
‘믹서 기 안에 수저를 넣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찌꺼기 없이 콩을 갈 수 있을 텐데.’
나는 생각 끝에, 손재주가 좋은 외삼촌께 이 일을 말하고 도움을 청했다.
“외삼촌, 엄마가 좀 더 편리하게 콩을 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주세요. 좋은 수가 없을까요?”
“글쎄, 수저의 역할을 하는 보조 물을 믹서 기 안에 부착하면 될 것 같은데.”
“보조 물은 무엇으로 만들지요? 또 어떻게 유리에 부착시키지요?”
“우선 보조물의 재료가 될만한 것을 찾아 실험해 보자.”
우리는 여러 소재를 써서 실험을 해보며 믹서 기 안에 보조 물을 붙였다.
“자, 이 본드와 쿠킹을 써서 보조 물을 붙이고, 헤어드라이로 말리자.”
“삼촌, 이 보조물이 소용돌이 현상을 막아주니 저항날개라고 하면 어떨까요?”
“저항날개 달린 믹서라... 그거 좋구나.”
외삼촌과 나는 저항날개 달린 믹서 기에 7가지의 실험조건을 만들어 실험을 했다.
“외삼촌. 기존의 믹서 기를 먼저 사용해서 다시 한번 성능을 알아보고, 저항날개 달린 믹서 기를 사용하여 비교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럼 기존 믹서 기를 이용하여 불린 콩을 갈아보자.”
불린 콩 200g, 물 600㎖를 30초 동안 작동시켜본 결과 기존 믹서 기는 갈린 입자의 크기가 고르지 못하고 거칠어 거름망에 걸러지지 않는 양이 90g이었고 소용돌이 현상이 일어났다.
“자, 이제부터는 저항날개로 부드러운 비닐제품을 두껍게 붙인 이 믹서 기를 사용하여 실험해 보자.”
7가지 방법으로 실험을 하여 비교해본 결과, 저항날개 폭은 20㎜이고 기울기를 60°곡선으로 부착하여 작동했을 때 입자가 고르게 잘 갈려서 거름망을 모두 통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삼촌, 성공이에요. 성공!”
“그렇구나. 이 발명은 순전히 장난을 좋아하면서도 관찰력이 뛰어난 너의 호기심 덕분이다.”
“아니에요. 외삼촌, 믹서 기 안에 집어넣은 수저 덕분이지요. 수저!”
“허허허. 그래 맞다.”
어쨌든 찌꺼기 없이 갈아지는 저항믹서를 만들어 냈으니, 올 여름 내내 콩국수는 실컷 먹게 생겼다.
나의 발명을 대견해 하시며 틈만 나면 불린 콩을 믹서에 가는 엄마 때문이다.
저항날개 만세!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