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명과 우리 생활
==============================================
이 글은 1976년 2월 6일 사단법인 한국특허협회(現 한국발명진흥회)가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 전국 초-중학생 대상‘발명 사상 앙양 – 보급 제1회 작문 현상모집 수상 작품집’에 실린 글이다.
당시 몇 작품이 응모되었는지는 알 수 없고, 응모작품은 교육부 심사관의 심사를 거쳐 입상된 우수한 작품 24편(국민학생 13편, 중학생 11편)을 ‘발명과 우리 생활’이란 책으로 펴냈다.
이 글은 특상인 상공부장관상을 수상한 당시 충북 증평중학교 3학년 연제문 학생의 글이다.
46년의 세월이 흐른 글을 여기에 소개한다. 이 글의 주인공이 연락을 주신다면 제가 쓴 책에 사인을 하여 보내드릴 것을 약속한다.
===============================================
우리 집에는 많은 식구가 겨우 5백평 정도의 밭에다 채소 농사를 지어 먹고 산다. 그러자니 가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정된 면적의 밭에서 수확을 많이 보기 위해 겨울만 빼놓고는 봄에서부터 가을까지 각종 채소를 계절에 따라 연달아 심는 것이다.
여러 가지 채소 농사 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거는 것이 역시 가을 김장 대목을 보게될 가을배추이다. 현재 채소 농사에서 가장 해로운 장해가 되는 것이 있어서 걱정인데 그것이 뭐야 하면 배추벌레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배추에는 배추 색깔로 위장된 벌레가 득실거리며 배추잎을 마치 그물처럼 파먹는데도 인력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배추 농사의 수확은 벌레 먹은 정도에 따라 수지타산이 좌우될 만큼 중대한 문제라고 한다.
벌레가 마구 버려놓은 배추를 보고 해마다 수확기에 울상을 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 비록 나이 어린 나도 보기에 딱하고 벌레가 멀쩡한 배추를 파먹는 것이 참으로 얄밉고 야속했다.
어떻게 저 배추벌레를 예방할 수 없을까? 아니 그보다 배추벌레를 없애는 약이 없을까? 하고 나는 몇 해 전부터 생각하게 된 것이다.
배추벌레에는 아직 약도 없는 것이다. 일반 농작물에 뿌리는 살충제를 뿌리면야 물론 벌레를 전멸시킬 수는 있지만 채소는 잎 자체를 우리 사람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죽게 되므로 절대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헌데 나는 이상하게 생각한 점이 있다. 뭐냐 하면 같은 채소인데도 상추나 쑥갓 같은 것들은 벌레가 안 파먹는데 왜 배추는 파먹을까? 하는 수수께끼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나는 골똘한 생각으로 배추와 상추의 잎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장난시험을 해보다가 늘 보던 것에서 새삼스러운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뭐냐 하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보면서도 무관심해서 그렇지 사실은 배추잎에는 하얀 유액이 없지만 상추잎은 자르면 젖 같은 하얀 유액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보고 혹시 이 유액의 원인으로 상추에는 벌레가 안 생기는 것일까?하고 생각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상추잎의 유액을 배추잎에다 흠뻑 발라보았더니 다른 잎음 벌레가 접근하여 뜯어 먹어도 그 잎에는 접근하지를 못했으며 또한 유액을 벌레의 머리 부분에 묻혀본 결과 5분 정도를 꿈틀거리다가 죽게 되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이때 나 자신도 모르게 손벽을 치며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 빙그레 웃었다.
그 후부터 나는 학교에만 갔다 오면 배추밭에 달려가서 연거푸 실험을 해 본 결과 역시 상추의 유액이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으나 벌레에게는 독성이 있음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이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그럼 어디 실험을 해보자면서 상추를 한 바구니 뽑아서 그것을 쇠 절구에 넣어 찌어서 즙을 만들었다.
여기에 물을 배로 타서 물 뿌리게에다 담아서 배추밭에 몇 평가량 뿌려본 결과 벌레가 접근하지 못하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헌 데 이렇게 배추벌레를 예방하려면 같은 채소류인 상추를 많이 소비시켜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기를 그러면 상추처럼 젖같은 유액을 가진 다른 식물의 것으로는 안될까? 한 생각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씀바귀, 질경이, 육모초 등 여러 가지 유액을 가진 식물을 많이 채집해다가 즙을 만들어서 실험해 본 결과 다행히 이것도 상추의 효력이 있었다.
우리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이런 사실을 안 후로는 아버지와 나는 유액을 가진 식물을 채집해 모아서 이것으로 배추벌레를 예방하는데 완전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서 계속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라서는 우리 사람에게 해가 없는 채소 농약을 발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얻게 된 것이다.
유액을 가진 식물은 산과 들에 많으며 또한 자연지대에 얼마든지 무진장 재배할 수 있으므로 재료 충당은 얼마든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의 이러한 사실과 의견을 학교에 가서 과학 시간에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놀라시며 극구 칭찬하셨다. 정망 우연의 큰 수확을 발견했다면서 앞으로 같이 연구해 보자고까지 말씀하셨다.
이런 사실은 곧 학교 조회 때 과학 선생님이 교단에 올라가서 공개로 말씀하시게 되었고 이런 후로 우리 학교 과학반에서는 과외 활동으로서 이 과제를 계속 보충 연구키로 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과제를 중심으로 사람에게 해가 없는 유액 식물과 사람에게 해로운 독성 유액 식물도 조사하게 되었고 이것들의 이용 방법 가치 등을 실험 연구하게 되었다.
작년 여름방학 때 우리 학급은 특별 숙제로서 각자 자기가 사는 고장에는 어떤 유액을 가진 식물이 있으며 또 사람에게 해가 있는 독성을 가진 식물이 있나를 조사해 보았던 것이다.
사람에게 해가 없는 유액 식물로는 씀바귀, 쑥갓, 질경이, 하늘 수박 꽃 등이며 유독성 식물로는 측백나무잎, 오동잎, 오랑캐꽃 등등 많았다. 유독성 식물은 어디다 이용할 가치가 있나를 여러 면으로 실험해 보았다. 그 결과 독성 식물은 즙을 내여 변소에 뿌릴 경우 구더기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비롯하여 돼지우리나 닭집, 외양간, 거름터 등에 뿌리면 파리와 모기가 번성치 못해서 전염병 예방에 적절함을 알게 된 것이다.
이래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각자 자기 집에서 그렇게 실천하며 이웃에도 계몽하여 실천토록 한 것이다.
작년 가을에 나는 채소 벌레 완전 제거법의 실천 과정을 도내 과학전람회에 출품하여 특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공개하기가 싫었으나 곰곰이 생각하니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기술을 숨기는 것이 나쁜 습관이라고 생각하여 생각되어 출품하게 된 것이다.
무엇이든 보람된 일은 공개하여 우리보다 더 지식이 많고 시설이 좋은 다른 사람들이 더 빨리 연구해서 우리나라와 사회를 위하여 이바지가 되도록 해야 옳은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뜻에서 출품한 결과 영광의 특상을 받은 것인데 앞으로는 전국과학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기 위해 선생님과 혼연일체가 되어 지금 더욱 분발하며 실험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꿈이 큰 것이다. 앞으로 대학에 가서는 전문지식을 배워 사람에게 해가 없는 채소 농약을 꼭 발명하고 말리라고 나는 굳게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특허도 얻고 국제특허까지도 얻어서 우리나라가 무한정으로 생산하여 국가 경제 발전에 혁신적인 이바지와 나아가서 전 세계적으로 공헌하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나는 항상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것이다.
|
왕연중의 발명동화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