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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압축기를 붙인 꽃병
“야! 이걸 어쩌니?”
“선생님께 된통 혼나겠지?”
우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망연히 서 있었다. 우리의 발밑에는 꽃병의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러게 교실에서는 뛰지 말라고 했잖아.”
반장이 찌푸린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
“비 오는 날에는 특히 다치는 학생들이 많이 나온다. 운동장에 못 나가고 교실에서 종일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지. 그러니 오늘 우리 반 학생들은 서로 한발씩만 양보하고 정숙하게 행동 하도록 하자.”
바로 아침 조회 시간에 하신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생생했다.
“하는 수 없지. 일단 이 유리조각들을 치우고,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자.”
나는 나서서 아이들을 진정 시켰다. 그리고 빗자루를 가지고 꽃병 파편들을 쓸어 담았다. 그러자 웅성거리던 아이들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팔팔 뛰던 반장도 좀 조용해졌다.
“그런데 누가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갑자기 적막을 깨고 누군가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눈치만 볼뿐이었다.
“난, 재성이가 갔으면 좋겠는데...”
말을 꺼냈던 아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나?”
나는 화들짝 놀라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그래! 재성이가 좋겠다. 재성 이는 말을 잘 하잖아!”
“그래. 그게 좋겠다!”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일제히 나를 지목했다. 나는 졸지에 궁지에 몰린 쥐가 되고 말았다.
“좋아! 하지만 나도 조건이 있어!”
나는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 내 머리 속에는 어떻게든 이 자리를 벗어나야 되겠다는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다.
“꽃병을 깬 것이 벌써 몇 번째냐? 아마 선생님이 이번에는 가만히 넘어가지 않으실 거야!”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눈을 굴렸다. 그리고 적당한 핑계거리를 찾아보았다.
“그... 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대책을 세워서 선생님께 가야 한다고! 예를 들면 앞으로는 절대 꽃병을 깨뜨리지 않겠다는 맹세라도 해야 할걸?”
나는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나의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 할 것 같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아이들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한숨을 돌렸다. 일단은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이렇게 웅성이지 말고 대책을 세우자고! 보다 확실하게 방법을 만들어야해. 맹세정도로는 어림도 없다고!”
반장이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말했다.
“규칙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꽃병을 깨뜨리는 사람은 벌금을 내도록 말이야.”
길수가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아이들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좀 너무 하다. 청소를 하거나 혹은 꽃병의 물을 갈아 주다가도 깨뜨릴 수 있다고.”
주번인 장미가 강하게 반대했다.
“그럼 이 의견은 어떠니?”
아이들은 하나씩 차례로 일어나 제 의견을 발표했다. 나는 아이들의 열성적인 태도에 놀라고 말았다. 애초에 의견을 제시한 나는 그냥 위기를 모면하려 꾀를 낸 것뿐이었는데, 아이들은 퍽이나 진지하게 회의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얼이 빠져 교실 뒤편을 바라보았다. 그때, 거울에 붙어있는 작은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인형은 공기압축기에 의해 거울에 꼭 매달려 있었다.
‘저, 공이 압축기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눈이 번쩍 띄었다.
“꽃병 밑에다가 저런 공기 압축기를 붙이면 어떨까? 그러면 꽃병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
나는 머뭇거리며 거울을 가리켰다. 교실에는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래! 아주 멋진 생각이다.”
갑자기 교실 문 뒤에서 선생님이 불쑥 나타났다. 우리는 모두 놀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녀석들! 이런 회의에 선생님을 쏙 빼놓다니!”
선생님은 성큼성큼 들어 오셨다. 나는 어쩔 줄 몰라 앉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망설이고 있었다.
“때마침 교내 발명품 경진대회가 있을 예정인데, 아주 잘되었다. 거기다 재성이의 아이디어를 출품하자!”
“우와!”
아이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꽃병의 일은 잊어라! 놀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그저 다치지 않게만 주의해라.”
선생님의 말씀에 모두들 일제히 박수를 쳤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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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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