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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 커튼
이제 병원 냄새라면 지긋지긋하다. 하루 빨리 퇴원했으면 하는데, 선생님께선 들은 척도 안하시고⋯ 나는 입을 삐죽 내밀고 창밖을 내다봤다.
병원 앞뜰에는 아픈 환자들만 왔다 갔다 했다. 학교에서는 축구나 야구를 하는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축구공도 구경할 수 없다.
나는 눈을 살며시 감고 반 친구들을 떠올려 보았다.
‘지금쯤 셋째시간이 시작 됐겠지. 찬수 녀석은 또 구석에서 졸고 있을 거야.’
나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꼬마 신랑이 기분 좋은가 보구나?”
건너 침대의 할아버지께서 껄껄 웃으시며 말을 건네셨다.
‘꼬마신랑. 6명이 빼곡히 차있는 우리 병실에서는 나를 이렇게 부른다. 뭐, 내가 옛날 꼬마신랑이라는 영화의 주인공과 닮았다나. 어쨌든 나는 꼬마신랑이라 불릴 때면 공연히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그래. 언제쯤 퇴원 할 수 있데? 맹장치고는 꽤 오래 입원하고 있는 걸?”
할아버지는 몸을 반쯤 일으키시고는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셨다.
“방구가 나와야 한데요.”
나는 말을 하다말고 고개를 푹 숙였다. 간호원 누나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래. 우리 꼬마신랑은 오늘도 방구가 안 나왔니?”
누나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띠며 내 엉덩이를 두서너 차례 툭툭 두드렸다.
“아이참! 내 엉덩이 건들지 말아요.”
나는 돌아누우며 샐쭉 거렸다.
“호호호.”
누나는 나의 투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무안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여 베개에다 머리를 푹 파묻었다.
“간호사 아가씨. 이 커튼 좀 어떻게 해줘. 햇볕이 자꾸 새어 들어와서 너무 더워!”
창가에 누워계신 할아버지의 말씀이었다.
“그러게요. 다른 병실에서도 다 말씀들을 하시는데⋯ 도리가 없네요. 아무리 여며도 빛이 자꾸 들어오는데, 저도 어쩔 방법이 없어요.”
누나는 양쪽 커튼을 잡아당겨 여며 보지만 햇빛은 여전히 새어 들어왔다.
“좀 참으실 밖에요. 나중에 블라인드로 바꾼 데요.”
누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총총히 병실을 빠져 나갔다.
“쳇! 매일 같은 이야기로군.”
할아버지는 쩝쩝 입맛을 다시고는 돌아누워 버리셨다. 하얀 커튼 틈새로 황금빛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덥기도 하고, 밝은 햇살 때문에 낮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나는 창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햇빛은 커튼과 커튼이 이어지는 틈새를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만약 저 두 커튼을 딱 붙여 이어주면 어떨까?’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가 커튼을 두 손으로 이어 잡아 보았다. 그랬더니 햇볕이 더 이상 새어 들어오지 못했다.
‘내 생각대로군.’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두 눈을 꼭 감았다.
“아니! 뭐 하시는 거여요?”
간호사 누나가 병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보면 몰라? 대수술을 하는 중이지.”
할아버지가 장난스럽게 대꾸 하셨다. 누나는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그때 우리 병실 식구들은 모두 커튼에 매달려 열심히 바느질을 하는 중이었다.
“하하하. 그게 아니고요. 커튼에다 딱 단추를 다는 중이어요.”
“저 꼬마신랑이 낸 아이디어지.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야.”
할아버지는 내 쪽을 턱으로 가리키며 장난스레 웃으셨다.
“꼬마신랑이요?”
누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를 바라보더니 커튼 앞으로 성큼 나섰다.
“오호! 커튼의 양쪽에 딱 단추를 달았군요. 햇볕을 막을 때는 서로를 연결시켜 놓았다가, 커튼을 걷을 때는 떼고⋯ 정말 멋진 생각인데요.”
누나는 한참 커튼을 만지며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꼬마신랑! 이 아이디어를 우리 병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 해주지 않을래? 누나가 건의해서 모든 병실의 커튼을 이렇게 고치도록 하고 싶은데.”
누나의 갑작스러운 제의에 나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쓸만한가요?”
“그럼, 아주 멋져! 허락해 주겠지?”
나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꼬마신랑인줄만 알았더니! 이제 다 큰 어른인가 봐!”
누나는 다시 내 엉덩이를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병실의 온 사람들도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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