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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 튀지 않는 소변기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다.
어제 새로 전학 온 미선이가 바로 내 옆자리에 앉게 된 첫날이기 때문이다.
“날 랄 라... 랄 라 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샤워를 하고, 평소보다 배나 더 긴 시간 이를 닦고, 엄마가 사준 옷 중에서 가장 근사한 옷으로 갈아입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자 누나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얘, 남일아! 너 오늘 이상하다. 무슨 좋은 일 있니?”
“왜? 뭐가 어때서?”
나의 반문에 누나가 말했다.
“태연한 척하지마. 이 누나의 눈은 못 속여!”
그러자 밥상을 차리던 엄마가 동그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와! 우리 남일이 정말 근사하다.”
“정말이세요?”
식탁 앞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으며 내가 다시 묻자 엄마는 얼굴에 더욱 환한 웃음을 띠우며 대답했다.
“그럼, 정말이라니까. 이 엄마를 닮아서 키가 좀 작은 것이 흠이지, 몸매 하나는 죽여 주잖니? 그런데 그렇게 입으니까 나라도 반하겠다. 얘.”
그러자 누나가 덩달아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 남일이 두툼한 입술만 빼면 영화배우 뺨친다.”
농담인줄 알면서도 내 입은 자꾸만 벌어졌다.
밥이 어떻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조차 모르고 식사를 끝냈다.
“엄마,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오너라.”
오늘따라 문까지 열어주며 배웅해주는 누나의 친절에, 나는 진짜로 영화배우가 된 듯한 느낌으로 어깨에 힘을 주며 학교로 향했다.
‘미선아! 넌 내 꺼다. 기다려!’
발걸음도 가볍게 잰 걸음으로 걸었다.
어서 가서 예쁜 미선이 앞에서 폼을 잡고, 근사한 내 모습을 보여 주리라 생각하며.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책상 위에 가방을 내려놓은 나는 부리나케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상하게도 오줌이 마려웠다.
그때까지 미선이는 아직 학교에 도착하지 않았는지 옆 자리는 비어 있었다.
‘시원하다. 히히히⋯’
천천히 바지춤을 올리고, 다시 교실로 들어서며 나는 가슴을 쫙 폈다.
마침 교실에 도착하여 가방을 내려놓는 미선이의 예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흐음.’
턱을 약간 치켜 올리고, 걸음을 더욱 느릿하고 무겁게 옮겨 놓으면 아마 더욱 사나이답게 보이겠지? 속으로 생각하며 미선이 앞으로 다가섰다.
그때였다.
“얼레 꼴 레리, 오줌 쌌다네!”
내 앞자리에 앉아있던 용식이가 느닷없이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뭐? 오줌을 싸? 누가?”
내가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용식이가 내 바지 앞 춤을 가리키며 더욱 크게 소리를 쳤다.
“얼레 꼴 레리, 남일이는 오줌 쌌다네. 오줌 쌌다네.”
그제 서야 깜짝 놀라 아래를 내려다 본 나는 바지가 젖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 그 순간 미선이도 나의 거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체 했지만 기실 입가에서 피식거리는 미소만은 감추지 못했다.
‘아이고, 이거 낭패로군!’
나는 손바닥으로 바지춤을 가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미선이 앞에서 이게 무슨 꼴이야! 아이쿠 쪽 팔려.’
속으로 생각하며, 얼굴이 화끈거려 수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왜 그곳에 오줌이 묻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약이 오른 나는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서 다시 소변을 보고, 바지를 보니 또 묻어 있었다.
부끄럽지만 다시 실시하고 관찰을 하는 동안 소변기에 닿는 오줌줄기가 튀어서 키가 작은 나의 바지에 묻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하며 안전하게 소변을 볼 수 있을까?’
미선이의 곁눈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했다.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해 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참고가 될 만한 책을 모조리 뒤져 보았지만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미선이가 나를 칠칠치 못한 남자라고 흉을 볼 텐데, 어떻게 해야 해결하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던 나는 학교에 가자마자 다시 화장실로 뛰어 갔다.
멀리 떨어져서 소변을 보았더니 튀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줄기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그것 역시 옳은 방법은 못되었다.
시무룩하여, 우울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 나는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어허, 우리 남일이 이제 오냐?”
현관을 들어서자 아빠의 걸걸한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고개를 들자, 눈앞에선 이상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커다란 항아리처럼, 큰 술병에 담겼던 매실주를 작은 페트병에 따라 붓는 아빠 옆에서, 엄마는 페트병에 막대기를 대고 있었다.
“뭐 하세요? 엄마!”
“응, 이렇게 하면 술이 옆으로 흐르지 않는단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기쁜 미소를 지었다.
‘바로 이거다!’
나는 곧바로 30cm 자 하나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이야, 성공이다. 성공!”
이 일을 아빠께 말씀드렸더니, 아빠는 넓적한 철망 하나를 주셨다.
“이걸 사용하면 어떨까?”
아빠와 함께 화장실에 가서 호스를 연결하여 물을 뿌렸더니 튕기지 않고 그냥 내려갔다.
“대단한데. 우리 집에 발명가 한 사람이 등장했네!”
아빠의 칭찬을 받으며 으쓱해지는 내 머리위로 미선이의 예쁜 얼굴이 떠올랐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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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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