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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비늘을 벗기는 기구
“아줌마 그 생선 비늘 좀 잘 벗겨주세요.”
“네, 걱정 마세요.”
“걱정을 말기는요. 저번에도 비늘이 그냥 붙어 있던데!”
배가 불룩 나오고 목살이 축 쳐진, 심술 맞게 생긴 아줌마가 계속 잔소리를 해댔다. 얼마나 이것저것 참견을 하는지, 옆에서 듣는 나까지도 부아가 치 밀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엄마는 계속 바보같이 웃으면서, 그 아줌마가 시키는 대로 모두 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그런 태도가 너무 못마땅했다.
‘왜 한마디 대꾸도 못하는 걸까?’
나는 아빠가 없다. 내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아빠의 몫까지 해야 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생선을 받아오고, 쉴 틈도 없이 좁디좁은 공간에 웅크리고 앉아 생선을 파는 것이다. 밤늦게까지 갖은 사람들에 시달리며, 비린내 나는 생선 속에서 고생을 한다.
이렇게 너무 고생을 하기 때문일까? 엄마는 손님에게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다. 내가 볼 때에는 꼭 바보같이 느껴진다. 함부로 반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엄마는 꼭 존댓말을 하고 계속 웃는다.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나는 정말 참을 수 없는 화가 복받친다.
“엄마! 왜 한마디도 못해요? 저렇게 잘난척하는 사람한테는 생선 팔 필요 없어요. 그냥 한마디 해주어요.”
그 잘난척하던 손님이 가버린 후, 나는 엄마에게 괜한 신경질을 부렸다.
“손님이 왕이라. 계속 친절히 하면 언젠가는 저 사람도 달라지겠지.”
엄마는 계속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 얼굴을 보니 저절로 눈물이 베어 나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는 눈가의 주름살, 윤기 없이 늘어진 머리칼, 모든 것이 나를 슬프게 했다. 그리고 거북이의 등가죽마냥 갈라진 엄마의 손을 보니 콧등이 찡했다.
내가 감상에 젖어있는 동안, 엄마는 벌써 다른 손님과 흥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힘없이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그대로 있다가는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왜 우리 집엔 아빠가 없을까? 아빠가 있다면 엄마가 저런 고생은 안할 텐데...’
갑자기 일찍 돌아가신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에잇!”
나는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고 발밑에 체이는 깡통을 멀리 차보았다. 깡통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멀리 날아갔다. 그 깡통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또 다른 깡통을 찾았다. 그러나 깡통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저 여러 개의 병뚜껑들이 보였다.
“에잇!”
나는 깡통대신에 병뚜껑을 차보았다. 그것은 멀리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분풀이가 되었다.
“얏! 얏! 얏!”
나는 황야의 무법자처럼 뛰어다니며 병마개를 찼다.
“헉, 헉”
한참을 뛰어다니다보니 숨이 찼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발밑을 배려다 봤다. 여러 개의 병마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끝이 뾰족뾰족, 울퉁불퉁한 병마개는 마치 왕관처럼 보였다. 또 다르게는 껍질이 두꺼운 조개처럼 보이기도 했다.
‘병뚜껑을 활용해서 많은 것을 만들 수 있다지...’
나는 몇 일전에 보았던 과학 잡지의 기사를 떠올려 보았다.
‘이 뾰족뾰족한 것을 이용해 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병뚜껑을 집어 들고 손으로 문질렀다. 까끌까끌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때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집으로 냅다 뛰었다. 내 생각을 빨리 실행에 옮기고 싶어서였다.
가로 15센티, 세로 5센티의 직사각형 나무토막에 병뚜껑을 촘촘히 박았다. 어찌 보면 구두 솔 같아 보였다.
“성공이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완성품을 바라보았다.
내가 만든 것은 생선비늘을 벗기는 도구였다. 까끌까끌한 병뚜껑을 보고 착안한 것이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엄마에게로 뛰어갔다. 엄마는 처음에는 이해를 못하시더니 한번 써보고는 아주 좋아하셨다.
“딸애가 만든 것이랍니다.”
엄마는 오시는 손님에게 마다 자랑을 늘어놓으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나는 엄마 옆에 앉아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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