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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품활용 우산꽂이
“아니 이럴 수가!”
나는 난장판으로 어지럽혀져있는 교실 뒤를 보고 놀라고 말았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젖은 우산들, 엎어진 양동이, 흙 발자국, 물에 젖은 종이... 그야말로 교실이 아니라 쓰레기장 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광경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더욱 심한 것 같았다.
우리 반,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모두 45명. 이렇게 많은 학생이 좁은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자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교실은 더욱 북적거리게 마련인 것이다.
45명이 전부 하나씩 가져온 우산은 대부분 양동이에 꽂아 교실 뒤편에 둔다. 그런데 가뜩이나 비좁은 교실에서 이렇게 커다란 양동이까지 놓으니, 난리가 나는 것은 뻔한 일이다.
비가 오는 덕분에 운동장에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교실에서 뛰고 날고 난리법석 이다. 그러니 이들의 발에 채어서 양동이와 우산이 무사할리가 없는 것이다.
양동이는 엎어지고, 우산은 쏟아져서 짓밟히고, 물은 교실 바닥으로 흐르고... 게다가 수업이 끝난 뒤 우루 루 몰려나가면서, 서로 먼저 제 우산을 찾느라 한바탕 난리를 벌이기도 한다. 그러니 교실이 온전할 리 없었다.
나는 남아있는 우산들을 챙겨서 양동이에 꽂고, 널려있는 종이들을 치워 두었다. 그랬더니 훨씬 깨끗하게 보였다.
“어! 그런데 왜 내 우산이 안보이지?”
나는 교실을 치우다 말고 멈칫 거렸다.
“어 이상하다. 아침에 분명히 여기다 꽂아 두었는데...”
나는 당황하여 우산들을 거칠게 젖혀 보았다. 그러나 내 우산은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맙소사! 이게 뭐람!”
나는 한참만에야 내 우산을 쓰레기 통 밑에서 찾아내곤 너무나 기가 막혀 소리를 질렀다.
우산은 흙 범벅이 되어 있었고, 살이 여러 개가 부러져 있었다. 분명 누군가에게 밟힌 것이었다.
나는 정말 속상하고 화가 났다. 산지 얼마 안 된 새 우산이었는데, 잠깐 사이에 고물이 되어 버리다니...
‘엄마께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나는 다 망가진 우산을 질질 끌고 힘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우산꽂이? 글쎄... 박물관 같은 곳은 철저하게 되어있긴 하다만. 그것을 알아서 어디에 쓰려고?”
나의 엉뚱한 질문이 이해가 안 된다며 삼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학교에서 편리하게 쓸 우산꽂이는 없을까 해서. 지금은 우산을 양동이에 담아 두는데, 그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거든.”
나는 삼촌에게 망가진 우산을 보여주며 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했다.
“흐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삼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갖가지 우산꽂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우산을 하나씩 꼽도록 되어있는 것이 있단 말이지?”
삼촌이 설명한 우산꽂이 중에 나의 관심을 가장 끈 것은 박물관등지에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산이 하나씩 들어 갈 수 있는 구멍이 여러 개 설치되어있는 것이었다.
‘맞아. 우산이 하나씩 따로 꼽혀 있다면, 뒤엉키거나 엎어질 염려가 없을 거야.’
나는 그 우산꽂이에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우산꽂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실험에 들어가려 하니 재료를 구하는 문제에 부딪치게 되었다. 내 생각대로 만들자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던 것이다.
‘폐품을 이용해서 만들 수는 없을까?’
나는 고물상을 기웃거리며 쓸만한 재료가 있나 살펴보았다. 그때 내 눈에 산더미 같이 쌓인 깡통들이 띄었다.
“바로 저거야. 저것을 사용하면 되겠다.”
나는 곧바로 여러 개의 깡통을 구해 와서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나무를 이용하여 좌우로 넓은 버팀대를 만들었다.
버팀대는 철봉의 모양처럼 하였고, 그 사이사이에 나무 막대로 여러 개의 기둥을 세웠다. 그리고는 그 기둥에 각각 네 개씩의 깡통을 전후좌우로 다닥다닥 붙여 두었다. 물론 기둥의 중간쯤의 위치에 깡통을 부착시킨 것이다.
“하아... 이제 완성이다.”
나는 망치질을 하던 손을 멈추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비록 엉성한 모양이기는 하지만, 내가 바라던 그 우산 꽂이가 완성된 것이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우산을 깡통에다 밀어 넣어 보았다. 그랬더니 우산은 일자로 선체 얌전히 꽂혀 있었다.
“야호 성공이다!”
나는 너무나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이제는 비 오는 날마다 우산을 찾느라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산이 짓밟혀 망가지는 일도 없을 것이었다.
“드디어 완성했구나.”
삼촌도 내 작품을 보더니 빙긋이 웃었다.
“흐음, 폐품 활용도 하고 불편한 점도 개선하고... 정말 일 석 이 조인 걸?”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 란 말이지?”
“그래!”
삼촌은 큰 소리로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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