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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이 튀지 않는 깎기
“손톱을 쥐가 먹으면 사람으로 변한다구?”
“그래. 여우가 사람으로 변하듯이 변신을 할 수 있지. 그런데 그 손톱의 주인 모습대로 변하는 거야.”
“믿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쩐지 으스스 하다.”
“그러니까 손발톱을 깎을 땐 항상 뒤처리를 말끔히 해. 깎은 손발톱 조각을 말끔히 찾아서 종이에 싸서 버리라고.”
나는 길게 자란 손톱을 보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마침 손톱을 깎으려던 참이었는데, 심술궂은 누나 덕분에 괴기스런 기분까지 들게 되었다.
“처리만 잘하면 되는 거지?”
나의 질문에 누나는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더니 이내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뭐가 우스워?”
나는 볼 맨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미신이라며 들은 채도 안 할줄 알았는데. 천하의 유경호도 어쩔 수 없구나!”
누나는 우스워 죽겠다며 배를 잡고 계속 깔깔댔다. 나는 은근히 골이 났다.
“미신이건 진실이건 간에, 깨끗이 뒤처리를 하면 좋은 거잖아.”
나는 애써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점잖게 대꾸했다. 속에서는 부글부글 용암이 끓었지만 꾹 참았다. 만약 여기서 발끈 화를 낸다면, 누나에게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 뒤처리나 깨끗이 하세요. 도련님!”
누나는 어린애 다루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커다란 신문지를 내 앞에 깔아 주었다.
“손발톱을 모두 깎으면 스무 개의 조각이 나와야 하겠지? 다른 곳에 튀지 않도록 주의해!”
“그 정도는 나도 할 줄 알아.”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하곤, 비장한 각오로 손톱 깎기를 치켜들었다. 만약 정말 영물 같은 쥐가 있어서 내 손톱을 먹고 내 모습으로 변신한다면⋯ 정말 끔직스런 일이었다. 미신이라고 생각하려 해도 이상하게 자꾸 그 광경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톱을 깎아 나갔다. 자칫 잘못하여 손톱 조각이 멀리 튀기라도 하면 큰 낭패이기 때문이었다.
하나, 둘, 셋⋯ 조심스레 깎은 덕분에 손톱은 멀리 튀어가지 않고 내 근처로 떨어졌다. 그러나 조심할수록 말썽이 생기는 법인가? 가장 작은 새끼손톱이 나의 말을 거역하고 멀리 날아가 버렸다.
소파 밑이며, 탁자 밑을 뒤져도 이 손톱 조각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영물 쥐가 변신 할 기회를 주고 만 것이다.
“어휴, 어떻게 하냐?”
난 멍하니 앉아 신문지 위에 널린 손톱조각들을 쳐다봤다. 그것들도 간신히 신문지 위에 걸쳐있을 뿐, 제각기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손톱을 깎을 때, 손톱이 튀어나가는 성질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손톱 깎기에서 손톱이 튀어나가는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번엔 발톱을 깎으면서 유심히 관찰하기로 했다.
“아하. 손톱 조각이 지렛대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거구나.”
손톱깎이의 날의 안쪽 부분에는 두 날을 지탱해 주는 쇠기둥, 즉 지렛대가 있었다. 손톱이 날에 의해 부러지면서 쇠기둥 쪽으로 튕겨 가고, 이것이 다시 기둥에 부딪혀 밖으로 되 튕겨 나온 것이다.
‘단단한 손톱이 쇠기둥에 부딪히니 자연히 멀리 날아 갈 수밖에.’
나는 손톱 깎기를 찬찬히 살펴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손톱이 튀어 나가지 않을까?’
그때 불현듯 야구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나무 방망이에 맞은 공은 쭉쭉 뻗어 나가지만, 그물이나 야구 글러브에 스친 공은 금 새 위력을 잃고 뚝 떨어지게 마련이다.
“바로, 그거야! 쇠기둥에다 푹신한 것을 씌워주면 돼는 거야!”
너무나 신이 나서, 나는 그만 큰 소리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소리에 놀라, 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뛰어 나왔다.
“무슨 일이니?”
“헤헤⋯ 솜이나 좀 가져와봐. 내가 누나를 영물 쥐로부터 구해줄 테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힘을 주어 말했다. 누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한 뭉치의 솜을 가져왔다.
“자, 잘 보라고. 이 솜을 이 손톱 깎기에다 밀어 넣는 거야.”
나는 솜을 작게 말아 손톱깎이의 날 안쪽으로 넣었다.
“그게 뭐야?”
누나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에는 눈까지 찌푸렸다.
“성질도 급하네. 이것으로 손톱을 깎으면 손톱 조각이 튀어나가질 않는다고.”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하고는 시험 삼아 발톱을 깎아 보였다. 그랬더니 내 예상대로 깎인 발톱은 다소곳이 손톱깎이에서 떨어졌다.
“어때? 이 솜을 스펀지로 바꾸면⋯ 아주 쓸모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래! 정말 그렇다. 아주 멋진 발명인데.”
누나는 놀랐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긴 놀라기도 했겠지. 아기로만 취급했었는데,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해냈으니!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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