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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변기
내 조카 경훈이는 이제 막 네 살이 되었다. 나한테 이모라고 부르기도 하고 얼굴을 부비면서 뽀뽀를 하기도 한다. 뽀얀 얼굴에 보조개까지 들어가면서 활짝 웃으면 정말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예쁘다.
“자, 경훈아. 이모한테도 사탕 줘야지.”
나는 경훈이 앞에 두 손을 잔뜩 벌리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경훈이는 제 손에 잔뜩 들고 있던 사탕을 와르르 내 손에 쏟아 주었다. 그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예뻐서 나는 경훈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아이고 예쁜 것! 어쩜 이렇게 예쁘니? 너 우리 집에 가서 살자!”
내가 한참 경훈이를 안아 들고 호들갑을 떨 때였다. 어디에선가 구릿한 냄새가 풍겨왔다.
“흠흠... 이게 무슨 냄새야?”
나는 한참 코를 킁킁거리다가, 그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 낼 수 있었다. 바로 경훈이의 엉덩이에서 나는 냄새였던 것이다.
“아이고 구려! 언니 경훈이 응아 했나봐. 빨리 와!”
나는 코를 감싸 쥐고, 경훈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머나! 이 녀석 또 바지에다 실례를 했네.”
언니는 능숙하게 경훈이의 바지를 벗기고 엉덩이를 닦아 주었다. 경훈이는 겸연쩍은지 손가락을 입에 물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조그만 녀석이 창피한 줄은 아는 모양이었다.
“경훈이는 아기용 변기를 안 쓰나 보지? 이제 배변 연습을 해야 할 텐데.”
나는 제법 아는 척하며 어려운 말을 섞어 참견을 했다.
“어머나! 이모가 되더니 별걸 다 아네? 배변연습도 알고?”
“뭘 어려운 것도 아닌데... 아무튼 배변연습은 안 하는 거야?”
나의 물음에 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하긴? 때려도 보고, 과자로 달래도 보는데... 변기에는 통 앉으려 하질 않아. 변기가 무서운가봐.”
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으쓱해보였다.
“다른 집 아이들도 변기를 싫어하긴 한다던데, 그래도 그 애들은 가끔씩 변기를 사용한데... 그런데 우리 경훈이는 변기를 보면 고개를 돌려 버릴 정도야...”
언니는 경훈이 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경훈이는 언니의 그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아기가 변기를 무서워한다?’
나는 언니의 말을 되새기며 생각에 잠기었다.
‘그러면 바꾸어 생각하면, 변기에 재미있는 점 혹은 흥미 있는 부분이 있다면 변기를 쉽게 사용 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닐까?’
나는 경훈이의 행동을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경훈이가 평소에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던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경훈이는 바나나랑 딸기를 좋아하지... 그럼 변기에 바나나나 딸기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나는 딸기 모양의 스티커를 사다가 변기에 잔뜩 붙여 보았다. 그러나 경훈이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관심을 보이긴 했으나 변기에 앉으려 고는 하지 않았다.
결국 첫 번 째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나는 그 실험에서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아기는 신기한 것, 자꾸 변하는 것을 좋아해. 만약 아기가 변기에 앉았을 때 변기가 신기하게 변한다면 좋아하지 않을까? 그러면 자꾸 변기에 앉고 싶어 할 지도 몰라...’
나는 변기에 설치 할 수 있는 장치들을 생각해보았다. 요즘은 동작감지 장치가 발달되어 있으므로 그것에 여러 가지 기계들만 연결하면 될 것 같았다.
“그래. 경훈이는 음악을 좋아하지... 그러면 변기에 앉을 때마다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하면 어떨까?”
나는 언니에게 내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물었다. 언니는 내 의견에 대찬성이었다.
“그래! 그것 정말 좋은 생각이다. 우리 당장 전파사에 가서 알아보자.”
언니는 나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이 일에 매달렸다. 그 덕분에 우리는 며칠이 걸리지 않고 근사한 좌변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기존의 변기에다 자동문 개폐장치에 쓰이는 센서를 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센서에 트렌지스터를 연결하여 사람이 변기 위에 앉으면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도록 되어 있었다.
예상대로 경훈이는 이 변기를 너무너무 좋아했다. 언니와 나는 경훈이가 변기에 즐겁게 앉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너무 뿌듯함을 느꼈다.
“좀만 있으면 경훈이가 확실히 변을 가리겠다. 이게 전부 우리 예쁜 막내이모 덕분이지!”
언니는 모두가 내 덕이라며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십 번도 더 했다.
“헤헤 뭘... 이모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뭘.”
나는 수줍게 웃어 보였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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