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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 발명왕(3)
성냥 팔던 소년과 노벨상
‘알프레드 노벨’하면 우리는 얼른 두 가지를 떠올릴 수 있다. 그 하나는 액체 폭약인 니트로글리세린과 고형 폭약인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의 화학자요 발명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 유럽에서 내노라하는 부자가 되었고, 그 재산을 모두 기금으로 내놓아 오늘날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노벨은 문학청년이었다. 노벨상에 물리학, 화학, 생리 · 의학, 평화 부문 말고도 문학부문이 들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발명광인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다가 자신도 화학, 특히 화약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기뢰의 제조에 성공한 발명가요 사업가였다. ‘기뢰’란 ‘기계수뢰’의 줄인 말로, 단단한 용기에 많은 폭약을 넣어 물 밑에 설치해 놓고 배가 이것을 건드리면 폭발하여 파괴 ·침몰시키는 일종의 폭탄과 같은 것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느라고 산도 깎아내리고 다리도 놓고 터널도 뚫는 등 갖가지 토목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리고 이 공사에는 흑색화약이 사용되고 있었다. ‘흑색화약’이란, 쉽게 얘기하면 우리나라의 최무선이 만든 것과 같은 화약, 그러니까 초석(질산 칼륨)과 목탄(숯)과 유황을 섞어 만든 화약이다.
그런데 흑색화약은 폭발력이 약해서 일의 능률이 제대로 오르지를 않았다. 노벨은 여기서 폭발력이 강한 니트로글리세린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결국 흑색화약과 니트로글리세린을 섞어 강력한 액체 폭약을 만들기는 했으나, 취급하기가 아주 까다로운 것이었다.
노벨의 동생도 공장에서 니트로글리세린이 폭발하는 바람에 죽었다. 그래서 노벨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구멍이 많은 규조토(바다 밑이나 호수, 온천 등에서 나는 가볍고 무르고 구멍이 많은 흙)에 니트로글리세린을 스며들게 하여 만든, 고형 폭약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것이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기 전에 기폭용 뇌관을 발명한 적이 있었다. 화약이 압력이나 열 같은 작용을 받아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을 ‘기폭’이라 하는데, 이러한 폭발을 일으키도록 하는 기구가 바로 ‘뇌관’이다. 그러니까 ‘기폭용 뇌관’이란, 폭발을 일으키는 장치를 말한다.
다이너마이트와 기폭용 뇌관의 발명은 노벨의 기장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발명으로, 거짓말 조금 보태서 지구의 표면이 바뀔 정도의 대규모 토목공사가 가능해졌던 것이다. 물론 전쟁에서도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했다.
노벨은 그의 발명품이 군사용으로 쓰이면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고, 귀중한 시설들이 파괴되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노벨은 다이너마이트가 전쟁에 사용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토목공사에만 사용될 것으로 알았다.
노벨은 전쟁을 공포 중의 공포요, 범죄 중에서도 가장 용서할 수 없는 행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세계 평화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다가 이런 유언을 하게 된 것이다.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나의 모든 재산을 기금으로 하여 해마다의 이자를 그 전 해에 인류의 복지를 위하여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해마다의 이자는 다섯 등분해서 물리학, 화학, 생리· 의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발견 · 발명을 한 사람과 가장 훌륭한 문학작품을 쓴 사람,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 가장 공로가 큰 사람 등에게 수여한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세계 최고의 명예와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이 1901년부터 생겼다. 사랑하는 동생을 잃기까지 한 고난과 위험을 딛고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것만도 위대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노벨은 발명가들에게는 보기 드물게 자신의 발명품을 직접 생산하여 세계적인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어렵게 이룬 전재산을 사회에 되돌려, 훌륭한 과학자와 문학가와 세계 평화를 위해 공헌한 사람들을 격려하는 상을 만들었다. 이 또한 두고두고 기릴만한 노벨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훌륭한 업적을 쌓았고, 죽을 때까지 엄청난 재산을 가진 부자로 지낸 노벨이었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눈물겹도록 비참했다.
알프레드 노벨은 1833년 스웨덴의 수도이며 항구도시인 스톡홀름에서 4형제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기계를 만지는 일과 연구하는 것을 좋아해서 여러 가지 발명을 했다. 그러나 당시의 스웨덴에서는 그의 발명품이 별로 사용되지가 않았다.
공업발달이 활발하지 않던 때라 공장도 별로 없었고, 그래서 기술자나 발명가를 알아주지도 않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발명광인 아버지는 갖가지 기계를 연구하면서 사업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했다.
