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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박이용 지지 구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는데...”
나는 쓰고 있던 종이를 박박 찢어버렸다. 벌써 세 번째 고치는 것인데 뜻대로 잘되지 않았다.
“휴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어려워서 포기해버리고만 싶었다.
‘아니지. 여기서 포기하면 너무나 아까워. 다시 한번 시도해봐야지.’
나는 다시 마음을 되돌려 잡고 종이를 넓게 펼쳤다. 그리고 종이의 맨 위에 ‘못박이용 지지 구 설계도’라고 크게 적었다.
내가 못박이용 지지 구를 만들기로 계획한 것은 약 한달 전의 일이었다. 그때 우리 반은 환경미화 작업으로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창문 좀 깨끗이 닦아라.”
“내 걱정은 말고 네 일이나 잘해라.”
“거기 액자는 이쪽에 걸자.”
“아니야 저쪽이 좋아.”
선생님께서 전적으로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셨기 때문에, 우리 반은 다른 반보다 더 떠들썩하고 분주했다.
스스로 알아서 청소를 하고, 게시판을 꾸미고, 액자를 걸 못도 우리 손으로 박았다.
“효식아! 못은 네가 박아라.”
우리는 키가 큰 효식이에게 못과 망치를 건네주었다. 효식이는 순간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으나, 아무 말 없이 망치를 받았다.
“땅 땅 땅”
효식이는 책상을 딛고 올라서서 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폼이 너무나 엉성하였다.
겁이 나서인지 효식의 망치소리는 시원스럽지 못했다. 엉거주춤한 상태로 겨우 못의 머리를 살짝 두드리고 있을 뿐이었다.
딱딱한 콘크리트 벽이라 못은 쉽게 박히지 않았다. 한번을 제대로 박았다 싶으면 다음 망치질에 못이 튀겨 나오기 일쑤였다. 이렇게 되자 못을 박는 효식이는 물론이고, 지켜보는 우리들까지 긴장되기에 이르렀다. 나는 행여나 효식이가 망치에 손을 찧을까봐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난 도저히 못하겠어!”
결국 효식이는 포기를 선언하고 책상에서 내려왔다.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이 맺혀있었다.
효식이가 포기하자 모두들 슬금슬금 피했다. 반에서 제일 크고 힘이 센 효식이도 못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라는 생각들이었다.
이렇게 해서 결국 우리 반은 액자를 걸지 못한 채로 환경미화심사를 마치게 되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환경미화 심사에서 일등을 놓친 것도 모두 그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못을 쉽게 박을 수 있는 지지 구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못을 고정하는 고무 패킹은 그대로 놔두고... 타점 봉에 스프링을 달아볼까?’
나는 설계도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생각한 못박이용 지지 구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였다. 못을 고정시키는 장치와 망치질을 쉽게 할 수 있는 타점 봉. 이것이 내가 처음 고안해낸 지지구의 원리였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기구를 만들려고 하니 많은 문제가 속출했다.
못을 고정시키는 장치는 고무 패킹을 이용하여 비교적 쉽게 해결했으나, 타점봉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타점 봉을 망치질 했을 때 어떻게 하면 원상태로 돌아오게 하는가가 제일 큰 문제였다.
‘에라 모르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데 한번 부딪쳐 보자.’
나는 탄력이 강한 용수철을 구해서 다시 실험에 몰두했다.
우선 직경 1.5센티의 쇠파이프를 구해서 12센티의 길이로 잘라 두었다. 그리고 쇠파이프의 직경과 같은 크기의 고무패킹을 파이프의 한쪽 끝에 밀어 넣어 고정시켰다. 그 고무패킹은 못하나가 겨우 드나들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놓은 것이었다.
다음에는 먼저의 쇠파이프 보다 직경이 약간 더 큰 파이프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직경 1.2센티, 길이 10센티 정도의 쇠기둥을 파이프 안에 삽입했다. 이때, 쇠기둥의 반은 파이프 밖으로 나오도록 해서 스프링을 끼우고 그 스프링을 파이프와 연결하여 빠지지 않도록 해두었다.
이렇게 해서 일단은 세 번의 실패 끝에 새로운 지지구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할지는 그 누구도 장담 못할 일이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누르며, 못을 고무패킹이 박힌 쇠파이프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쇠기둥이 연결된 파이프, 즉 타점 봉을 먼저의 파이프에 맞춰 끼웠다.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난 셈이었다. 그저 망치를 휘두르기만 하면 되었다.
“탕 탕 탕”
나는 지지 구를 벽에 대고 있는 힘껏 망치질을 했다. 망치소리에 따라 가슴도 쿵쿵 뛰었다.
“이야! 성공이다!”
지지 구를 조심스레 분리한 뒤, 나는 벽에 굳게 박혀있는 못을 보고는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 달 동안 쏟아 부었던 땀과 시간을 순식간에 보상받은 듯 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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