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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지지 않는 욕실 문손잡이
‘띠 리 링!’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학교 구석구석에 울려 퍼졌다. 아이들은 일제히 즐거운 함성을 지르며 우르르 교실을 빠져나갔다. 모두들 몹시 즐거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오히려 한숨이 날 지경이었다.
‘휴. 괜히 발명 반에 들어가지고 이게 무슨 고생이람.’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겨우겨우 옮기며 느릿느릿 발명 반으로 향했다.
발명 반에서는 매주 한 가지씩 숙제를 내준다. 이름 하여 ‘발명숙제’가 그것인데 이것이 나에게는 아주 고역인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다 잘해오던데. 나는 왜 안 될까?’
이번에도 나는 결국 숙제를 해오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오늘도 친구들의 맨 뒤에 앉아 남의 이야기나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끝에 드디어 발명 반에 도착하게 되었다. 벌써 많은 친구들이 와있었고, 한 학생이 막 발표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전 이번에는 미끄러지지 않는 컵을 생각해냈습니다.”
우리 발명 반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샘이의 차례였다.
“손에 물기가 있는 채로 물 컵을 잡으면 잘 미끄러집니다. 그래서 컵을 깨뜨리게 되고 때로는 사람이 다치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샘이는 미리 준비해온 그림을 모두에게 펼쳐보였다.
“이 그림대로 유리컵의 중간부분에 바둑판 모양의 요철을 만들면 됩니다. 그러면 미끄러지지도 않고 모양도 예쁩니다.”
샘이의 발표가 끝나자 일제히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나보다 어린 샘이도 저렇게 훌륭한 생각을 하는데.’
나는 너무나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때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발명을 어려워하고 있는 것 같아요. 좀더 자신감을 가지세요. 발명왕 에디슨은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사람이었어요. 여러분은 그보다 많은 공부를 했으니까, 더욱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여요.”
선생님의 말씀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나는 그 말씀이 나를 두고 하신 말 같아서 더욱 부끄러웠다.
‘그래. 나도 뭔가를 해야 해.’
나는 굳게 마음을 먹고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했다.
“옳아. 이제 서야 뭔가를 해보려고 마음먹었구나. 그렇다면 먼저 학교에서나 집에서 불편했던 점들을 기록해 놓았다가 발명의 목표를 세우는데 활용해 보거라.”
나는 곧바로 아버지의 말씀대로 발명공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불편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자 단 5일 만에 공책 반 권을 빽빽이 채울 수 있었다.
‘교실에서는 분필가루 날리는 것이 불편하고, 높은 유리창을 닦는 일이나 책상 옮기는 일들이 힘들고⋯’
나는 이것저것 발명의 소재들을 찾아보았으나, 내 힘으로 해결할만한 것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욕실에서 한참 비누칠을 하며 씻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몇 차례나 울렸으나 웬일인지 아무도 받지를 않았다. 그래서 나는 비눗기를 대충 헹구고 욕실 문을 열려했다. 그러나 이것이 웬일인가? 욕실 문손잡이는 계속 헛돌기만 했다. 손에 물기가 있어서 자꾸 미끄러지는 것이었다.
한참을 문과 씨름하다가 겨우 열었을 때, 전화는 이미 끊겨있었다. 나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전화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 머리 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개같이 떠올랐다.
‘샘이의 미끄러지지 않는 컵처럼, 나도 미끄러지지 않는 손잡이를 만들자.’
나는 재빨리 연구를 시작했다. 샘이는 유리컵에 직접 요철을 만들었으나 욕실 손잡이에 그렇게 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흠, 그렇다면 울퉁불퉁한 것을 덧씌우면 안 될까?’
그때 엄마가 쓰시는 고무장갑이 생각났다. 고무장갑은 손바닥부분이 울퉁불퉁하여 설거지를 할 때도 그릇이 잘 미끄러지지 않는 것이었다.
“맞아! 고무장갑처럼 울퉁불퉁한 고무를 씌우는 거야.”
나는 너무나 기뻐서 크게 소리 질렀다. 그 소리에 놀란 온 식구들이 뛰어나왔다.
“아하! 우리 막내가 큰일을 하셨구나! 아빠는 우리 훈이가 성공할줄 알고 있었단다.”
나의 발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부모님이 아낌없이 칭찬해주셨다. 그리고 세침 떼기 누나도 빙긋이 웃으며 기뻐해 주었다.
“어험, 미래의 한국의 에디슨에게 발명자금을 기부하십시오.”
나의 익살에 온 집안이 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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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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