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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건조기
‘백열전구의 관찰’
나는 공책에다 커다랗게 제목을 적어놓고 잠시 망설였다. 과연 이 주제가 관찰숙제로써 적절한 것인지 자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수는 강남 콩을 기른다고 했고, 영범이는 금붕어의 행동을 관찰한다고 했는데.
나는 잠시 다른 친구들의 연구 과제를 떠올리며 내 관찰 주제와 비교해 보았다. 어쩐지 친구들의 것에 비해 내 연구 과제는 형편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어쩐다?’
나는 백열전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리저리 생각해보았다.
전구는 내가 전부터 무척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였다. 어떤 책에서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수천 번의 실험을 했다는 기록을 읽고나서부터, 나는 전구의 비밀을 캐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연구 숙제에서 서슴없이 이 주제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관찰을 시작하려 하니 막막하기만 했다. 생물 관찰은 그 생물이 움직이거나 변하는 모습을 기록하면 되는데, 이런 물건은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전구의 비밀을 확실히 캐내려면 무엇보다 전기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전기에 대해서는 깡통이었던 것이다.
“에이 모르겠다. 하다 보면 방법이 생기겠지!”
나는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을 떠올리고는 무작정 관찰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나이가 한번 칼을 뽑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데, 시작하자마자 포기한다는 것은 비겁한 짓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선 외형을 관찰 해야겠군.”
나는 전구에 전원을 연결 해두고, 눈에 보이는 데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필라멘트의 생김새나 크기, 색등을 차례차례 기록하며, 손으로 전구를 만지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 보았다.
“응? 전구가 따뜻하네? 열이 나나?”
나는 전구를 직접 만져 봄으로써 전구에서 열이 발산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열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높아져서, 나중에는 손을 델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지는 것도 관찰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여지 것 내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 이었다.
‘호오! 잘만 이용하면 이 전구의 열을 쓸모 있게 사용할 수 있겠는걸.’
나는 전구의 이런 특징에 아주 큰 흥미를 느끼고, 이것을 더욱 관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젖은 종이를 전구에 가까이 대보는 등 여러 가지 실험에 열중했다.
내가 한참 실험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집이 소란스러워 졌다.
“아이고! 신발이 다 젖었네. 내일은 뭘 신고 학교에 가지?”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하던 형이 돌아온 것이었다. 형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몽땅 젖어서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세상에 이게 웬일이야. 형! 이게 뭐야. 옷 입고 목욕했어?”
“말도 마라! 요 앞 3층집을 지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물벼락이 떨어지더라. 냄새도 고약한 것이 아무래도 걸레 빤 물 같아.”
형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코를 킁킁 거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우스워서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야! 웃지 마. 남은 심각한데! 큰일이네... 내일 체육이 들어서 운동화를 꼭 신어야 하는데.”
형은 물이 질컥질컥 품어 나오는 운동화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내일까지 마를까?”
형의 얼굴에는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런 형을 보고 있자니 나도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빨리 말릴 방법이 없을까?’
나는 형의 운동화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열을 쬐어 주면 좀 빨리 마를 텐데.’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무릎을 탁 쳤다. 방금 전까지 실험했던 전구의 열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형! 내가 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어. 나만 믿으라고.”
나는 큰소리를 땅땅 치고는 전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자 이제 이걸 신발에 넣기만 하면 돼. 전구가 신발의 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면서 말이야. 직접 닿으면 신발이 탈수도 있으니까.”
나는 형의 운동화에 전구를 밀어 넣고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운동화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좀 기다려 보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니까, 지금부터 시간을 재는 것이 좋겠어.”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초조하게 기다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운동화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나기도 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나기도 했다.
“야! 정말 다 말랐네!”
형은 운동화를 들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였다.
“야, 이것을 좀더 개발해서 신발 건조기를 만들자. 비 오는 날에도 쓰고... 여러모로 좋지 않겠냐?”
형은 여전히 신발을 손에 들고 흥분해서 큰소리로 말했다.
“그래. 나도 그 생각을 했어. 우선 전구에 덧씌울 커버를 만들고, 타이머를 달 거야. 지금 운동화가 마르는데 한 시간이 걸렸으니까 그걸 기준으로 해야지. 그러면 과열도 방지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운동화가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생각해두었던 아이디어들을 한꺼번에 쏟아 내었다. 그러자 형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그런 생각까지 다했니? 정말 놀랍구나.”
“뭘 그 정도야.
나는 멋 적게 싱긋 웃었다.
비록 전구의 비밀을 밝혀내진 못했지만, 그것을 이용하여 멋진 발명품을 만들어 낸 것은 정말 뿌듯한 일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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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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