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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를 이용한 가습기
입과 코가 잔뜩 말라서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나는 깔깔한 혀를 이리저리 놀리면서, 겨우 이부자리에서 일어났다.
물 한 컵을 다 들이키고 나서야 목안이 다시 축축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방이 워낙 건조한 탓에, 나는 아침마다 말라붙은 목과 코 때문에 물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비가 많이 내리던 여름에는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지금처럼 심하게 건조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낙엽이 지는 계절이 다가온 후부터는 날이 갈수록 점점 건조해지더니, 요즘에 와서는 아주 바삭바삭 말라버릴 지경이 되 버린 것이다.
“으응, 경상이가 벌써 일어났구나.”
누나도 졸린 눈을 부비면서, 한 컵 가득히 담겨있는 물을 마셨다.
“아아, 이제 살 것 같다. 정말 목이 말라서 혼났다니까.”
누나는 말라서 하얗게 일어난 입술을 물로 축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사막이 따로 없다니깐⋯ 어제 밤에 널어놓은 수건이 낙엽처럼 말라버린 거 있지.”
“나는 코가 아파 죽겠어. 얼마나 말랐는지, 콧속이 따끔거린다니까!”
누나와 내가 번갈아 가며 불만을 늘어놓자,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 너희들 말은 알겠다. 그래서 아빠랑 의논해서 가습기를 사기로 했다.”
“야호!”
나는 신이 나서 만세를 불렀다. 가습기가 있으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습기를 방마다 하나씩 둘 수는 없으니, 우선은 거실에다가만 놓을 거야.”
“거실에다 달랑 하나만?”
엄마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셨다.
“아아, 괜히 좋아했네.”
나는 금 새 풀이 죽어서 고개를 숙였다. 가습기를 거실에만 놓는다면, 내방은 여전히 사막을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이, 난 그냥 젖은 수건이나 널어놓고 자야겠구나.”
누나도 푸념하듯 말했다.
‘하긴, 방마다 가습기를 놓으려면 돈이 많이 들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나도 누나처럼, 수건을 널어놓아야겠다.”
옛날에는 젖은 빨래를 방에다 널어서 습도를 조절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빨래를 널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 누나는 그 대신으로 젖은 수건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것을 좀더 과학적으로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나는 방안에 젖은 수건을 널어놓고 생각에 잠겼다.
젖은 수건을 널어놓는 것은 가장 원시적인 습도 조절 방법 같았다. 수건에서 습기가 자연적으로 증발되기를 기다려야 하고, 수건이 마를 때마다 일일이 다시 적셔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수증기를 직접 공기 중에 뿜어대는 가습기에 비하면 아주 소극적인 방법인 것 같았다.
‘수건의 물기를 수증기로 만들 수는 없을까?’
‘수건이 마르지 않고 계속 습기를 유지하도록 계속 물을 공급 할 수는 없을까?’
나는 이 두 가지 문제로 고민하게 되었다. 일단 물을 수증기로 만드는 데는 열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열을 이용해서 수증기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었다.
방에서 사용하자면 전기의 힘을 이용한 전열기구가 가장 적당한데, 그것들은 대부분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것들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남는 열을 이용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밥을 할 때, 솥이 뜨거워지는 것이나 난로를 피울 때의 열등. 그러나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지?’
나는 밤늦게까지 스탠드를 켜놓고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머리 속을 맴도는 아이디어들은 많았으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후우‘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스탠드를 바라보았다. 백열등 특유의 노란빛이 강렬하게 뻗어 나오고 있었다.
“가⋯ 가만, 백열등에서는 열이 나오잖아!”
나는 성급히 손을 뻗어 스탠드의 갓을 만져 보았다. 갓은 아주 뜨거워져 있었다. 손을 델 정도는 아니었지만, 수건의 물기는 금방 수증기로 만들 수 있는 온도였다.
“바로 이거야!”
나는 기뻐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문제를 하나는 해결한 것이다. 어쩐지 다른 문제도 쉽게 해결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일정한 양의 물을 계속 수건에 주입시키려면⋯’
나는 과학시간에 배웠던 모세관 현상을 떠올렸다. 그것이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수건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전등갓에 씌우고, 그 끝에 가는 관을 이어 물통에 연결시켰다. 그러자 생각대로 관을 통해 물이 수건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엔, 수건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완벽한 성공이었던 것이다.
“야호! 드디어 사막에서 벗어났다!”
나는 월드컵의 우승자처럼 기쁨의 환호를 울렸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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