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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둥 터널 어항
나는 수족관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한참동안 물고기들을 바라보았다.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헤엄을 치는 모양은 마치 무지개가 흘러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자, 가자.”
아빠는 커다란 어항을 차에 실으시며 나에게 손짓 하셨다. 나는 무척 아쉬워하며 겨우 그 자리를 떴다.
“녀석, 그렇게 물고기가 좋으냐?”
“네, 너울거리는 꼬리지느러미가 꼭 선녀의 옷 같았어요.”
나는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던 열대어를 다시 기억해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가 좋아 하는 것 같아서 열대어를 몇 마리 더 샀단다.”
“정말이어요?”
“그럼! 저기 저 상자를 열어 봐라.”
나는 재빨리 아빠가 손으로 가리키는 상자를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과연 아빠의 말씀대로 아름다운 열대어 다섯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잘 키워야한다. 그것들은 네 것이니까!”
“네!”
나는 힘주어 대답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열대어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어항을 깨끗이 씻고, 몇 번이나 물에 헹구어낸 모래를 어항바닥에 깔았다. 그리고 예쁜 수초도 심고, 귀여운 물레방아도 넣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물의 온도를 적당히 맞추어 모든 준비를 끝냈다.
“야아! 이 물고기 좀 봐. 고맙다고 꼬리를 흔드네!”
아빠에게 선물 받은 열대어들을 내가 꾸민 어항에다 넣어 주었다. 그랬더니 열대어들은 지느러미를 마구 흔들며 어항의 구석구석을 헤엄쳐 다녔다. 그 모습은 마치 나에게 반갑다고 인사하는 것 같았다.
“야! 새집에 들어가니까 고기들이 더욱 좋아 하는구나. 어쩐지 더 예쁘게 보이는 걸.”
아빠는 어항을 들여다보시며, 빙그레 웃으셨다.
“더 예뻐 보여요? 내 눈에는 그렇게 안 보이는데.”
“응? 무슨 말이냐?”
“아까 수족관에 있을 때는 이것보다 더 예뻐 보였어요. 올록볼록 얼마나 예뻤다고요.”
진짜로 그랬다. 수족관에서 본 열대어들은 더 커보였고, 더 귀여워 보였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온 열대어들은 어쩐지 볼품이 없어 보였다.
“이 고기들이 마음에 안 드니?”
“아니요! 이것들도 참 예뻐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족관에서 볼 때는 더 예쁘게 보였어요. 똑같은 열대어인데.”
나의 말에 아빠는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내 자신도 그 이유를 잘 알 수가 없었다.
다음 날, 나는 하교 길에 일부러 먼 길로 돌아왔다. 수족관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수족관의 고기가 더 예뻐 보이는 이유가 있을 거야!’
나는 수족관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조명의 밝기나, 어항의 위치 등을 꼼꼼히 체크해보았다.
‘오호라! 어항의 배가 살짝 튀어 나와 있네!’
한참을 살핀 후에, 나는 비로소 어항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었다. 수족관의 어항은 우리 집의 보통 어항과는 달리 가운데 부분이 약간 볼록하였다. 그 때문에 어항자체가 돋보기의 역할을 하여 물고기를 크고 예쁘게 보이게 한 것이었다.
‘흐음... 그렇다면, 어항의 굴곡이 많을수록 고기의 모양도 더 예쁘게 보이지 않을까?’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대부분의 어항들은 직사각형의 모양으로 그다지 재미가 있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물고기들이 이쪽저쪽으로 헤엄치는 모습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보통의 재미없는 어항에서 벗어나 새로운 어항을 만들어 봐야지.’
나는 볼록렌즈의 효과를 생각하며 빙긋이 웃었다.
‘가장 좋은 모양은 공 같은 모양이지만, 이것은 만들기가 힘드니 대신에 원기둥의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나는 원기둥 모양의 어항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어쩐지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원기둥을 두개 잇는 것은 어떨까? 원기둥의 사이에 투명한 터널을 만들어 두개를 이어 준다면... 그러면, 고기들이 터널을 통해서 이쪽 원기둥에서 저쪽으로 헤엄쳐 다니며 즐겁게 놀겠지?’
나는 두개의 원기둥으로 이루어진 어항을 상상해 보았다. 이제껏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어항이 될 것 같았다.
‘그래! 결정했어. 이렇게 새로운 어항을 만들어야지!’
나는 아빠께 상의하여 보았다.
“그래. 아주 멋진 어항이 될 것 같구나!”
아빠도 쾌히 승낙하여 주셨다. 그리하여 내가 스스로 설계한 설계도에 따라 새로운 어항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어머나! 세상에! 정말 멋진 어항이로 군요.”
“나는 이런 어항은 처음 봤어요.”
우리 집을 방문하시는 손님마다 침이 마르도록 내 어항을 칭찬하셨다. 나는 그 칭찬을 들을 때마다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갔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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