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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조절되는 삽
백열등이 흔들리는 좁은 지하실에서 우리는 머리를 맞대었다. 우리가 둘러앉은 책상 위에는 커다란 종이가 깔려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모의하고 있는 계획의 중요 설계도였다.
“그러니까, 쇠파이프를 쓴다. 이 말이지? 그렇지만 그건 너무 무겁잖아.”
“어쩔 수 없어. 다른 것들은 너무 약하거든...”
우리는 마치 비밀 공작원이 지령을 받는 것처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이대로 해보자.”
선언이라도 하듯 성태가 책상을 탁 치며 일어났다. 그러자 민형이와 경석이가 자못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 일어났다.
“좋아! 너희는 쇠파이프를 구해오고 영란이는 의자를 분해해라.”
나는 책상의 가장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 모두를 지휘했다. 아이들은 나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크기를 조절 할 수 있는 삽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의 계획이다. 보통의 삽은 우리 같은 꼬마가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크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의 키에 따라,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삽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나는 설계도를 다시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만약 하나라도 잘못이 있다면 우리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장, 이 정도 굵기의 파이프면 되겠어?”
민형이와 경석이는 어디서 구했는지 굵직한 파이프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것은 녹이 슬어 뻘겋게 변해 있었지만, 잘만 다듬으면 쓸만할 것 같았다.
“그래. 이젠 그 파이프를 깨끗이 다듬어.”
나는 민형이에게 지시를 내리고선 영란이의 곁으로 갔다. 영란이는 회전의자를 분해 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그렇게 일일이 분해할 필요 없어. 밑에 높이를 조절하는 나사만 빼내면 되니까.”
나는 영란이를 재치고 의자를 분해 하였다. 의자는 영란이가 이미 꽤 분해를 해놓았기 때문에 간단히 손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삽을 만들 재료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삽과 쇠파이프, 그리고 조임 나사가 그것이었다.
“자, 이제 시작하자!”
나는 진군을 명령하는 사령관처럼 씩씩하게 시작을 알리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모두 나를 중심으로 빙 둘러섰다.
나는 우선 굵은 쇠파이프를 삽 머리에 연결 시켰다. 먼저 삽자루가 짧은 삽이 완성된 것이다. 그 다음에는 그보다 약간 가는 파이프를 먼저의 파이프 안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는 굵은 파이프에 구멍을 뚫고, 회전의자에서 분리해낸 조임 나사를 끼워 넣었다. 이로써 간단하게 개량 삽이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것은 완성작이라 말할 수 없었다. 실제로 사용을 해보고 완벽 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삽을 들고 우루 루 밖으로 몰려 나갔다.
“잘될까?”
영란이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잔뜩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은 영란이 뿐만은 아니었다. 민형이와 경석이는 계속 마른 침만 삼키고 있었고, 성태는 아예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척 했지만 속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날 정도였다.
만약 이 삽이 쓸모없는 것으로 판명이 나면, 나는 곧바로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 분명했다. 나를 대장이라 부르던 민형이까지 나랑은 상대도 안하려고 들것이다. 나는 갑자기 오한을 느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먼저 삽의 크기를 조절하지 않고 작은 채로 삽질을 해보았다. 우리 중에 제일 작은 영란이가 사용하는데도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삽의 크기를 늘렸을 때, 제 구실을 하느냐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우리 중에 키가 제일 큰 성태가 삽자루를 쥐었다. 성태는 키가 어른만큼 커서 삽자루도 최대한으로 늘려야 했다.
삽자루 안에 들어있는 또 다른 삽자루를 길게 빼고, 그 가운데에 있는 조임 나사를 힘껏 죄었다. 만약 삽질을 하는 도중에 나사가 풀리기 라도 하면 낭패였기 때문에 젖 먹던 힘까지 모두 동원했다.
드디어 삽 끝이 땅에 힘껏 박히고 성태의 한발이 삽 머리에 얹혀졌다.
“이엉 차!”
다음순간,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성태의 발밑에 작은 구멍이 생겨있는 것을...
“이얏 호 성공이다.”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팔짝팔짝 뛰었다. 열흘 동안의 고생이 이제 성공으로 끝난 것이다. 성태는 그 큰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춤까지 추었다.
“아니, 이놈들! 누가 밭에다 장난하라고 그랬냐?”
우리가 한참 기쁨에 취해 있을 때, 난데없이 불호령 소리가 들려왔다. 잔소리 할아버지의 호통소리였다.
“야! 뛰어!”
우리는 할아버지의 지팡이를 피해서 힘껏 뛰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 녀석들 잡히기만 해라.”
등 뒤에서는 여전히 할아버지의 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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