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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파스 병 원리의 물감
여름은 정말 즐거운 계절이다. 물놀이와 수박, 커다란 얼음 빙수⋯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이 여름에 나를 귀찮게 하는, 내가 싫어하는 것이 딱 하나있다. 그것은 바로 모기이다.
“윙- 위 윙!”
“아야! 앗 따가워!”
“정미야, 물파스 좀 가져와라.”
모기가 설치는 계절이 돌아오면 우리 집은 졸지에 물파스 쟁탈 장으로 돌변하게 된다. 모두들 모기를 미워하며 온몸에다 물파스를 휘감으며 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식구 중 단한사람 막내 진수만은 예외이다.
진수는 모기가 물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제 할일만 한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정말 모기란 것은 귀찮은 존재야. 혹시 악마의 화신인지도 모르겠어.”
나는 모기에게 물려 벌겋게 부어오른 팔과 다리에 물파스를 잔뜩 바르며 투덜거렸다.
“누나, 모기가 뭐야?”
내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진수가 고개를 돌려 순진한 질문을 하였다.
“으응 그건, 아주 나쁜⋯ 어머나! 진수야!”
나는 말을 하다말고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진수의 얼굴이 온통 얼룩덜룩 했다.
“아니 얘가! 또 일을 저질렀네!”
나는 황급히 진수에게로 뛰어갔다. 그리고 또 한번 질 겁을 하며 놀랐다. 내가 모기에 신경을 쓰며 성질을 내는 동안 진수는 물감을 색색이 풀어서 마루에다 엎질렀고, 옷이며 손 얼굴에까지 뒤범벅을 만든 것이다.
“아이고! 우리 아기는 왜 이렇게 이상할까? 다른 애들은 모두 크레용을 가지고 논다던데.”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진수의 얼굴과 손을 닦아 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진수는 물감이 물에 퍼지는 모양을 보며 즐거운 듯 계속 물장구를 쳤다.
겨우겨우 진수가 어질러 놓은 것들을 다 치우고 나니 등과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안되겠어. 물감을 치워 버려야지! 또 이런 장난을 하면 어떻게 해?’
나는 커다란 상자에 물감들을 주섬주섬 주워 담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진수의 맑은 눈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하긴⋯ 그렇게 좋아하는데. 치워 버리는 것은 너무했지?’
‘하지만 번번이 이렇게 말썽을 피운다면 무척 곤란한데.’
나는 진수와 물감을 번갈아 보며 고민에 빠졌다.
“그래, 그래. 진수야! 누나가 졌다. 물감을 가지고 놀아도 좋아.”
진수의 맑은 눈은 나를 굴복시키고 말았다. 진수는 또다시 물감놀이에 열중했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행복감에 빠져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에게는 한 가지 커다란 질문거리가 생겨났다.
‘아이들을 위한 안전물감은 없을까?’
‘붓과 물감, 물들이 한꺼번에 합쳐져 간단해지면 좋을 텐데.’
나는 내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러자 문득 붓 펜의 원리가 떠올랐다.
‘맞아! 통속에 물감을 미리 담아두어 그것이 붓과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나온다면 바닥에 물을 쏟거나 하는 일은 없겠구나!’
나는 내가 생각해낸 일을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하며 시험작품에 도전해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는 너무 벅찬 일이었다.
‘나의 힘으로 만드는 것은 힘들겠구나. 일단 아빠랑 의논해야겠다.’
나는 일단 실험을 포기하고 다시 진수에게로 신경을 쏟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진수가 물파스를 방바닥에다 문지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맞아! 바로 저거야. 굳이 붓 펜을 만들지 않아도 되겠다.”
나는 환호성을 지르며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바로 빈 물파스 통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자, 이것을 빨간색, 이것은 노란색.”
나는 빈 물파스 통에 물감을 적당히 푼물을 채워 넣고 진수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진수는 그것을 가지고 종이에다 신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하하하! 모기에게 감사해야겠네. 모기가 없었다면 물파스도 없었을 것이고, 그러면 저런 기발한 생각도 못했을 테니까!”
나는 아주 크게 웃었다. 왠지 이번 여름은 어느 해보다 더욱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같이 여겨졌다. 일단, 모기를 원망하는 마음이 많이 줄었으니 말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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