아버지는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여기 저기서 돈을 끌어모아 스웨덴 최초의 고무공장을 세운 것이다. 아버지는 열심히 일했다. 일은 그럭저럭 잘 되었다. 스톡홀름의 변두리에 아담한 집도 마련했고 얼마간의 저축도 했다. 이 무렵에 노벨이 태어났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손댄 사업인 고무공장마저 얼마 가지 않아 쓰러지고 말았다. 워낙 맨주먹으로 시작한 사업이라 자금이 부족했고, 빚 갚으랴 공장 꾸려나가랴 허덕이다가 결국 문을 닫고 만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회사가 망했다는 소리를 듣고 몰려왔다. 저마다 빌려준 돈을 한 푼이라도 더 건지려고 공장의 기계는 물론, 집안의 살림살이까지 들어갔다. 그러나 빚을 청산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노벨의 집안은 가난의 구렁텅이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아버지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빚쟁이들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빚독촉을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벌이는 뻔해서 겨우 식구들의 입에 풀칠이나 하는 정도였다. 비 내린 뒤의 죽순(대나무의 새싹) 자라듯 이자가 불어 빚은 점점 많아졌다.
빚쟁이들은 인정사정도 없었다. 아버지의 벌이가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을러대기까지 했다. 아버지는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됐다.
“여보, 아무래도 이곳에 있다가는 채어죽기 딱 알맞겠소. 러시아로 가야겠소. 그곳도 스웨덴만큼 공업이 뒤떨어지기는 했지만, 땅도 훨씬 넓은 데다가 이웃 나라 터키와의 사이가 나빠서 전쟁 준비를 하는 모양이던데, 그렇게 되면 산업활동이 활발해져서 나 같은 발명가도 쓸모가 있을 것이오.”
어머니는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아들들을 바라보면서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철없는 아이들 데리고 살자면 고생이 되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시오.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오리다.”
“집 걱정은 마시고 당신 건강이나 조심하세요.”
노벨이 4살 때였다. 아버지는 빚쟁이들 속에 어머니와 노벨을 비롯한 어린 형제들만 남겨두고 러시아로 떠났다. 아버지를 실은 배는 커다란 돛에 바람을 가득 안고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갔다. 그때의 일을 노벨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어머니는 조그마한 식료품 가게에 취직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수입은 보잘 것 없는 것이어서 노벨과 형제들도 돈벌이를 해야만 되었다. 그들은 성냥팔이를 했다. 성냥을 들고 거리에 나가 벌어오는 돈이 오죽했을까마는, 그래도 살림에 커다란 보탬이 되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노벨은 낳을 때부터 몸이 몹시 허약했다. 어떤 때는 젖을 빨 힘조차 없어서 그냥 경련을 일으키면서 보채기만 했다. 울음조차 큰소리로 울 수도 없었던 것이다.
노벨은 나중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내가 누워 있는 요람은 마치 죽은 사람의 침대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으셨죠. 금방 꺼질 것만 같은 나의 생명의 불씨를 지키기 위해 밤새도록 간호해주셨습니다. 그때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죽음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죠.”
병추기의 어린 몸으로 가난한 살림에 보탬이라도 될까해서 성냥팔이까지 했으니, 노벨의 어린 시절은 참으로 고생과 슬픔의 나날이었다. 그래서 노벨은 부자가 된 뒤에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 싫어했다고 한다.
노벨은 8살에 학교에 들어갔다. 가난한 집안의 병추기였던 노벨은 공부를 아주 잘했다. 82명의 학생 가운데서 3등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노벨은 이듬해에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에 간 아버지가 가족을 불러들였던 것이다. 그래서 노벨은 두 번 다시 학교 구경을 못했다. 아버지의 사업이 점점 나아져서 고향의 빚쟁이들에게 진 빚을 모두 갚았을 무렵, 화학과 스웨던 어의 개인지도를 받은 것이 노벨이 받은 교육의 전부였다.
그런데도 노벨은 사회의 유명인사들과도 친숙하게 지낼 정도로 교양이 풍부했고, 여러 나라의 말에도 능통했다. 이러한 모든 지식은 순전히 혼자 공부해서 얻어진 것들이었다. 그는 발명을 위한 연구에 보인 열의만큼 공부도 열심히 했던 것이다.
어쨌든 아버지의 편지를 받은 노벨의 가족은 배를 타고 러시아로 갔다. 노벨은 보고 싶은 아버지를 만난다는 일이 기쁘기는 했지만, 정든 학교와 친구들을 이별하는 일은 무척 서운했다.
아버지는 러시아에서 특별한 장치의 기뢰를 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아버지가 만든 기뢰의 성능을 실험해보고 그 위력을 인정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조그마한 공장을 세워 기뢰를 생산하게 되었고, 얼마간의 여유가 생기자 가족을 불러오게 된 것이었다. 실로 5년만에 가족이 한데 모여 살게 되었다.
노벨 형제들은 틈만 나면 공장에 가서 놀았다. 기술자들의 일하는 모습과 기계가 열심히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금방 하루 해가 넘어가곤 했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기계의 원리를 설명해주고, 호기심 많은 질문을 받으면 자상하게 가르쳐주었다.
어느 날 노벨이 물었다.
“저 뿔이 달린 쇠뭉치는 뭐예요. 아빠?”
