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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책걸상
나에게는 명희라는 좋은 친구가 있다.
명희는 얼굴도 예쁘지만 마음씨가 착하고, 이해심도 많아 언제나 부담이 없는 친구다. 그래서 우리는 늘 붙어 다니다시피 하는데, 어느 날 명희가 나를 자기 집에 초대했다.
“연주야, 내일은 공휴일인데 어디 안 가니?”
“응, 집에 있을 거야. 그런데 왜?”
“우리 집에 놀러 올래?”
나는 명희의 초대가 좀 뜻밖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평소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일이 거의 없어, 친구들 중에 명희네 집에 대해서 아는 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가장 친하다는 나도 명희네 집의 정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고, 집안일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 명희가 때때로 내게 의구심을 갖게 할 때가 있었기 때문에 명희의 초대는 정말 뜻밖이었다.
“응? 으응 그래! 놀러 갈게.”
그렇게 대답을 하고난 뒤부터 명희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명희네 집은 작지만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연주야, 어서 들어 와!”
명희는 자기 공부방으로 나를 안내하면서 무척 반갑게 대해주었다.
명희와 나는 한참을 즐겁게 이야기했다.
‘달리 감추어야할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동안 통 말이 없었을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명희를 다급하고 부르는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가 있었다.
“누나!”
그 소리에 명희는 얼른 방을 나갔다.
‘무슨 일로 저렇게 급히 뛰어 나가지?’
한참 후, 동생 방에서 돌아온 친구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은 동생 명석이가 정신지체아라 행동이 부자연스럽단다. 누군가 화장실에 늘 같이 가야하고, 옆에서 자주 돌봐줘야 해.”
그제 서야 나는 명희가 자기 집에 친구들을 부르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래? 동생 때문에 네가 몹시 힘들겠구나.”
나는 명희를 위로했다.
그 후로도 명석이는 누나를 자주 불렀다.
“책상 위에 있는 필기구 등 사소한 물품들을 자주 바닥에 떨어뜨리곤 해. 그 때문에 명석이가 공부를 제대로 못하니까. 나를 자주 부르는 거야.”
명희는 동생의 방에 갖다 오면서 기다리고 있는 내게 미안한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 정말 불편하고 힘들겠어.”
명희네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온 후에도 나는 크고 까만 눈을 가진 명석이의 귀여운 모습과 부자연스러워하던 몸짓들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명석이가 좀 더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책상 앞에 앉아서도 그 생각에 골똘하게 되었다.
명석이를 통하여 나는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즉, 정신지체아들은 정신 연령이 보통 사람들보다 뒤떨어져 모든 행동이 위험스럽고,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여 때에 따라서는 본능적인 행동을 할 경우가 있으며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행동하다가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다.
나는 명석이를 위해 좀 더 편안한 의자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명희에게 평소 동생이 가장 불편해 하는 점을 말해달라고 했다.
“명석이의 생리 현상이 가장 큰 문제야.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그래, 그렇겠구나.”
‘어떻게 하면 명석이가 편안하게 쓸 수 있도록 다용도 책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아 스케치북에 설계도를 그려 보았지만, 별로 신통치 않아 답답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엄마를 따라 조카의 돌잔치에 가게 되었다.
“오, 그 녀석 정말 장군감이다.”
엄마는 조카를 보며 매우 즐거워하셨지만 나는 조카의 예측 못할 행동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보행기를 함부로 타고 다니다가 장롱에 부딪치기를 않나, 아무거나 집어 던지기, 아니면 닥치는 대로 마구 끌어다가 손에 쥐고 흔들며, 어쩌다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왕왕 울어대는 개구쟁이⋯
그런데도 엄마는 조카의 울음소리 하나로 아기의 모든 욕구를 적절히 알아서 해결해주는 것이었다.
“엄마, 엄마는 어떻게 아기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다 아시는 거예요?”
“그건 아기의 울음소리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란다. 기저귀가 젖었을 때, 졸릴 때, 배고플 때 등.”
‘그렇구나. 책상에 벨을 달자. 종류는 세 가지로 음식이 먹고 싶을 때,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그 밖에 다른 목적을 표현할 때 각각 다른 벨을 울리도록 하면 훨씬 편리할거야.’
“그리고 아기들은 위험을 잘 모르고 행동하기 때문에 뾰족한 물건이나, 물품의 모서리에 부딪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서 봐야 잘 돌볼 수 있지.”
‘그렇다. 책걸상의 모서리는 둥글게 하고, 졸다가 떨어지거나 하지 않게 책걸상은 일체화시키고, 각종 걸이를 설치해서 필요한 물건들을 걸게 하고, 그런데 책상 위에서 자꾸 굴러 떨어지는 필기구 등을 어떻게 할까? 자석을 붙여볼까? 아니면 케이스를 만들어 씌워볼까?’
생각하다가 문득 필통에서 힌트를 얻어 책상에 홈을 파기로 했다. 높이도 필요에 따라 조절하고, 이동할 수 있게 밑 부분 기둥에는 바퀴를 달았다.
‘명희가 좋아하겠지?’
설계도가 완성되자, 저절로 터져 나오는 웃음으로 자꾸만 입이 벌어졌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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