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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목욕수건
요즘은 장마철이어서, 사람의 몸이 축축 쳐지는 느낌이 들게 하는 불쾌한 날들의 연속이다.
“습기가 많아서 그런가? 날씨는 가을 날씨처럼 서늘한데 몸은 왜 이렇게 무거운지?”
어느 날, 설거지를 마친 엄마가 이렇게 말하며 나를 불렀다.
“애라야! 우리 목욕탕에 갈까?”
“네, 엄마!”
나는 엄마와 함께 목욕탕에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엄마와 함께 비누, 샴푸, 목욕타올, 수건 등을 준비하고 깨끗한 속옷을 가방에 넣는 것을 시작으로 목욕탕을 오가는 동안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좋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좀 부끄럽기는 하지만 벌거벗고 목욕탕에 들어서면 탕 안의 사람들이 똑 같은 모습이어서 차별이 없어 좋다.
물을 끼얹고, 비누칠을 하여 거품을 내고, 간단한 샤워 후에 따뜻한 물속으로 들어가 온몸을 담그면 위로 가볍게 뜨는 듯한 느낌이 상쾌해서 좋다.
그것뿐인가. 등을 비롯하여 내 손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을 시원하게 밀어주는 엄마의 손길은 부드러워서 좋다.
“애라야, 뭐해? 빨리 가자.”
“알았어요. 엄마, 다 되었어요.”
나는 엄마를 따라 현관문을 나섰다.
목욕탕 입구에서 요금을 내고, 엄마는 빳빳한 목욕타올 두 장을 샀다.
“목욕수건 두 장 주세요.”
‘새 수건은 너무 뻣뻣해서 아픈데⋯ 때는 잘 밀어지는지 몰라도 따가워서 싫어!’
속으로 생각하며 엄마의 뒤를 따랐다.
옷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서자, 살갗위로 따뜻한 기운이 감돌면서 몸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휴, 시원하다.”
어른들은 참 이상하다.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그면서도 시원하단다.
“앗, 뜨거워!”
나는 찬물 속에 들어가 놀았다.
머리 위에서 분수처럼 쏟아지는 물줄기는 내 몸을 시원스럽게 어루만졌다.
“애라야, 등 좀 밀어 줄래?”
나는 수건 안에 손을 집어넣고, 아무런 생각 없이 엄마의 하얀 등을 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자꾸 일어났다.
수건은 계속해서 자꾸만 내 손에서 빠져나오고, 때는 잘 빠지지 않아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었다.
“에이 참, 왜 자꾸 수건이 빠져 나오지?”
투덜거리는 나의 말에 엄마가 대답했다.
“네 손이 작아서 그런가 보다. 빨리 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밀어 봐.”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간신히 일은 마쳤지만, 나는 이때부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건을 만들까? 옷, 신발, 가방 등은 모두 어린이용이 있는데, 왜 수건은 없지?’
나는 학교를 오가면서도, 아이들과 뛰어 놀면서도 그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현관에 예쁜 구두가 놓여있었다.
“누가 왔지? 엄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방문을 열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이모가 서 있었다.
“오, 애라 오는구나. 잘 있었니?”
“와아, 이모!”
나는 예쁜 이모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반가운 마음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애라는 엄마 보다 이모가 더 좋은가 봐.”
빙그레 웃으시며, 엄마가 말씀하셨다.
“이모, 자고 갈 거지요?”
“그래, 휴가를 받았으니 한 이틀 놀다 갈게.”
“와, 신난다. 그럼 롯데 월드도 가고, 어린이 대공원에도 가요.”
나의 응석에 엄마가 제동을 걸었다.
“멀리서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좀 쉬게 해야지. 또 이모를 조르는구나.”
“언니,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다음 날, 이모와 나는 밖에 나가 손을 잡고 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어린이 대공원에서 놀이시설들을 실컷 탔다.
“아, 재미있어. 나는 이모만 오면 좋더라.”
“이모가 좋은 게 아니라, 여기 저기 데리고 다녀줘서 좋은 거 아니니?”
“아냐, 이모! 이모는 얼굴도 예쁘지만 마음이 예뻐서 좋고, 그 보다도 예쁜 이모와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모두 쳐다봐서 마치 내가 공주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요 깍쟁이! 네 속모를 줄 알고.”
이모와 나는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모만 오면 애라 세상이구나.”
아빠의 말에 식구들 모두 웃었다.
“돌아다녔더니 좀 피곤한데. 씻고 자야겠다. 애라야!”
“그러세요. 이모.”
욕실에서 나온 이모는 내 방의 거울 앞에 서더니 핸드백 안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이모, 이건 주머니 아냐? 예쁘네.”
“응, 화장품을 담는 주머니야.”
이모는 끈을 잡아 주머니를 열고, 조그맣고 예쁜 화장품들을 꺼내 얼굴을 다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 바로 저거다.’
내 머리 속으로는 주머니처럼 고무줄을 끼워, 손에서 빠져나가지 않게 한 목욕수건이 떠오르고 있었다.
기왕이면 미용수건까지 한데 붙여, 때가 더욱 잘 빠지게 한 주머니 형의 수건이 완성되자 이모가 제일 기뻐해 주었다.
“애라 머리는 천재구나! 에디슨처럼 그 방면에서 성공해라.”
“오, 나의 사랑하는 이모!”
나는 이모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정말로 발명가가 된 것처럼 으쓱해지는 순간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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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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