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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 발명왕(5)
떨어지는 사과가 안겨준 행운
영국의 물리학자요 천문학자며 수학자인 뉴턴은 근대 과학의 최고 · 최대의 공로자로 꼽히고 있다. 또 우리는 뉴턴이라면,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이야기며, 빛을 연구하여 천체관측에 크게 공헌한 반사망원경을 발명한 이야기, 연구에 골몰하다가 시계를 달걀인 줄 알고 냄비 속에 넣고 삶은 이야기, 그리고 ‘운동의 법칙’과 수학의 ‘미분 · 적분’을 발견하는 등 수많은 업적을 세운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 영국이 낳은 이 위대한 과학자 이삭 뉴턴의 꾸러기 시절은 어떠했을까? 우리 함께 그가 태어난 1642년의 영국으로 가보자.
뉴턴은 이탈리아의 갈릴레이가 죽던 해인 1642년 12월 25일 성탄절에, 영국의 링컨 주에 있는 울즈소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탄생했다. 그러나 뉴턴은 유복자로 태어났다. ‘유복자’란 아버지가 죽을 때 어머니의 뱃속에 있던 자식을 말한다. 아버지는 뉴턴이 태어나던 해 봄에 어머니 한나와 결혼하고 반년도 안 된 어느 날 유행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게다가 뉴턴은 달도 덜 차서 태어난 미숙아였다. 체중이 겨우 1.4킬로그램밖에 안 되었고, 울 기운조차 없는 듯이 보였다.
“쯧쯧, 애비도 없는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났으니 저래가지고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까?”
“그러게나 말예요. 올해는 저 집에 궂은 일만 겹치는군요. 아무튼 탈 없이 자라야 할 텐데….”
건강한 아기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체격의 뉴턴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잘 자랐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자상한 보살핌과 사랑 탓이었다.
뉴턴의 나이 세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제임스 외삼촌이 왔다. 목사인 외삼촌은 뉴턴에게는 아버지요 친구 같은 친척이었고, 어머니에게는 유일한 의논 상대였다. 뉴턴은 외삼촌을 몹시 따랐다. 올 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었고, 함께 놀면서 갖가지 만들기에 대한 것도 가르쳐주었다.
사실 뉴턴에게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체격도 작고 성격은 조용한데다가 혼자 놀기를 좋아해서, 가축이나 꽃을 보면서 노는 게 고작이었다. 그래서 외삼촌과는 더욱 가까워졌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했다. 외삼촌은 뉴턴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방안에서 어머니와 머리를 맞대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만 했다. 어머니는 외삼촌의 말을 들으면서 가끔 뉴턴을 돌아보았고, 그때마다 뉴턴은 어머니의 눈에서 반짝이는 눈물을 보았다.
어머니는 며칠 후에 이웃 마을에 사는 스미스 목사와 재혼을 했다. 외삼촌이 주선을 한 것이었다. 뉴턴은 어머니가 왜 재혼을 해야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머니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무척 마음 아프고 슬펐다.
“가지 마, 엄마!”
어머니는 뉴턴을 꼭 끌어안았다.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것처럼 너도 엄마를 잊어서는 안 된다, 뉴턴. 그리고 엄마는 언제나 네 곁에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라.”
“…….”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부터 뉴턴은 더욱 집안에서만 노는 일이 많아졌다. 2층 방의 창밖을 내다보면서 공상에 잠기는 일은 크나큰 즐거움이기도 했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언덕 위에는 풍차 방앗간이 있었다. 커다란 날개가 바람을 받아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무척 재미있었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날개의 돌아가는 속도가 다른 풍차를 보면서 뉴턴은 많은 생각을 했다.
(풍차 방앗간을 구경해봤으면….)
어느 날 외삼촌이 왔다. 뉴턴은 외삼촌을 졸라서 풍차 방앗간 구경을 갔다. 할머니는 뉴턴과 놀아줄만한 시간이 없었다. 농장을 관리하기에도 바빴기 때문이었다.
“풍차 방앗간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요?”
“그야 밀을 빻는 일을 하지. 옛날에는 당나귀나 소로 연자매를 돌려서 방아를 찧었단다. 연자방아라고도 했지.”
“그럼 풍차는 어떻게 돌리죠, 외삼촌?”
“바람이 돌린단다. 바람은 아주 큰 힘을 가지고 있거든.”
“우와, 그럼 바람이 소나 당나귀보다 더 세군요?”
