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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점등 전화박스
“전기를 아껴 쓰도록 합시다.”
현식이가 발언권을 얻어 말을 했다.
“그래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새침 떼기 해수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럼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봅시다.”
반장 동식이가 의장답게 의젓하게 이야기 했다.
“우선 사용하지 않는 불은 끄는 거예요. 화장실을 다녀와서도 불 끄는 것을 잊지 않고. 또 사용 않는 기구들은 코드를 뽑아 놓도록 해요.”
내 짝 미숙이도 한마디 했다. 나도 그에 뒤질세라 손을 높이 들었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아서 밝은 날은 우리교실 형광등도 반은 끄는 것이 어떨까요?”
“찬성합니다.”
동네친구 연훈이가 내 의견에 동의했다.
학급회의가 거의 끝나갈 무렵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 회의는 참 활기찼어요. 여러분의 의견 역시 좋았고요. 아무쪼록 오늘 거론된 이야기들을 생활 속에서 꼭 실천합시다.”
수업을 마친 후 나는 연훈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고맙다. 내 의견에 동의해 줘서.”
내가 고마워하자 연훈이는 “너와 친하기 때문만은 아니었어. 네 의견이 좋다고 느꼈기 때문이지. 정말 아까 그 의견은 근사했다고.”라며 말을 했다.
조금은 우쭐한 기분에 겸연 적게 웃었다.
집에 돌아온 후 학교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내가 할일을 생각해 보았다.
책상 앞에 앉아있지 않을 때는 스탠드의 불을 껐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지 않았다. 또 방에 있지 않을 때는 방 불을 끄고 나왔다.
“어? 형이 웬일이야. 잠잘 때도 무섭다며 방 불을 켜놓고 있으면서.”
동생이 나를 보며 이상한 듯 물어봤다.
“나도 이제 달라져야지.”
어른스럽게 말은 했지만 나 자신도 나의 행동을 놀라워했다.
“경식아, 두부 한모만 사오너라.”
두부를 산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전화박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도 없는데 전화박스는 형광등 불빛으로 가득했다.
‘지금은 그래도 시간이 덜 늦었지만 더 늦은 시간에는 사람도 없는데 계속 불이 켜져 있으면 전기가 너무 쓸데없이 낭비되는 거잖아.’
며칠 전 큰댁에 제사를 지내고 오던 새벽에도 전화박스 안의 불이 켜져 있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 전화박스의 전기를 낭비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집에 돌아온 후 오던 길에 했던 생각들을 엄마에게 말씀 드렸다.
“기특한 생각을 했구나. 그래 한번 해보렴.”
“형! 나도 도와줄게.”
엄마는 물론 동생까지도 나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날부터 나는 숙제나 수업시간 외에는 대부분 공중전화 박스에 대한 생각을 했다.
‘사람이 없을 때는 불이 안 들어오고 사람이 있을 때는 불이 들어오게 해야 하는데.’
흰 도화지 위에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며 설계해 보았다.
‘스위치를 달아볼까?’
그러나 너무 어두워지면 캄캄한 곳에서 불을 켜야 하는 번거로움과 어려움이 단점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안에 있을 때 자동적으로 불이 들어오고 없을 때는 불이 저절로 질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형”
나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보니 동생이 서 있었다.
“엄마가 목욕탕 다녀오래. 깨끗이 씻으라고 하셨어.”
동생과 목욕탕을 가는 길에도 아까의 생각이 잊혀지지 않았다.
“자동적으로⋯ 저절로⋯”
“형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나 몇 키로 나가는지 좀 봐줘.”
중얼거리는 내 옆에서 벌거벗은 동생이 보채고 있었다.
“그래, 올라가봐.”
동생은 주춤거리며 체중계 위로 올라갔다. 곧 바늘이 움직였다.
“43㎏이다.”
몸무게를 알려주는데 갑자기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그거야! 경호야 너 빨리 씻고 집으로 와. 형 먼저 간다.”
나는 동생의 당황한 표정을 뒤로 하고 집으로 달려왔다.
“사람이 박스 안에 올라서면 그 무게로 박스 밑이 내려가고 그때 스위치가 켜지는 거야. 사람이 없을 때는 스위치가 꺼지겠지.”
다음날 구상한 설계도면을 선생님께 보여드렸다.
“굉장하구나. 어디 모형을 만들어 보자.”
설계대로 만들어진 전화박스 모형은 내 예상대로 무게를 싣자 불이 들어왔다.
“야호! 성공이다.”
난 너무 기뻐서 소리쳤다. 선생님께서 나를 보며 칭찬하셨다.
“잘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어. 이렇게 늘 생각하며 살아라.”
‘선생님! 저 커서 훌륭한 발명가가 될 거에요.’
나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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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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