“저게 바로 기뢰란다. 아빠가 특별하게 발명을 해서 러시아 정부의 인정을 받았고, 그 덕분에 이 공장을 세웠지. 저 공처럼 생긴 커다란 쇠뭉치 속에는 폭약이 가득 들어 있단다. 저걸 물에다 띄워놓으면 지나가던 배가 뿔을 건드리지 않겠니? 그런데 저 뿔이 바로 촉각이거든. 그 촉각을 건드림과 동시에 폭발을 하면서 배를 침몰시키는 거야.”
“우와, 무서운 폭탄이군요?”
“암, 무서운 것이지.”
“근데 왜 아빠는 그렇게 무서운 걸 만드셨어요?”
“전쟁에 쓰기 위해서란다. 물 속에 장치해두는 저 기뢰를 수뢰라고도 하는데, 땅 속에 묻어두는 것은 지뢰라고 하지. 수뢰에 적군의 배가 닿으면 산산조각이 날것이고, 지뢰를 적군이 밟으면 다치거나 죽게 된단다. 그러니까 적군이 쳐들어 올 수가 없겠지?”
노벨의 머리 속에는 그때부터 폭약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가정교사를 두고 화학과 스웨덴 어를 공부하던 노벨 형제들은 아버지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 무렵에는 아버지의 밀린 빚을 모두 갚았고, 공장도 비교적 잘 돌아가는 편이어서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 지긋지긋하던 가난의 고통도 물러가는 중이었다.
“스웨덴이나 러시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안목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 영국 · 프랑스 등 선진국들을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 나라의 발전된 과학을 공부하고 견문을 넓혀서 돌아와야 한다.”
아버지는 노벨 형제들이 나이가 차면 외국여행을 시켰다. 노벨은 몸이 약해서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17살이 되자 여행을 보냈다.
노벨은 미국 · 프랑스 · 독일 · 이탈리아 · 스웨덴 등을 돌아다니면서 화학과 기계에 관한 공부를 했다. 영어 · 불어 · 독일어 · 러시아 어 등에 능숙했던 노벨은 공부를 하는 가운데 여러 과학자들과도 친숙하게 사귀었다. 이처럼 화학과 기계분야의 지식을 쌓은 노벨은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2년 만에 러시아로 돌아왔다.
이때부터 노벨을 비롯한 형제들의 활약이 시작되었다. 노벨의 연구 결과 아버지는 더욱 편리하고 성능이 좋은 기뢰를 생산하게 되었고, 계속되는 주문에 미처 물건을 댈 수가 없어서 공장을 확장했다.
그러는 사이 1853년 크림 전쟁이 일어났다. 영국 · 프랑스 · 터키 · 사르디니아 연합군과 러시아가 크림 반도에서 벌인 싸움이라서 ‘크림 전쟁’이라 한다. 아버지의 기계공장은 더욱 바빠졌다. 러시아 정부는 구식 돛단배가 아닌 본격적인 군함을 만들기 위해서 증기기관을 주문해왔다. 노벨은 미국에서 배운 실력을 총동원하여 증기기관을 만들어냈다.
“좀 더 강력한 포탄을 만들기 위한 화약이 필요합니다. 두터운 철판으로 무장한 프랑스 군함은 우리 러시아의 대포를 맞고도 끄덕도 하지 않는단 말이오. 서둘러서 강력한 폭약을 개발해주시오.”
“알았습니다. 최선을 다해보죠.”
러시아 정부의 주문에 아버지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아들들에게 말했다.
“지금까지의 화약은 이제 쓸모없게 됐다. 더 강력한게 필요해.”
그러나 노벨의 마음은 어둡기만 했다. 전쟁 때문에 아버지의 사업이 번창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을 위해 만드는 무기는 결국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흉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화약이 발명되면 지금까지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것 아닙니까?”
이 무렵에 노벨이 주목을 시작한 것이 바로 훗날 다이너마이트를 낳게 한 니트로글리세린이었다. 평화를 사랑하는 노벨로서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이용한 강력한 폭약을 만드는 일이 괴로웠지만 연구를 중단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하늘이 노벨의 마음을 이해해주었을까? 1856년 3월, 러시아는 크림 전쟁에서 지고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전쟁이 끝나면 따르는 것은 전쟁 기간 동안에 파괴된 도로와 건물을 복구하고, 새로운 건설사업을 벌이는 일이다. 이제 그때까지 쓰던 흑색화약은 적을 때려부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토목공사를 더 빠른 시간에 완성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폭발력이 약하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그래서 모든 과학자들이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평화적인 목적에 쓰이는 강력한 폭약을 만드는 일인데 노벨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한 노벨은 결국 흑백화약과 니트로글리세린을 섞어 만든 강력한 액체 폭약과 기폭용 뇌관을 발명했고, 이어서 저 유명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게 된 것이다.
출처 : 왕연중 엮음, ‘꾸러기 발명왕’, =글수레,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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