“물론이지. 풍차는 방아를 찧는 일뿐만 아니라, 물을 퍼 올리는 일에도 사용된단다.”
그날 뉴턴은 거대한 풍차 방앗간을 살펴보면서 넋을 빼앗긴 듯했다. 높은 탑 위에서 바람을 받아 돌아가는 날개, 날개가 돌아감에 따라 톱니바퀴가 돌면서 밀가루를 빻는 일 등이 참으로 신기했다. 무한한 자연의 힘과 그것을 이용한 기계의 작용은 어린 뉴턴의 가슴에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었다.
체격도 작고 손도 작은 뉴턴은 다른 아이들처럼 들녘을 뛰어다니며 놀기보다는, 관찰하고 생각하고 무언가 만드는 일에 더 흥미를 느꼈다. 해와 달과 별이 뜨고 지는 일, 구름이 움직이는 일, 나뭇잎이 지는 일, 벌레가 움직이는 일, 물의 힘으로 방아를 찧는 물레방아, 또 풍차방아 등…. 모든 것이 신기하고 의문투성이였다.
뉴턴은 여섯 살이 되던 해에 지금으로 말하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만들기 좋아하고 공상하기 좋아하는 뉴턴의 버릇은 여전했다.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에 무언가를 관찰하거나 만들었고, 심지어 공부시간에도 멍청하니 공상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뉴턴을 싫어했고 학교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멍청한 녀석, 늘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하니까 성적이 이 모양이지!”
선생님들에게 꾸지람을 듣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아이들도 놀려대면서 킥킥거렸다. 그러나 여선생님인 스토크스 부인만은 달랐다. 스토크스 선생님은 뉴턴이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늘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대해 주었다. 마치 어머니 같았다. 그래서 뉴턴도 이 선생님을 몹시 좋아했다.
뉴턴은 자기가 만든 해시계를 스토크스 선생님에게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뉴턴은 번번이 말을 꺼내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이 끝난 다음에 뉴턴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선생님, 제가 해시계를 만들었어요. 선생님께 보여 드리고 싶은 데요….”
“그래? 그것 참 훌륭한 일을 했구나? 어떻게 만들었지?”
“해는 동쪽으로 떠올라서 서쪽으로 지잖아요? 이것은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기 때문이죠. 그런데 해는 계절에 따라서 지나가는 위치가 다릅니다. 여름에는 우리의 머리 위로 지나가지만, 겨울에는 비스듬하게 지나가기 때문에 한낮이라도 저쪽 언덕 위까지밖에 떠오르지 않거든요.”
선생님은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옆에서 듣고 있던 몇몇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뉴턴이 멍청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뉴턴은 계속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과 겨울은 같은 시간이라 해도 그림자의 길이와 방향이 다릅니다. 전 날마다 그림자의 길이와 방향을 조사했지요. 그렇게 해서 해시계를 만든 것입니다.”
(뉴턴은 틀림없이 보통 아이와는 다른 데가 있어….)
그날 뉴턴은 선생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선생님은 뉴턴이 만든 해시계를 보면서 무척 감탄했다. 그리고 뉴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많은 칭찬을 해주셨다.
“정말 훌륭한 해시계다, 뉴턴. 너는 관찰력도 뛰어나지만 손재주 또한 대단하구나.”
이때 뉴턴이 만든 해시계는 다른 기념품들과 함께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한다. 어쨌든 이 해시계의 일이 있은 뒤부터 뉴턴은 멍청한 아이라는 누명을 벗고, 뛰어난 재주를 가진 아이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655년, 그의 나이 13살 때 뉴턴은 그랜덤에 있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라고는 했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중 · 고등학교 과정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교육을 하는 곳이었다. 매일 걸어서 통학하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여서 뉴턴은 약방 집 2층에서 하숙을 했다.
약방집 주인은 2층에 사는 뉴턴에게 늘 신경을 써야했다. 집에서처럼 공부에는 관심도 없는지 늘 뚝딱거리면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뜯어고치기 때문이었다. 하숙방은 뉴턴만의 보금자리였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집에서 가져온 연장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 수도 있었으며 연구하고 관찰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넓은 하숙방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물상처럼 비좁아졌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캄캄한 밤하늘에 느닷없이 불그스레한 별이 이글거리면서 떠올랐다.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놀랐다.
“아니, 저게 뭐지?”
“살별인가?”
“살별이라니? 긴 꼬리가 달린 혜성 말인가?”
“그래, 옛날부터 저 별이 나타나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고 했는데….”
