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겁지 않은 코펠 손잡이
여름이 시작되었다.
“예림아, 너 소식 들었니?”
나와 함께 걸스카우트 활동을 하는 친구 수진이가 말을 걸어왔다.
“응, 뒤뜰 야영이 있다는 얘기 말이지? 나도 들었어.”
“친구들과 같이 놀이도 하고, 재미있는 게임도 한대.”
“우리들이 밥을 해야 된다는데 잘 할 수 있을까?”
“글쎄, 찌개는 김치에 참치를 넣고 끓이는 것 밖에 모르는데.”
수진이와 나는 그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스스로 밥도 지어보고, 텐트에서 잠을 잔다는 기대 속에 하루하루를 지내게 되었다.
친구들과 같이 놀이할 내용이나 게임 등을 생각하면 너무 좋아서 며칠동안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드디어 걸스카우트 야영을 하는 날. 수진이와 나는 텐트를 치느라 진땀을 흘렸다.
“자, 이제 텐트 안을 정리하자.”
“알았어. 예림아! 그런데 너무 재미있다.”
수진이는 나보다 더 수선을 피웠다.
“이젠 쌀을 씻어서 밥을 해야지.”
“그래, 쌀은 벌써 씻어왔으니까 버너에 올려놓으면 돼.”
나는 코펠 안에 씻은 쌀을 붓고 물을 적당히 담아 버너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찌개에 넣을 양파 등을 씻기 위해 수돗가로 갔다.
“수진아, 김치 가져 왔지?”
“응, 참치도 있어. 밥이 다 되었을지도 모르니 빨리 가 보자.”
수진이와 내가 텐트 옆으로 돌아왔을 때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게 무슨 냄새지? 꼭 비닐을 태우는 냄새 같아!”
“글쎄, 밥이 다 되었나 봐. 마구 끓고 있어.”
“그렇구나. 빨리 불을 줄이자.”
이윽고 밥에 뜸이 다 들었을 무렵 나는 코펠 손잡이에 손을 댔다.
“앗 뜨거!”
깜짝 놀란 내가 코펠의 손잡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밥을 올려놓을 때까지만 해도 이상이 없었는데 수돗가에 다녀온 사이 바람이 불었는지 손잡이가 몸통에 닿아 망가져 있었다.
“그래서 타는 냄새가 났었나 봐, 그나저나 이렇게 망가졌으니 어머니께 뭐라고 말씀드리지?”
“예림아, 정말 큰일 났다. 어쩌지?”
식사시간이 지난 후, 야영장에서는 재미있는 게임, 불꽃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되었지만 어머니께 꾸중들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무겁기만 했다.
다음 날, 야영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내내 ‘코펠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만히 갖다 놓을까? 아니면 미리 이야기를 할까?’하는 마음의 갈등으로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고의적으로 그런 것이 아닌데 꾸중은 하지 않으실 지도 몰라.’하는 희망감에 용서를 빌 생각으로 조용히 말씀드렸다.
“어떻게 되었는데?”
어머니의 다정스런 물음에 빨리 갖다 보여 드렸다.
“다행히 많이 망가지지 않아 사용은 하겠는데, 손잡이가 뜨겁겠구나!”
나는 속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리기를 잘 했구나!’하고 생각했지만, 그날 밤부터 어떻게 하면 바람이 불어도 손잡이가 망가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밤새 뒤척거리며 내다 본 하늘에는 별들이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는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머리핀, 자석 등이 뒤엉켜 있었는데 자석을 보는 순간 반짝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바로 이거다. 찾았어. 찾았어!”
날도 밝기 전에 나는 어머니에게 소리를 질렀다.
“엄마, 코펠 어디 있어요?”
“아니, 지금이 몇 시인데, 잠도 못자고 무슨 일이야?”
코펠을 갖다놓고 양 손잡이에 자석을 붙여보았지만 생각한대로 잘 되지 않았다.
이튿날, 코펠을 들여다보며 실망에 빠져 있는 나에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예림아, 자석끼리는 닿은 면이 똑같아야 하고 양쪽 끝부분의 세기가 큰데 끝부분이 닿지 않으니 한쪽에는 철판조각을 붙여 보렴.”
공구함을 뒤적거려 철판조각을 찾아 한쪽에는 자석을, 다른 한 쪽에는 철판조각을 붙여보았다. 자석끼리 붙였을 때보다 더 잘 붙게 되었다.
“엄마, 오늘 국은 제가 끓일게요.”
“왜? 웬일로 국을 끓이겠다고?”
“제가 발명한 작품을 실험해 보려고요.”
“그래? 그렇다면 물을 끓여보자.”
나는 엄마와 함께 코펠에 물을 끓이면서 선풍기로 바람을 일으켜 손잡이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약한 바람은 괜찮았으나 센 바람에는 움직였다.
‘센 바람에도 견디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시 골똘히 생각하며, 궁리하던 어느 날 이었다.
“예림아, 엄마 잠깐 시내에 가서 해올 것이 있으니까 집 좀 봐라.”
화장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엄마는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 무언가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네.”
무심코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속으로 ‘앗!’하고 소리쳤다.
‘저거다. 핸드백의 자석단추!’
며칠 후 드디어 완성된 작품을 보며 아버지는 내게 칭찬하셨다.
“우리 집안에 여성 발명가 한 분이 탄생하셨군. 허허허⋯”
나는 벌써부터 다음 야영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