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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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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976년 2월 6일 사단법인 한국특허협회(現 한국발명진흥회)가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 전국 초-중학생 대상‘발명 사상 앙양 – 보급 제1회 작문 현상모집 수상 작품집’에 실린 글이다.
당시 몇 작품이 응모되었는지는 알 수 없고, 응모작품은 교육부 심사관의 심사를 거쳐 입상된 우수한 작품 24편(국민학생 13편, 중학생 11편)을 ‘발명과 우리 생활’이란 책으로 펴냈다.
이 글은 우수상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상을 수상한 당시 전남 대덕초등학교 6학년 김미영 학생의 글이다.
46년의 세월이 흐른 글을 여기에 소개한다. 이 글의 주인공이 연락을 주신다면 제가 쓴 책에 사인을 하여 보내드릴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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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와 오빠 그리고 작은 오빠와 저 모두 6명입니다. 우리 4남매는 모두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 가족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를 ‘발명 가족’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재장 궂은 식구들’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우리 가정을 이렇게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집에서 쓰고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오밀조밀하게 쓸 수 있게 되어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부서진 것을 고치고 새로운 것을 만들 기를 좋아합니다. 그러기에 집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쓰기 편리하게 되어있습니다.
빨래가 잘 마르도록 외가닥 줄을 두 줄로 쳐둔 것이라던가 냄비 뚜껑을 냄비 손잡이에 세워놓고 쓸 수 있게 냄비를 개량한 것이라던가 수건을 세 가지 색으로 둥글게 만들어 손발 얼굴을 구별해서 쓰도록 만들어 걸어둔 것이라던가 괭이나 삽 망치 자루에 눈금을 그려 길이를 표시해 둔 것 등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것들을 개량해서 쓰는 우리 집을 보고 웃으면서 ‘재장 궂은 물건이 많이 있는 집’이라고도 한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 마루에는 버리게 된 폐품을 4개의 상자 속에 철사 종류, 병 종류, 플라스틱 종류, 노끈 종류로 나누어 정리해놓고 있으며 집에서 필요한 연장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어 마치 고물상과 같고 목공소나 철공소와도 같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우리 집에 와서 빌려 씁니다.
우리 가족들은 쓰지 못하게 된 물건도 요리조리 궁리하면 새로운 물건으로 만들어 쓸 수 있다고 모아 두었다 다시 이용해서 씁니다. 새로운 물건을 사 오게 되면 그 물건에 대하여 더 편리하게 쓸 수 없을까 하고 온 가족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합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 ‘지혜 발표회’를 10일과 25일 갖습니다.
아버지께서 ‘지혜 발표회’가 끝나 다음 발표회의 문제를 내주십니다. 이제까지 열두 번을 갖었으며 다음 문제로는 우리 집에 있는 우물은 비가 오지 않으면 우물물이 적어 집니다. 그래서 물이 적은 우물물을 퍼 올릴 수 있는 물수대를 연구해 보자고 ‘물이 적은 우물물을 떠 올리는 방법으로 물수대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하는 문제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 집에서는 가정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것 또 쓰고 난 후에 버리게 된 것들을 이용해서 생활에 편리한 새로운 것을 만들 문제를 냅니다. 모두가 자기 나름으로 연구해서 ‘지혜 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같이 연구한 것을 아버지께서 만드십니다.
매월 두 번씩 하는 발표회 이외에 수시로 좋은 생각을 아버지께 여쭈면 칭찬을 하기도 하고 상금으로 100원부터 500원까지 주시면 저금도 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나는 어제까지 700원을 상금으로 받았습니다. 돈이 많고 적음은 아버지께서 조흔 생각에 따라 적당히 주십니다. 이와 같이 하여 얻어진 발명품과 개량품들은 시장이나 상점에서는 살 수 없는 물건으로 우리 집에서는 다음과 같은 물건을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1. 못쓰게 된 손톱 깎기의 날 가운데를 둥글게 뚫어서 만든 비닐 전선 벗기기
2. 두꺼비집 뚜껑을 열지 않고도 퓨우즈가 끊어졌나 이어졌나를 볼 수 있게 두꺼비집 뚜껑을 투면 아크릴로 만든 것
3. 합석 물수대의 밑통이 녹슬지 않게 검은 테에 구멍을 뚫어 물통을 거꾸로 걸게 만듬
4. 실패로 만든 냄비 집개
5. 빨래가 잘 마르는 두 가닥의 빨래 줄
6. 자가 붙은 도마
7. 삽자루니 괭이자루에 길이를 표시한 것
8. 굵은 철사를 구부려 만든 칫솔 걸이
9.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 깔데기
10. 댓가지로 만든 모기장 걸이
11. 여러 가지로 쓰이는 칼(병따개, 깡통 뜻이, 마늘 다듬기)
12. 빈 병을 이용해서 만든 압전을 쉽게 뽑고 간수하게 만든 병
13. 바람을 타지 않게 만든 굴뚝
14. 3색 수건(위생 수건)
15. 걸기 쉬운 칫솔
16. 실 꿰기 편리한 귀 찢어진 바늘
17. 우신 꽂이가 있는 자전거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더 쓰기 좋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또 다른 방향으로 쓸 수 없을까?, 하고 물건 자체를 유심히 보는 데서 새로운 것을 연구해 낼 수 있다고 ‘지혜 발표회’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나는 앞으로 과학공부를 열심히 잘해서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다고 굳게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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