그러나 그것은 혜성이 아니었다. 뉴턴이 커다란 연을 만들어 그 꼬리에 작은 호롱불을 매달아 밤하늘에 날려 올린 것이었다. 사람들은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는 혀를 차면서 투덜거렸다.
이듬해, 그러니까 뉴턴이 14살 때 재혼한 어머니의 남편인 스미스 목사가 죽었다. 어머니는 그동안 아들 하나와 딸 둘을 낳았다. 어머니는 그대로 살 수도 없는 일이어서, 세 동생을 데리고 울즈소프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일할 사람도 없는 데다 갑자기 식구까지 늘어나니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
“공부도 좋지만 우선 집안일부터 도와야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네 학비 대기는 어렵겠구나.”
어머니는 뉴턴이 학교를 그만두고 돌아오기를 바랬다. 뉴턴은 모처럼 학교 공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만들기나 관찰하고 연구하는 일이 공부를 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때문이었다. 그래서 물리학이나 천문학 등의 학문에 일생을 바쳐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집에 돌아온 뉴턴은 하루 종일 농장을 관리하고 가축을 돌봤다. 이른 아침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농사일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전처럼 만들기나 관찰에만 한눈을 팔지는 않았다. 그 대신 늘 과학이나 수학에 관한 책을 가지고 다녔다. 어떤 때는 농사일보다는 책 읽는 일에 정신을 팔다가 어머니한테 꾸중을 듣기도 했다.
뉴턴은 가끔 일꾼들과 함께 농작물을 마차에 싣고 그랜덤으로 팔러나갔다. 그때마다 하숙집이나 학교에 가서 필요한 책을 빌려오기도 했다. 그랜덤에 있는 중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초등학교 때 뉴턴을 친어머니처럼 돌봐주던 스토크스 선생님의 남편인 헨리 스토크스였다. 아내로부터 뉴턴의 얘기를 들은 교장 선생님은 중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늘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해 여름이었다. 태풍이 몰려오면서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들녘에 가만히 서 있으면 누가 떠미는 것처럼 밀려갈 정도로 거센 비바람이었다. 집안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던 뉴턴이 느닷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깜짝 놀란 어머니와 동생들이 붙잡을 틈도 없었다.
뉴턴은 마당에서 바람을 안고 서더니 멀리뛰기를 했다. 그리고는 그 거리를 쟀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바람을 등지고 멀리뛰기를 한 다음에 그 거리를 쟀다. 또 바람을 안고 일정한 시간을 힘껏 달렸다. 뉴턴은 그 거리를 재더니, 다시 바람을 등지고 똑같은 시간 동안 힘껏 달리고 나서 그 거리를 쟀다.
한참 뒤에야 뉴턴은 만족한 얼굴로 들어왔다. 온몸이 비에 흠뻑 젖어서 물에 빠진 생쥐 같았다. 식구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술이 새파래진 뉴턴을 쳐다봤다. 마치 정신병자라도 보는듯한 표정이었다. 뉴턴은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면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바람의 세기를 알아보려는 거였어요.”
어쨌든 뉴턴은 무슨 일이든지 한번 시작하면 온몸과 정신을 송두리째 내던지는 열의를 보였다. 어머니와 제임스 외삼촌은 이러한 뉴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 끝에 외삼촌이 이렇게 말했다.
“뉴턴은 보통 아이가 아닌 게 확실합니다, 누님. 농사보다는 공부를 시켜야겠어요. 다시 학교에 보냅시다. 저도 뉴턴의 학비를 보태겠습니다.”
1660년, 뉴턴은 다시 그랜덤의 학교로 돌아갔다. 다른 아이들보다 2년이나 뒤졌지만, 마음먹은 일은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뉴턴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 좋아하는 만들기와 관찰과 연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림물감을 사다가 빛깔을 연구하기도 했고, 물시계와 풍차 같은 것도 만들면서 세계적인 과학자로서의 바탕을 다듬어나갔다. 이제는 ‘멍청한 아이’가 아니었다. ‘우등생 뉴턴’이었다.
1661년, 우수한 성적으로 중학교를 졸업한 뉴턴은 헨리 스토크스 교장 선생님의 추천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학생이 되었다. 뉴턴은 이곳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위대한 과학자로서의 발판을 다진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가는 뉴턴의 가방에는 간단한 옷과 책, 그리고 그의 손때가 묻은 연장들이 들어 있었다.
출처 : 왕연중 엮음, ‘꾸러기 발명왕’, =글수레,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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