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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용 신발 발판
“쾅!”
그렇게 조심스럽게 내려왔건만, 반들반들하게 다듬어진 얼음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아우! 굉장히 아프네.”
엉덩이가 화끈화끈 불이 붙는 것만 같았다. 입에서 저절로 신음 소리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아픔보다는 창피함이 더 무서운 법이니까⋯
이렇게 얼음판에서 나자빠진 것이 벌써 여섯 번째다
. 첫 번째는 학교 앞 정문 앞에서⋯ 그때는 정말 창피해서 죽고만 싶었다. 지나가는 여자애들마다 킥킥거리고 서로 수군거리며 난리였다
. 두 번째는 동네 슈퍼 앞에서였다. 엄마 심부름으로 사가던 계란이랑 두부가 묵사발이 되고, 나는 한동안 엎어져서 일어나질 못했다.
올겨울은 불운이 따라다니는 것만 같다. 얼음판마다 찍찍 미끄러지다니! 체면이 있는 대로 구겨지고, 인생의 쓴맛을 잔뜩 본 셈이다. 하여간, 이대로라면 엉덩이에 철판이라도 깔아야 될 판이다.
“너, 또 넘어졌구나?”
엄마는 내 바지와 얼굴을 번갈아 보시더니 혀를 차셨다.
“벌써 몇 번째니? 이렇게 자꾸 넘어지다니 정말 이상하구나.”
“글쎄요. 도깨비가 장난을 치나 봐요.”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푸르뎅뎅한 엉덩이. 정말 내 엉덩이가 푸른색 그 자체였다. 꼭 총천연색 바닷물을 보는 것만 같았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 예쁜 엉덩이가 이렇게 파충류처럼 변하다니⋯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했다. 만약 또다시 넘어진다면 내 엉덩이는 깨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미끄럼 방지 대책 위원회’를 세우고 활동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위원은 나 혼자 뿐이었다.
이 미끄럼 방지 대책 위원회가 제일 먼저 할 활동은 바로 자료수집이었다.
어떤 자세일 때, 가장 안전한가. 혹은 어떤 길이 제일 안전한지, 어떻게 하면 길이 얼지 않게 하는지 등 모을 수 있는 자료는 모두 모았다. 그 결과, 집에서 정육점을 돌아가는 길이 그중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길이 얼지 않도록 하려면 소금을 뿌리고, 이미 얼었을 때에는 모래나 연탄재 등을 뿌리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안전하지 않았다. 좀더 완벽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어차피 대책위원회까지 세운 마당에, 문제의 뿌리를 뽑아야 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얼음판이 무서워 설설 기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굳건한 결심과는 달리 해결책 발견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책위원회를 세운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거의 발전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아직 불안한 채로 거리를 걸어 다녀야 했다.
“자꾸 미끄러져서 사고가 날 뻔 했다니까. 빙판용 타이어로 진작 바꿨어야 했는데.”
빙판용 타이어!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도로에 흠집을 낸다고 해서, 안 쓰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내가 살아야지. 대못을 달고 다녀야 한데도 그대로할거야. 정말 죽을 뻔 했다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해답을 발견한 것이다. 길거리에서 그것도 낯선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문제의 해결책이 나온 것이다.
빙판용 타이어. 그것이 문제의 열쇠였다. 차가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작은 못이 촘촘히 달린 빙판용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나의 타이어 즉 신발도 빙판용으로 개조하면 되는 것이었다.
개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었다. 신발에 직접 나사못을 박는 경우와, 새로이 발판을 만들어서 부착시키는 것 등⋯ 여기서 나는 주저 없이 새로운 발판을 만드는 쪽을 택했다. 신발에 구멍을 뚫는다는 것이 꺼림직 했던 탓도 있지만, 얼음이 없는 곳에서도 신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때문이었다.
그래서 뾰족한 철침들이 잔뜩 달린 새로운 발판을 만들었다. 이 발판은 신발에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어서 얼음이 있는 곳에서는 발판을 사용하고, 그냥 보통의 길에서는 발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의 신발인 것이다.
“와하하하!”
완성된 신발을 들고, 나는 미친 듯이 웃었다. 이제는 더 이상 빙판과 엉덩이가 부딪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이것으로써, 지긋지긋 했던 이 겨울의 악운도 떠나가는 듯 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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